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브랜드 최고의 날

입력 2009-03-07 12:26 수정 2009-03-07 12:26
 

        지금으로부터 25년전, 정확하게 4반세기전인 1984년 당시는 공휴일이었던 10월 9일 한글날 친구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등산을 갔다가 고속버스 터미널에 어둑어둑한 무렵에 내렸다. 버스를 타기 전부터 우리는 서울에 닿은 후 가장 신속하게 이동하여 TV를 볼 수 있는 곳과 방법에 대하여 한참을 의논했다. 자연스럽게 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우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린 후 배낭의 무게도 잊고 모두들 1초라도 빨리 가려고 나는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날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이 열렸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절대 다수의 응원에 힘입었는지, 최동원 투수는 혼자서 한국시리즈 4승을 몰아 담는 다시는 벌어질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역사를 우리 앞에서 일구어 냈다. 시리즈 내내 빈타로 허덕이던 유두열 선수가 피로가 역력한 상대 김일융 투수에게서 좌측 폴대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는 홈런을 치는 순간 아파트 다른 층에서 들렸던 환호성을 기억한다. 그 비슷한 정도의 환성은 베이징 올림픽 야구할 때나 다시 들어봤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듯 다리가 꼬이면서 유두열 선수가 비틀비틀거리는 듯이 홈으로 들어올 때, 2008년 롯데가 팬 서비스 행사의 일환으로 입었던 바로 그 파란 유니폼 무리들이 홈플레이트에서 환희의 집단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었다. 상대방의 공격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그들은 승자였다. 최동원 투수가 그렇게 긴장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해설자들이 혀를 차는 ‘쓸 데 없는 행동’이 많았다. 열흘 동안 5경기를 나왔으니 육체적인 힘이라고는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을 터였다. 쓸 데 없는 행동을 통해서라도 시간을 벌어, 마지막 힘을 쥐어짜야 했다.



        이후에 미국의 메이저리그의 월드시리즈 사상 유일한 퍼펙트게임 기록을 가지고 있는 돈 라센(Don Larsen)의 퍼펙트 게임 바로 그 경기에 대한 회고담을 들은 적이 있다. 9회에 들어서 다리에 힘이 빠져 후들거리기 시작했고, 자신도 모르게 “제발 이 순간을 헤쳐갈 수 있게 힘을 주세요(Please help me get out of this)”하는 기도와 같은 소리가 나왔단다. 최동원 투수도 같은 형편이었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대부분의 한국인들도 최동원 투수의 편에 서 있었다.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후는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먼저였다.


        그 때가 바로 롯데가 나의 가슴 속에, 많은 한국인의 가슴 속으로 가장 깊숙이 들어왔던 순간일 것이다. 일부러 져주기까지 하면서 파트너를 골랐다는 막강팀 삼성에 대해 상대가 되지 않는 약체로서 시리즈 전부터 동정표를 얻고 시작했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최동원 투수로 4승을 올려 우승을 하겠다는 롯데 감독의 말이 실현되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롯데에 대한 열기가 불같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기적이 실현되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워낙 극적인 승부였기에 다시금 재현될 수 없는 드라마이기는 했지만, 그 열기를 조금이라도 오래 가져가고자 하는 의지나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무리 한국에서 스포츠 마케팅의 태동기, 유아기 상태였다고는 하지만 롯데라는 구단 자체가 그 1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기적을 자신의 브랜드로 수렴시키는 노력이 전혀 없었다.


        1988년에는 그 기적의 장본인인 최동원 투수를 선수협의회를 결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스포츠 외적인 요인으로 다른 구단도 아닌 삼성에 트레이드시키는 무자비한 행동을 한다. 이후 롯데는 한 차례 더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최고의 팬을 가진, 최악의 구단”이란 브랜드가 붙어 버렸다.

       2008년 제리 로이스터(Jerry Royster) 감독이 오면서 선풍을 일으키기까지 롯데 구단은 최악의 구단이라는 평가를 즐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줄 정도로 구단 운영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구단 운영뿐만 아니라, 롯데라는 기업 브랜드는 전혀 안중에 없는 듯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해야 했을까? 롯데의 역사를 훑으면서 한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월간마케팅> 2009년 3월호 기고문 부분 수정, 발췌-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가상통화의 미래,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현대판 튤립 투기이며 화폐로 인정받지 못할 것 727명 59%
  • 결제·지급 수단으로 인정받아 은행 대체할 것 499명 41%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