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의 귀걸이와 재키의 목걸이

입력 2010-01-17 00:46 수정 2010-01-17 09:04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축구 월드컵에서 대한민국과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감독인 불세출의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Diego Maradona)는 선수 생활을 그만 둔지 오래이지만 여러 가지 사건으로 계속 화제 대상이다. 마약, 폭행, 음주후 주사 등은 기본이고 남아메리카의 민중을 대변하는 정치적인 제스추어까지 펼쳐 퇴역 축구 스타로는 가장 많은 기자나 파파라치들을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이번에는 세금을 내지 않아서 압류당한 그의 귀걸이가 시가보다 여섯 배 가까운 가격으로 이태리에서 낙찰이 되어 팔렸다고 해서 다시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원래 초고급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다니기 좋아하는 마라도나는 귀걸이도 여러 가지를 번갈아 가면서 하고 다니는데 이번에 경매에 부쳐진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시가로 4,400유로(한화 약 712만원)였다고 한다. 그것이 어느 이태리 여성에게 25,000유로(한화 약 4천만원)에 팔렸다고 이태리 신문이 보도했다. 



 







어느 신문에서는 시가를 훨씬 뛰어넘는 낙찰가가 바로 마라도나의 식지 않는 인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마라도나라는 이름값과 그 귀걸이에 담긴 스토리를 생각하면 낙찰가는 생각보다 낮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유명인들의 소장품이나 특정 상황에서 입었던 옷이나 액세서리 등을 가지고 경매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심치 않게 시가의 수십 배에 낙찰되는 물품들이 나온다. 우연히도 마라도나의 귀걸이 경매 기사를 보기 직전에 곧 발간될 어느 책에 실린 재키, 곧 재클린 케네디(Jacqueline Kennedy Onassis)가 남긴 유품에 관한 얘기를 보았다. 

프랭클린 민트(Franklin Mint)라는 영어 단어로 ‘collectible'이라고 하는 소장, 수집용 인형이나 기념품 같은 것을 만들어서 파는 역사가 상당히 오랜 기업이 있다. 1996년 당시 자신의 남편과 함께 프랭클린 민트의 공동소유주였던 린다 레즈닉(Lynda Resnick)은 경매에 부쳐진 재키 케네디가 애용했던 모조진주로 만든 목걸이를 21만1천$을 주고 산다. 그 목걸이는 재키가 1950년대에 뉴욕의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 매장에서 35$에 산 것이었다. 소더비에서 경매를 진행했는데 발행한 카타로그에서 소더비는 그 목걸이가 시가가 200$ 정도에 경매낙찰가는 700$ 정도로 할 것이라 예상했단다.  

경매일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레즈닉의 다년간 실전에서 갈고 닦은 마케팅 감각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재키가 실제로 착용하고 다녔던 그 모조진주로 만든 목걸이는 ‘카멜롯(Camelot)'이라는 단어에 응축되어 있는 그 시대 우아한 패션의 상징이었던 재키와 항상 함께 한 아이콘이었다. 재키 이외에 미국 여성 중에는 그렇게 최고의 가문을 배경으로 세계 정치계, 재계, 연예계, 문화계까지 포용하며 매혹시키는 그런 아이콘과 같은 여성은 없다. 아마도 세계적으로 보아도 다이애너비(妃) 정도만이 비견될 수 있다. 그래서 그 때의 경매가 ’세기의 경매‘라고 광고가 되기도 했지만, 그 재키가 2년 전에 세상을 떠났으니, 더 이상 ’재키가 했던‘이란 수식이 붙는 품목이 나올 수가 없었다.  

 

“Just pay $211,000 for a strand of fake pearls? You need a Dewar’s.”

“모조진주 목걸이 하나에 211,000$을 내다니? 드와 스카치위스키가 필요합니다.” 

재키의 목걸이 경매 이후 드와 스카치위스키에서 월스트리트저널 전면에 실은 광고의 헤드라인이었다.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드와 스카치를 마시면서 레즈닉이나 그 기사를 본 사람이나 정신을 좀 차려보라는 얘기인데, 레즈닉은 자신의 회사인 프랭클린 민트를 통하여 재키의 모조진주 목걸이와 똑같이 만든 ‘Jackie's Pearl'이란 제품을 출시하여 2,500만$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수익률을 1%만 잡아도 25만$ 이상이니 목걸이 값은 충분히 한 것이다. 레즈닉의 말대로 약간 이상하게 들리지만 재키가 했던 ’진짜 모조진주(real fake pearl)' 목걸이를 소유하여, 그들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진실성을 모조품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실제로 레즈닉은 진짜모조품에 손상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철저히 원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최대한 원품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냈다. 제품을 산 소비자들은 재키가 목걸이를 하고 찍은 사진과 함께 경매 이야기, 이후의 똑같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열정 등의 얘기를 함께 접하면서 정말 재키가 했던 목걸이를 하는 듯한 감정에 빠진다.  




2004년 레즈닉은 그 목걸이를 스미소니언박물관에 기증한다. 이 행동에 정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워낙 선천적으로 마케팅, PR에 머리가 발달한 사람인지라 뭔가 잔꾀가 들어가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본인 기업이나 개인 브랜드를 위해서도 그리고 미국이라는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위해서도 옳은 행동이었다. 즉 명분과 실리가 조화된 행동이다. 기업 브랜드나 제품 마케팅 활동과 사회와의 접목은 이렇게 명분과 실리의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있게 염두에 두고 기획을 해야 한다.  

마라도나의 다이아몬드 귀걸이와 재키의 목걸이를 비교해 보면 왜 그렇게 가격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지 몇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것들은 다른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1. 희귀/희소성 : 마라도나는 앞으로도 같은 상표와 디자인의 귀걸이를 다시 사서 하고 다닐 수 있다. 다른 귀걸이라도 계속 귀걸이를 하고 다닐 것 같다. 재키는 운명을 달리 했다. 재키가 직접 했던 목걸이는 공급이 중단되었다. 당연히 더욱 희귀한 물품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밖에 없다. 

2. 역사적 상징성 : 케네디 시댕의 미국도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어쨌든 시대가 갈수록 젊은 대통령이 우아한 미인 퍼스트 레이디와 함께 미국을 이끌고 대표했던 좋은 시절로 더욱 많은 미국인들이 그 시대를 기억한다. 그 시대의 대표적인 아이콘 소품이 바로 그 목걸이였다. 마라도나의 귀걸이가 상징하는 시대가 있는가? 마라도나의 신기(神技)와 같은 축구장에서 보였던 활약과 위업과 그 귀걸이가 무슨 관계가 있었던가? 

3. 인지도 : 당시 패션의 리더로서 재키는 사진기자들이 가장 사랑한 피사체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거기에서 사람들은 쉽게 그 목걸이를 볼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너무나 작다. 작년의 압수 소동과 이번 경매로 그나마 마라도나의 귀걸이가 알려졌다. 

4. 비즈니스 활용가능성 : 이미 레즈닉은 어떻게 그 모조진주 목걸이로 새로운 제품 라인을 만들고 팔아야 하는지 훌륭한 실례를 보여 주었다. ‘연아 귀걸이’하는 식으로 유명인이 착용한 의상이나 액세서리가 팔리는 현상은 거의 세계 공통이다. 그러나 대부분 반짝 히트에 그치고 만다. 특히 작은 소품 액세서리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옷은 디자인 모티프를 가지고 다른 부분으로 확장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데, 소품은 그런 확장성이 없다.  

5. 진실성 : 마라도나는 목걸이를 세금 포탈과 체납 때문에 뺏겼다. 마라도나가 이태리에서 주로 활동했던 도시인 나폴리의 시민들이 ‘귀걸이 찾아서 돌려주기’ 운동을 벌여 모금도 시도했다고 하는데, 그러기에는 마라도나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측면이 세금 관련하여서는 더욱 크게 부각되었다. 이에 비하여 재키의 이미지는 미국인들에게 거의 신격화의 경로를 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람도 피우고, 경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던 케네디 때문에 마음 아프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고 백악관을 지켰으며, 아이들을 위해서 뉴욕을 떠나 오나시스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품성의 상징중 하나가 바로 모조진주 목걸이라는 것이다. 그런 ‘미국을 위한’, ‘패션을 위한’, ‘인간을 위한’ 진실성이 바로 목걸이에 담겨 있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니, 가치가 높이 매겨질 수 있었다.  

위의 다섯 가지 요소는 모든 브랜드가 우선순위와 비중에서 조금씩 차이가 날 수는 있으나 갖추어야만 한다. 그래야 물질적인 가치이상을 지닌 진정한 브랜드로 날 수 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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