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적인 요소를 찾아라

입력 2008-12-23 15:40 수정 2008-12-23 15:40
 

드라마적인 요소를 찾아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업 브랜드를 만드는 역사적 사실들을 요리하는 데 서툰 편이다. 아니 회피한다는 표현이 보다 어울릴 것이다. 수백 번 수천 번의 실험을 통하여 전구를 발명했다는 토마스 에디슨의 신화를 슬쩍 자신의 창업 스토리로 접붙인 GE, 마당 한 구석의 차고에서 불을 밝히며 시작한 HP, 하버드대학을 중퇴하며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은 MS, 한 입 베어 먹고 버린 사과들이 널려 있는 지저분한 방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 그려지는 애플의 창업 스토리는 훤히 뚫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스토리를 만드는 일은 영 어색해 하곤 한다.



        현대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모대학에서 강연한 모습을 그대로 옮겼던 현대중공업의 광고가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조선소가 들어설 지역의 5만분의 1 지도, 백사장 사진만 가지고 선박을 수주했던 일화를 얘기하는 장면에 이어 현대중공업이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광고에 정치적인 노림수가 있다는 등의 의문도 제기되었지만 현대중공업이라는 기업을 사람들에게 새롭게 환기시키고, 다른 기업과 대비되는 색깔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다른 기업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창업자, 정주영 회장이란 자산을 활용하게 가능했던 일이다.


        공과(功過)와 명암(明暗)이 엇갈리지만 정주영 회장만큼 드라마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가는 전 세계 역사를 통틀어서도 찾기 힘들다. 특히 1998년의 소떼 방북 이벤트는 그 발상과 규모, 역사적인 의의 등에서 일개 기업인 차원을 넘어섰던 퍼포먼스였다. 정주영 회장 개인으로 보면, 아버지 몰래 소를 팔아 그 돈으로 가출을 했다가 60년이 지나서 그 소 한 마리를 수백 배로 불려서 고향을 찾는 입신(立身), 양명(揚名), 성업(成業), 환향(還鄕)의 드라마가 모두 담겨져 있다. 더욱이 ‘92년의 대선 출마의 여파로 움츠려든 이미지와 성가를 일거에 만회할 수 있었던 이벤트였다.


        유감스럽게도 현대는 기업 브랜드 차원에서 그 이벤트를 현대와 접목시키는 데 실패하였다. 소위 ‘왕자의 난’과 남북대화와 경협을 둘러싼 이념적 대립과 같은 문제가 있기는 하였지만, 정치적인 의미나 비즈니스의 수익성 여부를 떠나서 장대한 인간드라마, 기업드라마로 만들어 현대라는 기업 브랜드를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었던 기회를 일회성 이벤트로 보내 버렸다.


        삼성의 경우 기업 브랜드에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은 바로 1993년부터 시작된  신경영(新經營)이었다. 사실 신경영은 삼성 내부를 대상으로 한 변화추진, 정신개조의 운동이었고 이후 삼성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외부로도 ‘7 to 4’,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 등등의 상징적인 몇 가지 규칙과 메시지가 전달되며 무언가 다른 ‘삼성’의 기업 브랜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기반이 되었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세계 일류’ 캠페인은 이미 촉발된 새로운 삼성의 기업 브랜드의 스토리를 더욱 공공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제품 브랜드도 마찬가지이지만 기업 브랜드도 자신만의 차별적 지향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 차별점의 실마리를 기업이 만들어지고 성장해 온 과정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 거리가 될만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스토리는 차별점과 함께 그 진실성으로 기업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한번 기업의 역사를 되돌아 훑으면서 이야기 거리를 찾아보자. 이야기 하나하나가 어떤 개념으로 집약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그것을 우리의 지향점과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 측면에서 검토를 하여 구체화시킨다면 기업브랜드를 향한 여정의 반 이상을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기우에서 덧붙이면 그런 스토리나 커뮤니케이션 활동만 가지고 기업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사건들과 메시지들이 갖고 있는 의미와 상응하는 실제 경영 활동과 성과가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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