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wo Peters(3)-The case is over

입력 2010-01-12 23:34 수정 2010-01-12 23:34


The case is over 

피터 김이 어느 광고주와 열정적으로 회의를 하다가 그 광고주가 피터 아넬을 제작 쪽으로 쓴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했다는 말이다. 왜 피터 아넬과 일을 계속 해야 되는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등의 얘기도 없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단호하게 위의 제목과 같은 말을 뱉으며 바로 서류들을 접고 가방에 넣고 자리를 떴다고 한다. ‘자기 집 화장실 청소도 과분한’ 피터 아넬과 같은 선상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게 피터 김에게는 정말 견딜 수 없었나보다.  

두 피터에게 삼성 브랜드를 정의하는 동일한 과제를 주고 일을 시킨 적이 있었다. 피터 김은 그 일에 투여된 미국 친구들을 너무나도 바쁜 와중이었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한국어학원에 보내 한국어 수업을 시켰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한국 친구들이 영어를 하면서 느끼는 곤혹스러움을 함께 일을 하는 미국 친구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쁜데 한국어학원에 보낸다고 약간 볼멘소리를 하는 친구들에게 피터 김이 직접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의 친구들은 단지 영어를 못할 뿐이지 아주 스마트해. 너희들이 한국어로 너희들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을 체험해 보면 그들이 느끼는 답답함과 곤혹스러움(frustration)을 너희도 알게 될 거야. 그러면 너희가 그 친구들의 얘기를, 그리고 삼성을 더욱 잘 이해할 거야.”  

둘째, 어느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브랜드를 정의하려면 뿌리를 알아야 하는데 그 근간이 바로 언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들은 한국어학원도 다니면서 몇 되지 않는 영어로 된 한국 역사책을 열심히 읽고 내게 질문을 퍼부어댔다. 가장 고참급에 속하는 일본계 아주머니가 내게 한 질문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왜 광개토대왕은 그렇게 땅을 넓히려 했는가?” 영어로 된 한국 역사책에 광개토대왕이 어떻게 표기되었고 그래서 우리가 어떤 호칭으로 불렀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어쨌든 한참 내가 광개토대왕이 한 위업에 대해서 설명을 한 후 그 아주머니가 내게 물은 말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 “Why he did that?" ”왜 그렇게 (땅을 넓히려) 한 거야?“ 마침 함께 자리에 있으면서 중간중간 답변을 거들었던 한국인 동료가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때 무심결에 내가 대답했다. ”Why Americans did go west?" "(그럼) 미국 애들은 왜 서부로 간 거야?“ 한국인 동료가 엄지를 치켜들었고, 질문을 한 아주머니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OK! I do understand." 그들은 그렇게 한국의 역사를 훑으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끄집어냈다.  

피터 김이 독립한 후 브랜드 작업을 하고 광고까지 맡아서 한 대표적인 기업이 초고속통신망 업체였던 퀘스트(Qwest)였다. 그 퀘스트의 첫 광고 캠페인은 1초 이내의 시간에 가능하고 벌어질 수 있는 많은 일들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면 총알이 사과를 관통하는 장면을 저속화면으로 보여주며, 0.0043초가 걸린다고 얘기한다. 그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200개 언어로 번역된 윌리엄 쉐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뉴욕에서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까지 보낼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바로 쉐익스피어는 피터 김이 직접 얘기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역시 맞았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로고 디자인부터 기업을 지탱해주는 ’경영원칙을 세우는 것‘(from creating a logo to developing 'business principles to live by')"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얘기했던 브랜딩이란 바로 그 원칙을 만드는 일이었다. 원칙을 세우려다 보니 근본으로 더욱 깊은 근본으로 파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부끄럽지만 피터 김 이후로 광고대행사는, 광고대행사 출신의 컨설턴트는 그렇게 근본을 파는 일에서 스스로 발을 뺐다. 순간적으로 사람을 홀리는 재주와 그래서 받는 일순의 박수에 자신의 몸을 던져 버렸다.  

삐딱하게 들으면 잘난 체가 심하다고 하겠지만 피터 김은 자신은 메시야가 되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브랜드 일을 한다고 했다(That's why I've got to have an almost messianic approach to this job). 그런 경건함과 절심함은 다른 피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피터 아넬은 그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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