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드렌드 변화(2)-매장 진열은 고객과의 대화

입력 2007-03-09 11:07 수정 2007-03-09 11:07
매장 진열은 고객과의 대화

 

      광고와 홍보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얘기하곤 했습니다. 광고는 '나를 사 달라'고 하는 것이고, 홍보는 '나를 사랑해 달라'는 것. 고객들이 나를 사게 만들기 위하여, 유명인 소위 빅모델(Big models)을 쓰거나 충격적인 그림이나 헤드라인으로 만들어 주목을 끌고, 이후 제품의 이모저모 특성을 나열하여 사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광고의 유형이었습니다. 홍보는 제품보다는 기업 전체에 관련된 업무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사랑해 달라는 것보다는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소극적인 측면이 훨씬 컸습니다. 그런데 요즘 광고들을 보면 제품에 대해서 시시콜콜 얘기하기 보다는 고객들에게 생각하고 얘기할 수 있는 거리를 던져 주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야 고객들이 제품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한정이 되어 있어서, 광고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정보 채널이 다양하게 되어서 굳이 그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홍보는 반대로 정보 제공 쪽에 더욱 충실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고객들이 정보 탐색 과정에서 혹시나 왜곡된 정보를 받을 지도 모른다는 데서 그런 것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예전의 매장에서의 진열은 '눈을 돌려 나를 봐주세요'하는 데서 '나를 집어 주세요'라고 행동을 촉구하는 데 정도까지의 목적만이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나와 대화를 나누시죠'하는 쪽으로까지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진열 자체가 바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하나의 통로가 된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매장 자체를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의 장(場)'이라고 일컫고, 미디어(Media)'의 하나로까지 분류를 하고 있습니다. 나와 대화를 나누고, 내가 나의 얘기를 하는 것은 한 번에 끝나는 행위가 아닙니다. 새로운 도구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얘기할 거리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오늘 당장 얘기를 시작하여 행동까지 유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단 대화를 시작했으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가족 단위의 쇼핑 인구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쇼핑 과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남자들과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 역시 그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는 하나의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공간에서는 키오스크 등을 통하여 매장에 대한 정보, 게임기나 다른 오락거리가 제공이 됩니다. 미국 남가주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는 PDA와 GPS 기술을 활용하여 매장을 3D로 화면에 담아 게임처럼 쇼핑을 즐기도록 하는 방법과 기기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특정 품목들을 가장 짧은 동선을 이용하여 담아 넣는 방법, 가장 싼 가격으로 특정 품목의 제품들을 쇼핑하는 방법 등 게임 소프트를 개발할 여지는 무궁무진합니다. 무엇보다도 남자와 아이들같은 소외층들의 매장과 쇼핑 자체에 대한 친근감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하게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방식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하고 있습니다. LCD화면을 이용하여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더욱 폭넓게 제공할 수 있고, 터치 스크린(Touch screen) 형식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진열에서 아주 기본적인 도구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Epicenter라는 곳에서는 쇼핑몰 안의 특정 공간에서 바이팟(Buypod)라는 PDA 형식의 조정기로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는데, 곧 GPS 형식으로 들고 다니면서 위치를 확인하고, 가격 비교도 하며 제품 자체에 대한 심도있는 정보도 얻으면서 구매할 수 있는 시기가 오리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보다 편리한 쇼핑을 하도록 도와 줄 것입니다. 그런 흥미 유발과 편리함이란 외형적인 측면 이상으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은 그런 신기술의 이기(利器)들이 고객과의 대화를 유도하고 지속시키며, 끈끈한 관계를 맺는 데 일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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