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무실에 뱀이 들어 왔다면

입력 2008-12-17 16:15 수정 2008-12-17 16:15
 

당신의 사무실에 뱀이 들어 왔다면







        당신의 ‘사무실에 뱀이 들어 왔다면’ 어떻게 처리를 할 것인가? 유수 기업의 강의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고, 10년 전에는 같은 제목으로 책까지 나왔다. 누가 처음 이 비유를 썼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과문하지만 필자가 들은 바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10여년전에 GM의 기업문화를 비판하는 글에 실렸다는 것이 가장 오래 된 용례이다.



        그가 빅3의 몰락을 예견하면서 가장 큰 이유로 방만한 조직문화를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러면서 '뱀 잡는 GM 문화'를 예로 들었다. GM 본사 사무실에 뱀이 한 마리 나타났다. 당황한 직원들은 뱀을 어떻게 처리할 지 생각하면서 일단 '뱀 처리 위원회'를 조직했다. 위원회는 외부 뱀 전문가를 불러 뱀의 종류와 성향에 대해 컨설팅을 받았다. 그런 다음 위원회가 '어떤 성격의 뱀이고, 어떻게 잡아야 한다'고 결정하자 이번에는 '뱀을 잡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다시 뱀 전문가를 불러 '어떻게 뱀을 잡으면 가장 효과적인지'를 들었고, 외부 땅꾼에게 그 처리를 맡겼다. 그렇게 해서 뱀 한 마리를 잡는 데 들어간 시간과 비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토 타임스 2008/12/15자)




        거기서 힌트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무실에 들어온 뱀에 대한 대처법에 관한 유머도 회자되고 있다. 아래 각각의 대처방안을 보시고 과연 어느 기업이나 그룹에 해당하는 것인지 초등하교 시험에서 많이 해봤을 선잇기를 해보자.











사무실에 뱀이 들어왔을 때 대처법



 



기업/그룹





- 처음 발견한 사람이 바로 때려잡는다



 



삼성





- 어떻게 처리할지 소비자 조사를 실시한다



현대





- 특별대처팀(T/F)을 조직한다



CJ





- 회장님께 보고하고, 조치를 기다린다



KT





- 노조와 상의한다



LG





- 1위 기업이 어떻게 하나 본다



한화




        이 농담도 인터넷을 타고 흘러 다니면서 네티즌들이 특정한 사건이나 시류에 맞추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내부에서의 파벌 다툼이 한창이었던 모기업은 ‘뱀이 어느 계보에 속하는지 알아 본다’로, 복잡하고 관료적인 조직으로 알려져 있는 어느 기업은 ‘담당 부서를 지정하는 회의를 소집한다’ 등등으로 변형되었다.


        이런 유사 댓글놀이는 한 업종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도 하여, IT기업에서는 아래와 같은 형태로 놀이판을 벌였다.



        - MS : 뱀이 사무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오피스 업데이트를 발표한다

        - 애플 : 일단 뱀을 잡은 뒤 스티브 잡스가 그 과정을 발표하여 갈채를 받는다

        - 안철수연구소 : 뱀이 들어온 경로를 파악하여, 진입을 막을 백신을 만든다




        기업에서 강의를 할 때 가끔 이 얘기를 하곤 하는데, 주관식 오픈으로 질문을 하면 맞추는 경우가 떨어지지만 선잇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옳은 답을 찾아낸다. ‘답’이라기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특정기업의 특정한 대처방안이 있다.

 

        사무실에 뱀이 들어왔다는 것은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기업마다 대처하는 방식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비슷하게 나름대로 그 기업의 사무실 분위기와 조직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어떨 것이라고 추정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그런 특성이 배여 있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의 선입관을 가지고 평가를 한다. 이렇게 뭐라고 딱 한 단어로 규정을 하지는 못하지만, 막연하게나마 특정한 기업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나름대로의 시각들을 사람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어떤 의미에서 아주 초보적인 단계의 기업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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