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토론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

입력 2008-12-08 11:47 수정 2008-12-08 11:47
 지난 11/22일자의 "GM의 존재증명"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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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토론이 강한 기업브랜드를 만든다




        팔레 교수는 작정하고 준비한 듯,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토론자라 원군(援軍) 역할을 기대했던 한홍구 교수의 기대를 저버리는 질문들을 계속 했다고 한다.




        힐끗 보니 내가 준 발표문에는 새빨갛게 밑줄이 쳐 있고, 여백에는 메모가 가득 적혀 있었다. 팔레 교수의 질문은 끝이 없었다. 그는 지식인과 민중의 관계, 운동 세력의 북한에 대한 인식, 민주화운동과 반미운동의 관계, 민중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의 갈등과 조정 등에 관해 당시의 솔직한 심정으로 ‘악의적’이고 대답하기 고약한 질문만 쏟아 부었다.- 위의 책, 같은 페이지에서 -




        가뜩이나 영어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더욱 고약스런 상황에서 거의 삿대질을 하는 분위기에서 근 세 시간 말싸움을 벌이고 돌아왔다고 한다. 이후 심포지움이 열려 발표하는 날까지 주최 측을 원망하면서도, 한편으로 영어로 토론하는 많은 경우에 그렇듯이 뒤늦게 적합한 단어와 술어가 생각나서 안타까워하곤 했단다.


        심포지움에서 한 교수의 발표가 끝나고 난 후, 팔레 교수는 우호적인 코멘트에 덧붙여 한 교수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보완까지 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진 토론 시간에 한 교수에게 질문이 집중되었는데, 대부분이 팔레 교수가 미리 했던 것이었고, 분해 하면서도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한 교수는 비교적 여유 있게 답할 수 있었단다. 어찌 보면 미국 학계에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마친 한 교수에게 시애틀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팔레 교수는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칠 것을 권유했고 자연스럽게 한 교수가 그것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공식적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2005년 여름에 한 달 동안 미극의 시카고 근교에 있는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의 켈로그 경영대학원(Kellogg School of Management)에서 주관한 교육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교수들이 강의 중에 가장 많이 든 사례가 두 가지가 있었으니, 하나는 GM이고 다른 하나는 스타벅스(Starbucks)였다. 전자는 실패, 후자는 성공적인 브랜드 수립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되풀이 되어 나오는 GM 사례에 물리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역시 GM 사례를 후반기 강의에 나서 끄집어 낸 한 교수에게 질문을 했다. 조금 도발적으로 했다.

        “이번 켈로그 프로그램에서 GM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거의 모든 교수들이 강의 시간마다 언급을 하고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초 내가 대학원을 다닐 시절에도 GM은 비슷하게 실패한 브랜드 사례로 꼽혔다. 그래서 당시 GM 브랜드를 보이지 않고 ‘새로운 출발’ 운운하면서 ‘새턴(Saturn)'을 내놓기도 했고,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GM은 왜 이렇게 실패의 대명사로 취급받고 있는가? 이렇게 20년 가까이 놀림감이 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GM은 정녕 자신의 역사로부터 아무 교훈도 얻지 못했단 말인가? 그 정도로나마 똑똑한 사람이 GM에는 없었는가?”

 
       광고대행사에서도 오래 근무했고, 컨설턴트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던 질문을 받은 교수가 대답을 했다. 우선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GM의 내부 회의에 들어가서 보면 그 조직의 경직성과 캐딜락(Cadillac)을 비롯한 각 사업 브랜드들의 알력이 모두들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을 해결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단다.


        2000년에 GM은 역사상 유례가 없이 40대의 릭 왜고너를 최고경영자로 등극시키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나는 릭 왜고너가 자신의 개혁 의지를 보여 주면서 내부 임직원들에게 변화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동의를 어디기 위해서 만든 영상물을 보았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주요 나레이션과 뜨거웠던 화면과 향수를 자아내며 울려 내 가슴의 고동까지도 함께 울리게 하던 배경 음악을 기억한다.


        ‘한 때 우리는 영광스런 찬란한 여름을 보냈다. 모두들 여름은 지났다고 한다. 그러나 여름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Summer is a state of mind). 우리 다시 한번 찬란한 (GM의) 여름을 만들어 보자!’


        그러나 새턴이 아무리 GM의 흔적을 지워도 내부의 일하는 방식이 그대로 GM의 방식을 따른 것처럼 릭 왜고너의 몸에도 전통적인 GM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국외자로서의 거리감




        팔레 교수는 한 교수에게 유태인인 자신이 한국사를 전공한 이유로 ‘국외자로서의 거리감’을 갖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한 교수에게 한국 내에서 한국사를 공부하는 것도 많은 장점이 있으나, 한국에서 공부하다가 미국에 왔으니 안에서 보는 ‘열정’과 밖에서 보는 ‘거리’를 잘 조화시켜 보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GM에 필요한 것이 아마 그런 조화일 것이다. GM에 평생을 바친 ‘GM인(人)’들의 열정과 GM에 대한 사랑은 어느 기업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GM은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조물주의 창조물이다. 그 열정과 믿음을 객관화시켜 필연적 산물로서 GM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GM이 시급하게 할 일이다. 바로 새롭게 GM의 기업브랜드를 세우는 일이다.


        요즘과 같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급한 불만을 끄려는 미봉책만 거듭하다가는 재기의 기틀마저 스스로 무너뜨리고 퇴장하게 되기 쉽다. 기업브랜드를 세우기 위한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자.




        1. 근본적인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라.

        2. 내부에서의 치열한 토론의 장을 열어라.

        3. 내부적인 열정과 객관적인 거리감을 조화시켜라.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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