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숭례문과 남대문

입력 2008-02-17 06:46 수정 2008-02-17 06:46




브랜드 숭례문과 남대문




        많은 사람들에게 숭례문보다는 남대문이 더욱 귀에 익고, 널리 쓰인다. 숭례문이라고 쓰인 버스노선도를 본 적도 없고, 택시 기사에게 숭례문 가자고 얘기한 적도 없다. 남대문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공공기관인 경찰서나 소방서도 남대문경찰서, 남대문소방서로  이름이 되어 있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이번 화재사고 이후 대부분의 신문이 헤드라인에서 숭례문으로 표기하여 좀 의아했다. 그러나 본문으로 들어가면 인용하는 것은 거의 전부이고 기자들도 대부분 남대문이라고 쓰고 있었다. 숭례문이라고 하지 않고 남대문이라고 했다고 큰 불경죄를 지은 듯이 얘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한데, 지금 단계에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가장 좁은 의미의 그러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호칭으로서의 브랜드로 숭례문이 제대로 사람들 속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일 뿐이다. 왜 그럴까?




        먼저 숭례문으로 이름을 붙이고 현판을 달아 놓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하지 않았고,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은 것 같다. 문제가 있는 브랜드의 출발점은 당사자들로부터 찾아야 한다. 그냥 상황에 맞추어 이름만을 지어 놓는 것에서 그치고, 사람들에게 합당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하는 데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숭례문의 경우도 오행에 따라 남쪽의 의미가 담긴 ‘예’를 가져다 쓰고, ‘숭’이라는 좋은 의미의 한자를 가져왔으며, 세로로 현판을 써서 관악산의 불의 기운을 막는다 등의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일반 백성들에게는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행 같은 어려운 것 따질 필요 없이 일반 백성들에게는 동서남북 사방에 있는 문 중에서 남쪽에 있는 것으로 ‘남대문’이란 호칭이 자연스럽게 초기부터 자리를 잡았다. 실록에서도 남대문이라고 언급한 것이 많다고 한다.




        이번 재앙을 통하여 숭례문이란 정식명칭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나, 내게는 ‘남대문’이란 명칭이 더욱 친숙하고, 브랜드 본연의 의미와 가치를 더욱 많이 가지고 있다. 문화재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조선초 서울 도성을 지을 때 건축되어, 숱한 전란에서도 살아남은 서울에서 가장 오랜 목조 건축물이란 것이 역사성의 근간이다. 거기에 그 600여년을 거쳐 오면서 갖게 된 이야기 거리들이 가미된다. 즉, 김정희가 양녕대군이 썼다고 알려진 ‘숭례문’이란 현판 글씨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보고 있었다는 얘기, 1907년 당시 일본 황태자 행차를 위하여 어처구니없이 성벽을 헐었다는 식의 일화들이 덧붙여져 역사성, 일반 다른 브랜드에서 통용하는 용어로는 역사적인 유산이란 의미로 ‘Heritage'가 구축이 되는 것이다.




        상징성은 부여된 의미에서 나온다. 숭례문보다 남대문이 일반적인 용어로 자리 잡은 것은 당연히 남쪽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관문의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북대문인 숙정문이 산속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동서의 대문들은 남북으로 긴 우리나라의 지형과 한강을 이용한 수운이 발달했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도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사람들이 드나들었을 것이다. 철도가 놓인 이후에도 보면 서울역이 바로 남대문 앞에 있으니, 기차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이 남대문을 바라보며 서울에 온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대문은 서울의 4대문 중에서도 자연스럽게 서울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남대문을 서울의 상징에서 국가의 상징으로 밀어 올린 것이 바로 ‘국보 1호’라는 지위(?)였다. 어떤 연유로 남대문이 국보 1호가 되었는지에 상관없이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보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이 되었다. 남대문이 국보 1호가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충격이나 반향이 컸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언론에서 ‘국가적 자부심’ 등과 연계시키는 것은 아마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 언론의 경우 국보 1호라는 것을 ‘No. 1 National Treasure' 혹은 순서를 바꾸어 ’National Treasure No.1', 좀 풀어서 쓴 경우는 ‘National treasure'의 목록을 만들면서 ’No. 1 ranking'을 부여했다는 식으로 표현을 했으니, 이들 기사를 본 외국인들의 경우 공인된 한국 최고(最高)의 보물이 소실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들 외국 언론들은 당연하다 할 정도로 ‘South Gate' 혹은 ’Namdaemun'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숭례문이란 호칭이 아무 의미도 없고, 부연설명만 해야 하는 뉴스 가치나 지면 혹은 시간의 효율적인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적절하지 않은 용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신문만을 살펴보았을 때, 숭례문으로 표기를 통일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느는 것 같다. 솔직히 너무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제망숭례문가(祭亡崇禮門歌)’ 식의 글들을 다투어 연재하며 지나치게 인격화, 신성화하는 것처럼 거북하고 부담스럽다. 남대문의 원래 공식적인 명칭이 숭례문이란 것은 대한민국인 거의 모두에게 인식이 되었을 것이다. 숭례문의 존재와 의미는 아무리 사람들이 남대문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화재는 앞으로 역사나 문화재 관련한 수업에서 훌륭한 사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아가 숭례문으로 부르도록 강요하는 것은 수업의 효과와 브랜드로서의 친밀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만을 가지고 올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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