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넷세대를 주목하라

입력 2009-11-16 17:39 수정 2009-11-16 17:39
교보 <북모닝CEO>에 실린 <디지털 네이티브>(돈 탭스콧 지음, 이진원 옮김, 비지니스북스, 2009)에 대한 '북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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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세계가 시작되다

아날로그와 대비된 개념으로 디지털이란 말을 처음으로 쓴 것은 1997년 여름이었다. 세계시장을 나누면서 통상적으로 ‘Advanced countries’라고 부르던 선진국들을 ‘Digital economies’, 곧 ‘디지털 권역’이란 용어를 붙였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그런 색다른 용어를 썼다는 데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직후에 터진 IMF 경제위기가 그런 데 신경을 쓸 수 없게 만든 요인도 컸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가존망의 위기를 맞이하여 그때까지와는 다른 패러다임의 필요성이 각계에 부각되면서 ‘디지털’이란 단어가 1998년 초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삼성그룹 내부에 ‘디지털 전도사’라는 별명을 가진 인사가 등장했고, 그가 힘주어 얘기했던 ‘변곡점’이란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했던 것도 그 즈음이다. 그 해 여름이 지나자 디지털을 전면에 내세운 슬로건을 만들어 삼성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그 임무가 우리 팀에 부과되었다. 그 때 디지털을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가장 먼저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의 1편이라고 할 수 있는 돈 탭스콧의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이었다. 
 

N세대의 대표이자, 돈 탭스콧이 그 책을 쓰도록 영감을 준 그의 두 자녀들은 우리 기성세대와 정말 달랐다. 기술 그 자체로서의 인터넷은 우리도 2년 이상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었고, 바야흐로 폭발적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는 시점이었다. 참고로 필자는 1996년을 대한민국 ‘인터넷 원년(元年)’, 1998년을 ‘인터넷 대중화 원년’ 혹은 ‘대중 디지털 원년’이라고 얘기한다. 기업과 공공기관에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깔리기 시작한 해가 1996년이고, 1998년에는 국가적으로 정보기술 진흥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인터넷 인구가 20%를 상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인터넷의 파워유저(power user)라고 자칭했던 필자에게도 N세대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가지고 노는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특히 그들의 채팅방 광경을 그린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저 모니터 위에 박히는 문자가 말을 대신했던 우리들과는 달리 그들의 채팅방에서는 책상이 엎어지고 피자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넷세대를 보는 기성세대의 당혹스러움을 넘어서



기성세대들은 당혹스러웠다. 현재 소니 본사의 회장인 하워드 스트링거는 소니아메리카의 CEO였던 2000년, 인터넷을 비롯한 IT기술의 발전 속도와 그것이 야기한 변화에 ‘어지럽다’면서 “차라리 지구에서 내리고 싶다.”고 하소연 할 정도였다. 기술 분야 종사자가 그럴 정도였으니, 범인들에게 변화의 속도와 여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주도하는 그들 아들딸의 모습과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비단 N세대가 아니라도 인류 역사를 보면 시대를 초월하여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보는 시각과 인식은 비슷한 양상으로 변화했다. 먼저 신세대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신세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불만을 표출해도 원하는 대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는 애써 무시한다. 살짝 자신도 그 흐름에 동참해볼까 남몰래 노력하다가 포기하고, 결국 새로운 세대를 한숨 섞인 경외와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저자는 1997년 자신의 자녀를 포함한 이 새로운 세대를 불만보다는 신기해하며 호기심을 잔뜩 지니고 관찰해, ‘N세대’라는 명칭을 붙였다.(이번 책에서는 ‘넷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컴퓨터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그들에 대한 약간의 우려가 표출되기도 했지만, 기저에는 긍정적인 시각이 깔려 있었다. 그런 애정 어린 태도가 10여년의 세월을 두고 이들이 성장하는(Growing) 모습을 관찰하고, 실제로 부제처럼 ‘그들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how the net generation is changing the world)’를 파노라마처럼 담은 이 저작을 내놓도록 이끌었다.

세대를 이어 지속가능한 사회 만들기

저자의 자녀들을 포함한 넷세대는 그런 애정을 배신하지 않고, 기대에 부응했다. 그들은 국가나 민족을 가르는 경계와 장벽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연결매체를 통하여 극복한 진정한 글로벌 시대를 열었다. 모니터 앞에만 앉아 있는 이기적인 세대라는 삐딱한 시선이 무색하게 그들은 사회 문제 해결에 그 어떤 세대보다 열심히 참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공신도 바로 그들이다. 저자는 다방면에서 그들의 활동상을 조명하며, 기성세대에게 넷세대에 더욱 다가가서 그들의 지식을 공유하고 막연한 두려움을 정복하며, 넷세대에게 배울 점은 철저하게 배울 것을 강력하게 권유한다.

사실 세대를 이어 사회를 지속시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란 그런 세대 간의 열린 대화와 자세 그리고 그를 통한 지식의 창조, 교환, 계승에서 나온다. 상투적인 이야기이지만 ‘다르다’와 ‘틀리다’를 동일시하는 관점에서 벗어났을 때 열리는 광활한 신세계의 모습을 이 책에 나오는 넷세대의 성장기를 보면서 함께 맛볼 수 있다.

 이 책은 미시적으로는 신기술과 제품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이자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고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 집단인 소비자로서의 넷세대 속으로 파고들어갈 수 있는 내비게이터 역할을 한다. 거시적으로는 그런 마케팅 측면의 효용성을 넘어,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새로운 기술의 수용도에 따라 증폭될 수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광우병 시위의 추억까지 담아

넷세대가 주역으로 활약하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건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그림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제9장의 ‘넷세대와 민주주의’에서는 2008년 한국에서 있었던 광우병 시위에 대해 상당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당시 한국에 있었던 존 델라 볼프라는 인물의 말을 인용했다. 존 델라 볼프는 하버드대학의 정치학연구소를 운영하는 인물인데, 한창 촛불시위 열기가 고조되었을 때 다른 연구차 한국을 방문했었다. 그때 한국의 트렌드에 관해 얘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촛불시위가 화제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나눈 이야기가 고스란히 이 책에 그의 말을 빌려 실려 있었다. 위의 일은 개인적인 우연이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재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아주 큰 매력 중 하나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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