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의 정의

입력 2008-11-15 11:12 수정 2008-11-15 11:12


‘see’에서 ‘investigate’까지




        알파벳을 모두 외우고 나서 영어 단어들을 익히기 시작할 때, 똑같이 ‘보다’라는 뜻을 가졌지만 ‘see'와 ’watch'는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선생님께서 한참 설명을 하셨던 기억이 있다. ‘see'는 굳이 보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냥 보이는 것, ’watch'는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으로, 듣는 것으로 얘기하면 ‘hear'와 ’listen'이 같은 식이라는 설명까지 항상 세트로 덧붙이셨다. 어떤 방향, 대상을 보고 있는가에 초점이 주어지면 ‘look'을 보통 ’at'과 붙여서 쓰는 것도 함께 거론이 된다. 어쨌든 과도하게 단순화를 시키셨지만 옳은 구분이다.



        ‘watch'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observe'이다. ‘observe'는 단순히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포착한다는 적극성을 내포하고 있다. 언뜻 보아서는 보이지 않고, 단순히 주의 깊게 살펴보아서도 선뜻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뭔가 나름대로의 방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을 규명할 것인지,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볼 것인지, 보는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대체적인 체계가 잡혀 있어야 한다. 풀고자 하는 문제가 보다 명확하고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재료들을 과학적인 체계 속에 넣고 풀어나가는 단계는 ’investigate'이다. ‘investigate'에는 모든 대상을 이 잡듯이 탐색하고(search), 파고들어 간다(inquire)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보고(視), 파악하고(觀), 판단한다(察)




        한자(漢字)에도 영어 단어와 비슷하게 여러 단어들이 비슷한 의미지만 구분이 되어 존재하고 있다. 한자야말로 ‘보다’는 뜻으로 다양한 단어들이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시(示)’와 ‘견(見)’의 두 자이다. ‘보다’의 의미를 지닌 다른 단어들은 거의 모두가 이 두 글자의 파생품이다. 어원적으로 따지면 ‘시’는 신에게 희생을 바치는 대(臺)의 형상으로 조상신의 뜻을 나타낸다고 한다. 제사와 밀접하게 연관을 갖고 있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는 뜻이 강하다. 반면 ‘견’은 사람 위에 큰 눈(目)이 자리 잡고 있는 형상으로, 형체가 명확히 ‘보인다’와 그것을 본다는 두 가지 의미로 두루 쓰인다.


        ‘시’와 ‘견’ 이 두 글자가 합쳐진 ‘시(視)’는 영어의 ‘see'와 ’watch'에 걸쳐 있는데,  ‘본다’는 행위에 조금 더 초점이 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귀신의 경우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視之而不見)‘는 유교 경전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구절처럼 딱히 한 곳에 집중하지는 않지만 보려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시력(視力)‘이라는 것도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을 어느 정도 보느냐의 1차원적 힘을 따지는 것이다.


        ‘관(觀)’은 생각하면서 주의 깊게 본다는 뜻을 지녀, ‘watch'에 가깝게 출발했지만, 쓰이는 예를 보면 ’observe'쪽으로 약간 더 치우쳐져 있다. 되어 가는 추이를 본다는 ‘관측(觀測)’, 멀리 본다는 ‘관망(觀望)’, 무엇무엇에 근거한 인과관계 속에서 본다는 ‘유시관지(由是觀之)’ 등이 바로 ‘관’의 그러한 성격을 잘 보여 준다.


        여기서 더 깊이 철저하게 파들어 가서 보는 것이 바로 ‘찰(察)’이다. 이는 자세하게 거의 만져 보면서 살피고, 훤히 드러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과관계 속에서 파악해 보는데 그치지 않고, ‘그 말미암음 바’, 곧 인과관계 자체를 드러내 보인다(察其所由). 곧 조사하여 밝혀내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제까지 해 온대로 영어 단어로 따져 보면 ‘찰’은 ‘observe'와 ’investigate'에 걸쳐 있다고 할 수 있다.


        ‘보다’에서 출발한 이들 세 한자 단어의 하이어라키(Hierarchy)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가 논어(論語) 위정(爲政)편 10장에 실려 있다.




‘시기소이 관기소유 찰기소안 인언수재(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瘦哉)’




        이는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 밖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視), 그 행동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觀), 그 행동이 목적을 이루었는지 바로 결과에 대한 만족여부 까지를 판단(察)한다면, 사람의 본성과 됨됨이를 숨길 수 없다는 뜻이다.

 
       바로 현상, 원인, 결과를 보는 단계별로 합당한 단어를 적시했는데, 이들 단어들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한 단계 올라가면서 이전 단어의 의미를 내부에 축적하면서 새로운 뜻을 더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관’에는 ‘시’의 본다는 행동이 들어가 있고, ‘찰’에는 인과관계를 파악하려는 ‘관’의 생각이 담겨져 있다.

 
       사실 영어건 한자건 이들 단어들의 영역은 그렇게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지 않다. 서로 겹치는 부분이 존재한다. 사전에 보면 ‘observe'가 ‘관찰(觀察)하다’로 나와 있지만,  ‘관찰’은 위에서 본 영어 네 개와 한자 세 개의 단어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써야 한다. 그냥 피동적으로 보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적극적으로 찾아서 보는 것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 옳다. 그리고 그저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행위까지 범주에 넣어야 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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