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는 브랜드

입력 2009-01-11 18:58 수정 2009-01-11 18:58
 

어디에나 있는 브랜드




        전 세계적으로 복싱은 1970년대에 인지 절정이었다. 한국에서도 프로야구나 프로축구가 없던 시절 몇 되지 않는 스포츠 잡지 표지나 스포츠 신문의 1면에 복싱 선수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한 종목만을 다루는 전문잡지로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가판으로까지 팔린 잡지는 <펀치라인>이란 복싱 잡지만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인기를 이끈 것은 누가 뭐래도 무하마드 알리였다. 한국에 몇몇 세계 챔피언들이 줄을 이어 노와 국민적 영웅이 되고는 했지만, 그 조차도 무하마드 알리라는 존재가 세계적으로 복싱의 인기를 올려놓은 후광효과도 있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3년 전에 모대학에 가서 특강을 하는데, 당시 한국에서도 꽤 방영이 되던 알리와 그의 딸로 여성 복싱 챔피온인 라일라 알 리가 출연한 아디다스 광고물을 틀어 주었는데, 학생들 반응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광고는 보았는데 무하마드 알리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복싱의 인기가 그 정도로 떨어졌는지 몰랐다. 아니면 한국의 대학생들이 그만큼 과거의 사실이나 인물에 관심이 없어서이기도 하겠다.




        지난 한 주 상가 조문으로 거의 매일을 보내면서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아파서 주말을 거의 침대에 쓰러져 보냈다. 준비하고 있는 원고는 고사하고, 심심풀이 책만 겨우 읽으면서 머리 아픈 것을 잊는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집 서가의 스포츠 섹션을 찾는다. 스포츠 관련 서적이 몰입의 정도가 가장 높다. 이번에 눈에 띈 책은 뉴욕 출신의 스포츠기자가 자신이 직접 목격한 스포츠 세계를 뒤흔든 10개의 장면 혹은 경기를 뽑아서 낸 것이었다.




        그 중 하나가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첫 번째 대전이었다. 둘 간의 세 차례에 걸친 격돌, 특히 필리핀 마닐라에서 벌어졌던 3차전은 너무도 유명하여 나도 몇 차례 소재로 삼아서 글을 쓴 적도 있고, 경기 자체는 물론이고 관련한 다큐멘터리도 수차례 보았었다. 1차전은 아무래도 인기가 떨어지는 프레이저가 승리를 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이렇게 집중 조명한 글을 보지를 못하여서, 이번 기회에 좀 더 자세하게 당시 경기가 벌어졌던 매디슨 스퀘어 가든(MSG)과 기자들과 두 선수간의 만남 등의 뒷얘기를 흥미 있게 읽었다.




        그 중 한 장면으로 어느 기자가 무하마드 알리에게 티미(Timmy)와 릭키(Ricky)라는 친구의 아들들에게 전달할 사인을 부탁했단다. 그러면서 그 아들들의 엄마가 애들이 방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골치 아파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 말을 들은 무하마드 알리는 다음과 같이 썼다.




        To Timmy and Ricky, from Muhammad Ali.

        Clean up that room

        or I will seal your doom.

        (너희 청소 안 하면, 내가 너희 손을 볼테다)




        여기서의 묘미는 알리가 ‘room'과 'doom'으로 운을 맞추어 시와 같은 형식을 취했다는 사실이다. 기자는 같은 경우에 프레이저는 어떻게 반응할까 싶어 같은 부탁을 프레이저에게 했다. 프레이저는 메모 용지에 다음과 같이 썼단다.




        “If their mother didn't have trouble making them clean their room,

        they wouldn't be boys...Best Wishes, Joe Frazier."

        (엄마가 말 안 해도 방 청소하는 사내놈들은 없지...화이팅, 조 프레이저)




        기자는 이 예를 바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Float like a butterfly, Sting like a bee)"와 같은 화려한 스타일의 알리와 ‘도대체 꾸밀 줄 모르는(down-to-earth honesty)' 프레이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작은 사례라고 얘기한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운 장면에서도 인물 전체를 규정지을 수 있는, 곧 브랜드를 정의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컨셉트를 잡는다거나 성격을 보여준다고 거창한 조사를 벌여 수 십장의 그래프와 함께 보여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기업 브랜드의 근본적인 모습을 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 작년에 현대 계통 회사에 들어간 친구 하나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작년에 예전에는 현대그룹의 연수원이었고, 지금도 현대 관련 기업들의 연수원이나 연구원이 모여 있는 곳에 강의를 하러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거기서 입문연수를 받았다고 한다. 건물들의 입지에서 조경까지 삼성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바로 건물 배치에 기업의 브랜드가 반영된 까닭이다. 알리식으로는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See the Land

        Get the Brand.




        이런 사소한 것으로 보여 주는 기업 브랜드가 훨씬 더 잘 와 닿고 이해가 잘 되며 설득력이 있다. 기업 내부의 표지판이나, 조경, 구내식당 등에서 기업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 뭐가 있는지 찾아보자. 그리고 내 주위의 것들에서 아니면 나의 일상적인 습관이나 행동에서 내 브랜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생활이 보다 흥미로워 질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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