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나 부서의 이름을 바꿀 때는 이렇게

입력 2009-03-22 21:49 수정 2009-03-22 21:49
 

올해 초에 조직 개편을 하면서 저희 연구소의 이름이 브랜드마케팅연구소에서 커뮤니케이션연구소로 바뀌었습니다. 정식으로 하면 ‘제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입니다.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별 차이 나는 것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게 그건데 왜 굳이 바꾸었느냐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었습니다.




바꾸어야 했던 이유는 확실히 있었습니다. 작년 말까지 제일기획에는 두 개의 연구소가 있었습니다. 저희 브랜드마케팅연구소와 미디어전략본부에 미디어전략연구소가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미디어전략연구소의 소장님이신 선배도 성(姓)이 저와 같아서 외부에서 제일기획의 안내에게 전화를 해서 무턱대고 ‘박소장’을 찾아 안내하는 친구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안내하는 친구들이 경험이 쌓이자 연차가 어린 저에게 주로 전화를 돌려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두 연구소가 올해 초에 조직개편을 하면서 합쳐지게 되었습니다. 회사 내의 연구개발, 소위 R&D(Research and Development) 기능을 합쳐서 효율을 높여야겠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에 따라 두 연구소가 합쳐지는데 예전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이 확대된 기능을 담고 있지 못하고, 변화의 의미도 퇴색시킬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조직의 확대개편이 명칭 변경의 주요한 명분이 되었습니다.




이런 조직적인 배경과 함께 향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브랜드마케팅’은 너무 한정적이라는 얘기가 또한 나왔습니다. 좀 더 범용적인 표현을 갖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고, 그리하여 커뮤니케이션이란 일반적인 용어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일기획’이란 기업 브랜드와의 공고한 결합을 보여 주기 위하여 ‘제일’을 앞에 붙여서 ‘제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처음 연구소로 온 이래 몇 차례의 이름 변화를 겪었습니다. ‘95년 처음 왔을 때는 ’91년 출범 당시와 같은 ‘제일마케팅연구소(Cheil Institute of Marketing)'이 정식명칭이었고, 보통 그냥 ’마케팅연구소‘라고 불렀습니다. 그것이 IMF 이후 수익성이 중시되고 그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컨설팅 분야의 중요성이 압력처럼 유야무야 작용하면서 ’브랜드컨설팅그룹(Brand Consulting Group)'으로 비즈니스 컨설팅하는 곳과 비슷한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름은 오래 가지 못하고 1~2년만에 ‘브랜드마케팅연구소’로 바뀌었고, 그 이름이 제법 오래 버티면서 올해 초까지 온 것이었습니다.




조직 개편 효과의 극대화와 미래의 확장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에 찬동하여 저희도 내부에서 여러 가지 명칭을 생각하고 제안했다가 결국은 ‘제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로 낙착을 본 것이죠. 그런데 초기이기는 하지만 쓰다 보니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브랜드’나 ‘브랜드 마케팅’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다양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제가 간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 정의에서 절대적으로 넓은 것이 옳다 좁은 것은 틀렸다는 식의 기준은 없지만, 제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범위는 다른 분들의 그것보다는 확실히 좀 더 넓은 것이었습니다. 미디어 부문의 연구과제도 결국은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도구 중의 하나라고 보았을 때 굳이 이름을 바꾸지 않더라도 포용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용어가 차라리 ‘브랜드’보다 좁은 커버리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어느 친구의 반론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제일’을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앞에 붙이는 것을 가지고도 왈가왈부가 좀 있었습니다. 붙이자는 측의 주장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일기획에서 독립할 수도 있으므로, 그 준비를 위해서도 독립된 단위로서의 명칭을 가져가기 위해 ‘제일’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붙이지 말자고 하는 주로 젊은 친구들을 중심으로 한 일군의 사람들은 예전 제일기획의 영문명이 ‘Cheil Communications Inc.’여서 ‘제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라고 하면 ‘제일커뮤니케이션’이 하나로 되고, ‘연구소’가 생뚱맞게 떨어져 들리는 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문제는 제일기획을 명시했을 경우, 명함과 같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냥 ‘커뮤니케이션연구소’라고 표기하는 것으로 절충을 했습니다.




영문으로 표기하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처음 제안된 영문표기는 ‘Cheil Communication Research Institute'였습니다. 강력하게 반대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연구기관에 ’Research'란 단어를 많이 붙이는데, 문제는 광고나 마케팅계에서의 ‘Research'는 ’조사(Survey)'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아주 커서, 잘못하면 ‘조사기관’으로 오인되기가 쉽다는 것이 큰 이유였습니다. 결국 ‘Research'라는 단어를 빼고, 새롭게 제안해 줄 것을 요청받았습니다. 그 때는 사실 ’범용성‘과 ’차별성‘ 사에에서 연구소의 명칭을 갖고 고민을 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그래서 영문명이라도 튀게 만들어보려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몇몇 외국친구와의 의견교환까지 거쳐서 제법 이 시기에 맞는 튀는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Communication Sciences Institute', 곧 줄여서 ’CSI'가 되겠습니다. ‘장난 치냐?’라는 반응부터 ‘재미있다’까지 반응은 폭넓은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런 반응을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저희에게는 성공이었습니다. 부서의 명칭과 업무영역이 약간 변했다는 것을 알렸고, ‘Sales talk'과 같은 얘기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내부에서는 각 소조직별로 자신들 각 구성원들의 개성이나 업무 성격, 거주지 등에 따라 ’라스베가스‘, ’NY', "마이애미‘ 등의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사기와 결속력을 높이는 과정을 갖기 되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음미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이런 명칭, 상표명 등의 변경은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희처럼 공식적인 역할과 조직의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예전의 이름으로도 충분히 포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합니다. 자극과 변화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금물입니다.




둘째, 제품의 경우 기업브랜드와 붙여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어느 기업 소속인지, 어느 기업에서 만든 것인지 다 알고 있는데 굳이 그 기업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쓸 필요가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자원 낭비입니다. 보편적으로 쓰이는 단어라도 특정 분야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일 수가 있습니다. 현재에 그 특정 분야에 있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향후의 확장성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한 부분에서는 톡톡 튀면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굳이 ‘CSI'를 주장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제일기획의 ‘CSI’에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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