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성마케팅이란

입력 2007-10-08 15:22 수정 2007-10-08 15:22
진정한 여성마케팅이란

 

     1999년 미국에서 벌어진 세계 여자 월드컵축구대회는 여자 축구의 인기를 전세계적으로 폭발시킨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최강대국들이 결승에서 격돌을 하였고, 1994년 미국월드컵 이래 조성된 축구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그 바탕을 제공하였으며, 극적인 승부들도 제법 나와서 미국 매스컴들도 대회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당연히 결승전이 대회의 하이라이트이지만,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은 경기 결과보다는 오직 한 장면을 두고 두고 얘기해왔다. 승부차기에서 미국의 마지막 키커였던 브랜드 채스타인이 결승골을 성공시키고 유니폼 상의 벗어 제쳤던 그 장면.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유니폼 안에 받쳐 입었던 검정 나이키 스포츠 브라의 기억.

 

     나이키 스포츠브라는 당시 시판되기 전이었는데, 사전 예약 주문이 빗발칠 정도로 채스타인의 세리머니는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여성용 스포츠 의류와 용품 붐을 불러 일으켰다는 이상으로 자주적인 여성들의 힘과 자신감의 상징과도 같이 자리 잡았다. 그 여세를 몰아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나이키가 대표주자로 내세운 모델은 육상 단거리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매리언 존스였다. 나이키는 매리언 존스를 단순한 스포츠 스타를 넘어서 사회적인 목소리까지 담은 광고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여성의 모습까지 담아 내려 했다. 그리고 때 맞추어 여성 스포츠 의류 전용 브랜드인 '나이키 가디스(Nike Goddess)'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여성 최초의 4관왕이 기대되던 매리언 존스가 3관왕에 그치며 김이 약간 샜다. 이어 약물 복용 의혹이 대두되고, 남편과의 별거와 이혼으로 사회적인 역할 모델로서 매리언 존스의 이미지는 퇴색해 버리고 말았다. 지난 주 매리온 존스는 약물복용 사실을 7년만에 시인함으로써 스포츠계에서 완전히 퇴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나이키 여성 의류의 매출은 비약적으로 늘어나 2001년에 바로 남성 의류의 매출을 추월했다. 이후에도 나이키의 경우 계속 빅 모델을 중심으로 매출과 함께 사회적인 목소리까지 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노력을 하고 있다. 후자의 성과가 좀 미미하기는 하지만.

 

     핑크와 레드 등의 대담한 색상의 아이포드(iPod)로 여성 고객들을 끌어 당긴 애플은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상징으로서 창립 초부터 여성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여성 고객들에게 다가서려 했다.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형상의 애플 로고의 유래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꽉 짜여진 질서에 대한 반항으로서 이브가 베어 먹은 선악과를 상징한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지금도 광고 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애플의 '1984'에서 IBM을 상징하는 화면 속의 빅 브라더(Big Brother)를 깨는 해머를 던지는 사람은 바로 운동복 차림의 여성이었다. 실제로 사무적이고 무뚝뚝하기 그지 없는 컴퓨터에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 바로 애플이었다. 속이 훤히 보이는 세미누드와 모서리의 유선 처리라는 외형과 베이지색의 우중충한 단색 제품에 과일과도 같이 다섯 가지 색상을 내놓은 것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이런 경향이 아이포드 나노 레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모토롤라의 핑크 레이저폰 등 여성 소비자들을 겨냥한 다양하고 대담한 색상을 입힌 전자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색상과 디자인과 같은 외형에서 애플다운 특성을 발휘하기가 힘들어졌다. 한편으로 고정관념과 질서에 대해서 저항한다는 정신은 사라지고 화려한 색채만이 표피에 남아 버려,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면의 '애플다움'을 잃어버린 측면도 있다. 패션과 IT기술을 접목시키는 디자이너로 유명한 다이애나 엉(Diana Eng)의 "핑크색을 쓰면 여성들에게 어필한다고 생각한다"는 틀에 박힌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니(Sony)의 경우 일찌감치 소니의 제품들이 창조하는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에 초점을 맞추어, 그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소니 스타일(Sony Style)'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소니스타일 브랜드를 막 알리던 시기에 같은 이름으로 잡지까지 발행했는데, 기사 내용이나 편집이 유수의 여성 패션 잡지보다 훨씬 트렌디하고 고급스런 느낌을 주었다. 전자제품까지도 패션 아이템처럼 여성 고객들에게 판다는 대단히 앞서 가고 혁명적인 착안이었다. 그런데 소니는 제품이 여성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를 못했다. 소니라는 이름에 걸맞는 혁신적이고 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제품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지금 소니스타일은 여성들의 패션 스타일보다는 유통 브랜드와 같은 성격으로 변질이 되었다.


     막연히 여성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색상을 제품에 사용하고, 여성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패션 아이템처럼 꾸미는 것은 여성 마케팅의 수많은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다. 진정한 여성 마케팅의 출발점은 자신의 브랜드의 의미를 확실히 하고, 제품 소비자로서의 여성을 넘어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여성의 사회성과 연결된 메시지와 장치를 가지고 다가서야 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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