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인생`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입력 2004-06-24 17:25 수정 2004-06-24 17:25
사노라면 기쁘고 행복해 혼자 미소지을 때가 있습니다.

퇴근해 집에서 만난 아이들이 환한 얼굴로 "다녀 오셨어요" 할 때, 누군가 제 글을 "잘 읽었다"고 말해줄 때, 회사나 모임에서 제 역할과 몫을 인정해줄 때, 처음 만난 이가 호감을 표시하면서 친해지고 싶어할 때, 혼자 가도 다른 손님과 합석하라고 눈총 주지 않는 골목길 식당 아줌마를 볼 때, 20년을 한결같이 조용한 얼굴로 배달시간을 잘 지키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볼 때, 일이 아무리 밀려 있어도 대충대충 하지 않는 사람을 볼 때 등.



또 있습니다. 교무실로 택배시킨 환경미화용 달력과 아이들 간식용 떡을 받은 즉시 전화해 "고맙습니다. 달력은 잘 쓰겠습니다. 애들한테 떡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라고 연락해준 선생님을 생각할 때, 장례를 치르느라 자동차를 며칠 닦지 못하니 양해해달라는 메모를 남겨놓고도 아이들을 보내 닦아준 세차아저씨를 생각할 때 제 마음은 푸근하고 여기저기서 긁히고 뜯겨 생긴 생채기도 감쪽같이 가라 앉습니다.



뿐인가요. 사물과 세상의 면면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바라본 적확한 글을 읽을 때, 이렇다할 대사 한마디 없이 세상 온갖 농지거리를 모아 만드는 짜깁기 투성이인 영화판에서 시종일관 스토리를 잘 엮고 관객을 모독하지 않는 영화를 만날 때, 목청 좋은 가수가 곡과 가사 모두 좋은 노래를 정성껏 부르는 걸 들을 때, 음식맛과 친절함을 함께 갖춘 기분좋은 식당을 만날 때, 문 앞에 정성스레 가꾼 화분을 가지런히 내놓은 아름다운 가게를 볼 때 저는 문득 "아, 살아봐야지" 싶어집니다.



문화예술과 생활을 20년 이상 담당해온 덕일까요, 기자이면서 아줌마인 까닭일까요, 저는 늘 세상을 통째로 바꾸고 싶어하는 커다란 목소리보다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작은 행동이 훨씬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바로 그런 이들에 대한 얘기, 문득문득 초라하고 남루해지는 세상에서 "아, 살아봐야지" 싶게 만드는 사물에 대한 느낌과 다함께 고쳐봤으면 하는 일들을 솔직하게 적은 것들입니다.



인생을 맛있게 만드는 건 로또복권 당첨같은 큰 일보다 누군가 먼저 반갑게 인사해주고, 맛과 친절을 함께 갖춘 식당을 만나고, 머릿속에 섬광을 일으켜주는 예술작품을 만나는 것이라는 믿음을 새삼 일깨우는 일들을 담은 셈이지요. 신문글의 경우 시사성을 띠어야 하고, 길어야 2백자 원고지 8장을 넘기기 힘들어 생각을 제대로 담아내기 힘들었는데 2002년 인터넷 신문인 한경닷컴에 커뮤니티가 생긴 덕에 분량 제한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었습니다.



그때그때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하기도 하고, 시간에 관계없이 함께 되돌아봤으면 하는 일을 다루기도 했는데 책으로 묶으면서 편의상 세 부문으로 나눴습니다. 1장 `부대찌개라는 슬픈 이름`에선 우리의 의식주 전반을 돌아봤고, 2장 `당신을 보았습니다`에선 누추한 삶에 용기를 주는 얘기, 3장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선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제 나름의 시각을 모았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외롭고 고단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잠시 미소지을 수 있는 여유와 신발끈을 다시 매는 용기를 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출판시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책을 만들어주신 김연홍 사장님과 한경닷컴 커뮤니티를 맡아 애써준 이지원씨, 글을 올릴 때마다 먼저 읽고 동감과 격려로 힘을 준 사랑하는 제 인생의 동반자와 수많은 독자들에게 말로 표현할 길 없는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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