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겪은 명절 트렌드 3가지

입력 2009-01-26 00:11 수정 2009-01-26 00:11
 

직접 겪은 명절 트렌드 3가지




        차례를 처음으로 맡아서 준비를 하고, 진행을 하려다 보니 마음의 부담은 크고, 그럴수록 중간 중간 과정 사이에 구멍이 드러난다. 차례상 차리는 장을 보기 위하여 지난 금요일(1/23)은 아예 오전 휴가를 냈다. 그 때도 이고 지고 장바구니를 가득가득 채워 가지고 온 것 같은데 이후로도 매일매일 사소하게 살거리들이 나온다.




        설을 하루 앞둔 일요일 아침에도 떡집에도 가고, 나물 몇 가지를 사러 동네 상가에 갔다. 전형적인 아파트 단지에 붙은 상가인데, 거기는 나름대로 의도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반찬가게들이 모여 있어서 그 부문으로 특화가 된 곳이다. 특별히 주차장이 없는 조그만 상가인데, 차들이 상가 앞 도로에 2중으로 주차가 쭉 되어 있었다.




        상가 1층의 반찬가게들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거의 모두 차례상에 놓을 동그랑땡을 비롯한 전들과 잡채, 무친 나물을 사러 온 사람들이다. 차례를 지내려면 24시간은 남았는데 그렇다. 당일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정성이 들어가는 냥 전들을 미리 주문해 놓고 가져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하니까, 반찬가게들에게는 설을 비롯한 명절들이 엄청난 대목임에 틀림없다. 이런 경향은 아마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관광지 콘도의 슈퍼마켓에서 차례상 일습을 판다고 하는데, 집에서 차리는 차례 음식부터 콘도 지하의 세트 제품까지 진화도(?)를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인스턴트 음식의 계보와 비슷하게 나오겠다. 인도 카레에 밀가루를 섞는 우리가 보통 먹는 카레 형태를 띤 것이 나왔다가, 아예 밀가루를 섞은 가루카레, 이어서 물까지 부어 이미 풀어 놓아서 데우기만 하면 되는 카레가 나왔다. 이어서 데우기만 하면 되는 카레에 감자나 당근 등의 꾸미를 넣은 것이 나왔다. 군대의 비상식량에는 있다고 들었는데 밥까지 넣은 카레가 그 다음을 장식할 것이다. 다른 반찬거리까지 들어간 것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런 인스턴트식품이 시장을 확대하는 데 감성적인 부분에서의 가장 큰 장애는 바로 ‘죄책감(Guilty)'이다.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 여행을 가버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주위에서는 ’귀성길이 너무 막혀서 미리 다녀왔다‘, ’어르신들께 세배는 몇 주 후에 드리기로 했다,‘는 등의 변명을 곁들이곤 한다. 전을 직접 부치지 않고 가게에서 사는 데도 이런 죄책감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죄책감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여, 그 자체가 의미 있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




        이와 연관된 전설적인 광고 사례가 바로 맥스웰 인스턴트커피이다. 게을러 보일까봐 선뜻 사용하기를 꺼리는 주부들에게 인스턴트커피를 사용하는 사람이 앞서 가는 합리적이고 사회 활동도 열심히 하는 그 때의 기준으로는 세련된 신여성이라는 인식을 심어 줌으로써 지금의 맥스웰이 가능했다. 이런 것이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다. 차례상 일습을 혹은 기성 차례 음식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유망한 시장으로서 생각하는 분들을 위하여.




        오후가 되어 나물을 데치려는데 참기름이 떨어졌단다. 주섬주섬 코트를 아침부터 따지면 네 번째로 꺼내 입고 동네 슈퍼에 가니 나 같은 이유로 온 남자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계란 한 판, 작은 크기의 캔에 든 후추 하나, 그리고 나처럼 참기름 한 통 등등.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속성을 생각했을 때 우리같이 가족들이 많이 모이지도 않고 10명 안팎의 식구들이 모여서 단출하게 모시는 차례를 준비하는 집들일 것이다. 거기서 남자들은 그런 보급품 심부름과 함께 애들을 건사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예전처럼 대가족이 모여서 형님, 동생, 삼촌하면서 하루나 이틀 먼저 차례음식을 맛보며 화투를 돌리던 모습과는 확실히 다른 양상을 보여 준다.




        “예전에는 그런 심부름을 집안 어린 애들이 했는데, 이제는 어린 애들이 가장 귀하신 몸, 바쁘신 몸들이 되어 있으니, 남자들이 해야지. 여자들은 요리하느라 바쁠테고.” 이번에 처음으로 며느리에게 차례를 맡기신 어머니께서 남자들이 심부름 다니는 모습을 전해 듣고 하신 말씀이다. 예전 같으면 대가족이 모이니 애들도 많았다. 심부름도 하면서 부엌을 들락날락거리며 빈대떡 한 조각이라도 얻어먹는 재미에 기웃거리며 부름을 기다리는 애들에게 심부름이란 시혜와도 같았다. 그러나 이제 애들 학원 일정에 맞추어 귀성 시간이나 여부가 결정이 되고, 집에 있는 애들도 공부를 한다고 하면 어른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비위를 맞추어 주기 급급하다.




        이번 설을 준비하면서 내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들을 아래와 같은 세 가지로 정리 할 수 있겠다.




-아웃소싱(Outsourcing)의 적극적 활용

-잡역부 역할을 하는 남편들

-귀하신 몸, 중고생




        위에서 언급한 현상들이 금년 설에 갑자기 나타난 것들은 아니다. 그러나 모두가 앞으로 우리가 명절 준비 관련하여 더욱 자주 볼 수 있는 소위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것들  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각각이 ‘여성 파워의 증대 -> 남녀 평등’, ‘과도한 교육 열풍’이란 우리 사회의 거대 트렌드들을 반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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