1위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입력 2010-05-12 08:48 수정 2010-05-12 08:48
1위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백인의 책무(White Man's Burden)'이란 용어가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것이다. 원래 영국의 작가인 러디아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의 시의 제목이었다. 그 시는 백인우월주의에 바탕을 두고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미화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미개한 원시 상태의 인종들을 백인들이 나서서 문명의 세계로 인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인‘은 아니지만 아시아를 벗어난 ’탈아(脫亞)‘를 부르짖으며 서양 제국주의의 길을 걸었던 일제 위정자들도 자신들의 행위를 미개한 아시아 국가를 산업화로 이끌었다고 바로 이 ’백인의 책무‘를 들먹이며 합리화했다. 지금까지도 그러한 주장을 하는 무리들이 꽤 많다.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소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식민 상태를 강요당한 국가에도 꽤나 많이 자리 잡고 있다.

기업 활동과 관련하여 ‘Leaders' burden(1위의 부담)’라는 말을 가끔 하곤 한다. 나이키의 PR담당자가 자동차업계 1위 등극을 앞둔 도요타 직원들에게 한 강의에서  ‘1위라는 것은 정말 외로워(One is the Loneliest Number You'll Ever Do)'라는 말로 적절하게 표현한 것처럼, 1위는 외롭고 해야 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 업계 내부에서 다른 기업들의 공통의 적이 됨과 동시에, 업계에 대한 외부 공격의 우선 목표가 되곤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기업에 대한 요구는 점점 많아지고, 그만큼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1위 기업이라는 위상 자체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가장 먼저 걸어가야 하는 그런 존재와 같다. 그 위태위태한 살얼음판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 것인가? 도요타 임직원들에게 나이키의 PR책임자가 짚어 주었던 포인트들을 중심으로 살펴 보자. 

내부 브랜딩의 강화

왜 기업을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가치를 내부에 확립하고 공유해야 한다. 보통 ‘미션 스테이트먼트(Mission Statement)’ 혹은 ‘크레도(Credo)'와 같은 이름으로 정리하여 공유를 한다. 나이키의 브랜드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보자. 

“To bring innovation and inspiration to every athlete* in the world."

* "If you have a body you are an athlete."

("이 세계의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혁신의 기운과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몸뚱어리만 있어도 당신은 운동선수입니다.”) 

나이키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운동선수가 특별한 신체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닌 ‘몸뚱어리’만 있다면 된다고 표현함으로써, 나이키 브랜드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열망의 실현’이라는 부분을 잘 전달하고 있다. 나이키는 이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자신들의 행동원칙을 ‘나이키의 금언(Nike Maxims)'라는 제목 아래 그림 1과 같이 정리하였다.

스스로 자신을 정의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자신의 입맛에 따라 정의를 하게 된다. 그 정의는 대체로 부정적인 양상을 띄기 쉽다. 특히나 투명하고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이 없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에 외부에서는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업을 정의하게 된다.  

책임감 있는 태도와 투명성을 제고 

지도자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맡겨서는 안 된다. 2위는 1위가 방패막이가 되고, 그 그늘 속에 숨을 수도 있다. 그러나 1위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투명해야 한다. 자신의 행동이 업계 전체의 윤리성이나 투명성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 사스(SARS)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중국을 방문한 프랑스의 총리가 “위험에 봉착했을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뿐이다”라는 말을 했다. 정부를 대체하며 공공의 업무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기관 이 없듯이, 1위 기업도 자신이 끝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 첫 번째가 바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 때 유언비어가 생기고 악의적인 소문이 나돌게 된다.

그 투명성은 겸손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정보는 소비자들이 모를 거야, 얘기해도 알아듣지 못할 거야, 우리끼리만 아는 정보라는 식의 자만심과 나태함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

겸손하지만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만 보이는 것도 좋지 않다. 자신이 속한 산업 전체를 대표해야 하기 때문에 산업 내에서의 자신감이 뒷받침된 리더쉽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신감은 단순히 말만으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실체가 있어야 한다.

2003년 GM은 “Road to Redemption"이란 이름으로 단어 그대로 ‘속죄’와 소비자에 대한 ‘보상’을 하는 품질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문제는 실제로 GM 내에서 품질을 올리기 위한 심각한 행위 자체가 없었다. 실체가 없이 선언만을 한 경우가 되었다. 당연히 GM에 대한 소비자들과 업계의 신뢰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실체를 알리고, 관련된 인사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데 CEO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약간 때 늦은 감이 있지만 GM의 CEO인 에드 휘테이커(Ed Whitacre)가 출연한 2010년판 ‘Redemption'캠페인이 그래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까닭이다. 물론 GM이 미국에서 2위 업체가 되어서 1위의 부담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운 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

투명한 경영에는 신뢰할만한 업무 과정과 결과에 대한 측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업무 과정이 정립되어 있지 않고, 결과 자체가 측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질 수 없고, 정보가 설사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투명성 정도를 신뢰할 수가 없다. 이는 사내외 모두 적용되는 부분이다. 사내에서의 실적에 대한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해진다. 사외의 협력업체에 대한 평가와 사회에 대한 공헌 부분 역시 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효과에 대한 검증 체계도 함께 마련을 하는 것이 1위 업체의 의무이자 자신의 방어책이 된다.

사내에서 인사 평가 관련 공정성이 담보되어야만 1위 기업 임직원으로서의 자부심이 생긴다. 또한 사내 정보가 원활하게 돌아가야만 임직원으로서 소외되지 않고 기업의 일원으로서 역량을 펼치겠다는 열정과 홍보대사로서의 임무까지 자발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실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이러한 내부 임직원의 역할은 매우 크다. 광고나 기업의 대변인이 언론을 통해서 발표하는 내용보다 바깥의 소비자나 기자들은 내부의 불협화음에 더욱 귀를 기울이며 그것을 어느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비슷한 비중으로 받아들인다. 임직원과의 강한 연대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 및 ‘Stakeholders'라고 부르는 외부 관계자와의 관계가 굳건해 질 수 있다.  

평판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무너질 수 있다 

나이키의 PR책임자는 도요타의 작금의 사태를 예견한 것처럼 “평판은 쌓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단 하나의 사건으로도 무너질 수 있다. (A reputation that took decades to build can be literally by a single event.)”는 말을 강연의 마지막에 했다. 항상 듣는 말이지만 그에 대한 완벽한 방비는 없다.

대책으로 ‘조기경보시스템’,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조사를 얘기하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경보를 알려줄 뿐이다. 그 경보에 대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도 대부분의 기업에서 ‘위기관리매뉴얼’이란 것을 마련해 놓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모든 것을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은 없다. 매뉴얼은 흡사 바둑의 정석과 같다. 정석은 그대로 하는 것보다, 어느 경우에나 대처할 수 있는 기본원리나 생각을 가다듬는 훈련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경우 생각지도 못한 가벼운 변수에도 당황하고, 호미로 막을 것을 전체 계획을 다시 짜는 식의 비효율적인 대처를 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독재국가의 경우 전쟁을 할 때 이기는 전투가 계속 되면 기대 이상의 힘을 발휘하곤 하지만 지엽적인 곳에서의 작은 작전 하나가 잘못되면 전체 전선이 붕괴되는 괴멸상을 보이곤 했다. 요는 최고의 매뉴얼과 사전경보시스템도 갖추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모든 임직원이 자신의 역할과 기업의 가치에 대한 일체화 및 뚜렷하게 지각하고 있고, 거기서 기본적인 원칙을 공유하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 하나하나의 합이 단순한 수보다 훨씬 큰 힘을 자연스럽게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1위 기업이 1위로서의 위치를 지키는 데 가장 역점을 두고 실행해야 할 과제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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