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드라마

입력 2009-01-20 10:21 수정 2009-01-20 13:18
 

창업자의 드라마




        애플(Apple)사의 창업주이자 브랜드 상징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병이 심하기는 심한 것 같다. 오래 전부터 아프다고 소문만 무성하고 몇몇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만 들리다가 올해 1월14일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다. 6월까지 일상적인 회사 업무에서 떠난다고 했다. 매일 결재 받고 하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표현이야 매일매일(Day-to-day)라고 했지만 거의 완전한 공백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약간은 농담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당장 새로운 제품을 프리젠테이션 해 줄 잡스가 없는 애플은 어떻게 신제품을 내놓을 것인가? 누가 신제품을 기자들과 전문가들까지 그들의 객관성을 팽개친 채 열광적인 환호성을 내지르도록 만들면서 소개를 할 것인가? 그런 환호성과 함께 이어지던 제품에 대한 것인지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것인지가 모호하지만 지면을 메우던 찬사와 애플 매니어들의 뜨거운 호응을 누가 이끌어낼 것인가?


        창업주나 브랜드 아이콘 역할을 하던 인물들이 사라지고 난 후 기업브랜드의 문제점은 아주 심각하다. 단순하게 프리젠테이션 주자 하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드라마 열심히 보다가 주인공 죽고 나니 그 이후로 후반부를 끌고 나가는 인물들이 새롭게 등장해도 애초의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더 이상 재미없어서 못 보겠다는 식으로 되기 쉽다.


        둘째 아들놈이 집에 굴러다니는 상중하 세 권으로 된 어린이용 삼국지를 읽는 것을 보고 짬짬이 어디까지 갔냐는 식으로 소설의 진척 정도를 물어 보았다. 중권의 끝 부분에 적벽대전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유비나 제갈량이 죽으면서 끝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제갈량이 죽으면서 자신의 목상을 만들어 구가 죽었다고 믿고 안심하고 추격길에 나선 사마의 곧 사마중달을 놀래키며 혼비백산 도망치게 했다는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쫓았다(死諸葛 能走生仲達)'는 대목이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었다. 실제로 삼국지는 제갈량의 죽음 이후는 아들 녀석이 읽고 있었던 어린이 삼국지처럼 아예 취급을 하지 않은 서판이 많다. 내가 만난 삼국지를 제법 읽었다는 사람들도 제갈양 사후의 부분을 읽었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참고로 내가 처음 본 을유문화사의 <소년삼국지>는 대학에 들어와서 한문 공부 겸 토(吐)만 달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라 <현토삼국지(懸吐三國志>라 이름 붙인 책을 보면서 대조를 해보니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아주 충실히 번역한 것이었다. 소년삼국지 총 6권 중 제갈량은 5권 중후반에서 죽는다.



 ‘Jobs-less' 애플의 미래는?




        애플은 이미 잡스가 없었던 'Jobs-less'의 시대를 겪어 봤기 때문에, 그리고 잡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아서 버틸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픽사(Pixar)처럼 잡스가 만들었지만 잡스가 떠난 이후에도 창의성을 잘 지키는 경우가 애플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두 가지 면에서 잡스가 사라짐으로써-병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너무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긴 하다-, 애플은 아주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 애플의 위상이 이전 잡스가 없었을 때와 현격히 다르다.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던 시기 애플의 점유율은 가장 잘 나가던 PC 분야에서도 20%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잡스가 지금처럼 제품을 알리는데 전면에 나서지도 않았다. 곧 아이콘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기업 내에서의 제법 심각한 권력다툼의 핵심에 있는 정도였다.


        잡스가 첫 번째로 물러난 이후 애플이 한 자리 수로까지 점유율이 떨어진 데는 실제 제품 자체가 그리 뛰어난 것이 나오지 않았던 까닭이 크다. 잡스 개인의 영향은 제품 개발에서의 내부적인 문제에서는 모르겠지만, 외부 고객들에게 미친 것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플에는 엄청난 충성도와 단결력을 과시하는 매니어 고객들이 있었다. 이들이 있었기에 잡스가 떠난 것 자체가 아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97년 잡스가 돌아오면서는 내부적인 정신적 지주이자 개발의 아이콘으로 잡스가 자리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 잡스와 애플의 제품들이 동일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비주류의 제품이 아니라 아이포드 같은 경우는 70% 이상까지 점유율이 가고 있다. 이제 애플의 제품을 이용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예전의 애플매니아, 맥을 고집하는 이들과 달리 그야말로 대중들이다. 잡스에게 이들은 연예계 스타에게 열광하듯이 환호를 보낸다. 반대로 잡스가 떠났을 때 이들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은 이전의 매니아들과 달리 바로 등을 돌릴 수 있다.


        둘째, 앞의 얘기와 약간 중복되는데 픽사와는 달리 애플의 마케팅에서 잡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 버렸다. 픽사는 제작 부분에서 혁신을 일으켰지만 영화마케팅의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그러나 97년 이후 애플의 신제품은 잡스를 중심으로 잡스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이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다. 거의 모든 내노라하는 전자 기업들의 전시회로 매년 초 라스베가스(Las Vegas)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였던 애플의 잔치인 맥월드의 흥행이 잡스가 나오지 않음으로 바로 흥행에 실패했다고 한다. 




        지난 번에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소재로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을 비롯한 창업자들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애플에서의 잡스는 좀 더 특이한 경우이다. 더욱 드라마틱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는 드라마 속에서 어떤 시즌2와 3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계속 살펴보도록 하겠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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