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예측하지 말라

입력 2009-01-02 14:42 수정 2009-01-02 14:42
 




일단 지난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외부 악재가 꽤 사라졌다. 우선 기름값이 대폭 떨어졌다. 지난해 7월 배럴당 140.7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요즘 배럴당 36.45달러까지 내렸다. 전문기관들은 올해 연중 기름값이 배럴당 50~60달러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의 연간 원유 도입량이 9억 배럴이므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싸지면 경상수지가 90억 달러 개선된다.




        모신문에 실린 희망 섞인 예측이다. 이 기사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BRICs가 질 터이니, 이제 ICK(India China Korea)에 주목하라’는 말이 마치 성지(聖旨) 혹은 기정사실이나 되는 냥 모든 신문의 1면에 실렸다. 그런데 아침에 힐끗 한국 증시는 이제 구세주를 만나서 장밋빛 2009년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한 1면의 머리기사를 보고 나서 운동을 하러 갔다. CNN에서 2008년에 있었던 주요 사건을 월 단위로 보여 주고 있었다.




        8월의 자료화면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위에 나온 두바이유가 140달러를 넘겼다는 소식이었다. 그 소식을 전하는 앵커는 전문가들은 유가가 200달러 이상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한다는 멘트를 덧붙였다.




        2008년 1월초 비즈니스위크 잡지는 “Ten Likely Events in 2008(2008년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10가지)” 와 “Ten Things Won't Happen in 2008(2008년에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10가지)”를 선정하에 기사로 발표했다.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10가지에 원유가격이 100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이런 것을 두고 예상이 맞았다고 해야 하나?




        사실 2007년의 원유가도 70달러에서 거의 100달러 가까이 부침을 거듭했다. 그러니까 2008년 초에 비즈니스위크에서 원유가가 100달러를 넘을까 라고 의문부호를 붙인 예측은 아주 확률이 높은 그러면서도 조심성을 잃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바로 망신을 당하는 예측이 되었고, 그것을 어쨌든 맞추었다고 하면서 하반기에는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예측을 하면서부터 원유가가 급락하며 더욱 체면을 구겼다.




        위의 기사에서 비록 전문기관들이 그렇게 예측을 했다는 것을 전하는 형식을 취하긴 하였으나, 그것을 경상수지가 바로 구체적인 숫자로 몇 십억 달러 개선된다는 식으로 써버리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전문가로서의 예상치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기관의 것을 가지고, 확대생산을 해버려 그야말로 잘못된 환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의 파급효과에 대한 것은 다른 문제로 하고, 갈수록 모든 부문에서 예측을 한다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단순무식한 내가 생각하는 미래의 원유가는 바로 미래의 수요와 공급의 예상치를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지금의 원유가는 실제 수요와 공급보다는 나날이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 금융기법과 그 창시자와 전수자들 간의 무림 대결 속에서 등락이 더욱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도박판같이 되어버린 가운데 실제의 수요와 공급으로 원유가를 예상한다는 것이 가당한 일이겠는가?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가격정책을 마련하는 데도 요즘은 비슷한 상황에 부딪힌다. 필요에 따른 합리적인 수요보다 지극히 감성적이며 충동적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객의 감성에 불을 지르는 도화선이 무엇이 될지, 그 폭발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지는 테러 행위가 언제 어느 도시에서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한 타격을 주면서 일어난다는 것을 예측하는 것과 별다를 바가 없다. 마케팅에서의 ‘예측’이란 부분과 그에 따른 '효율성‘을 다시금 근본적인 데서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코틀러(Kotler) 선생에게 ’과학적 (Scientific)'의 의미를 새롭게 좀 정의하시기를 요청해야겠다.




        어쨌든 사람들에게 ICK가 뜬다-솔직히 이것을 좋은 의미로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는 기사에 이어 거의 무책임할 정도로 원유가에 대한 희망을 실제 벌어질 일처럼 기사로 실어 놓았는데, 잘 기억해 놓아야 한다. 굳이 나중에 뭐라 하지 않아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자체로, ‘글 아는 자’로서의 두려움을 좀 가지고 글을 쓰지 않을까?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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