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rketing과의 만남 3.

입력 2007-03-02 13:54 수정 2007-03-02 13:54
Mr. Marketing과의 만남 3.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드는 수단 중의 하나로 제법 일찍부터 관심을 가진 분야 중의 하나가 스포츠마케팅이다.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파는데 모든 목표를 두었던 커뮤니케이션 활동에서 삼성이라는 이미지를 해외에 심고자 전략적인 접근을 내부적으로 거의 최초로 시도했던 1995년부터 스포츠는 당시 그 전략 입안을 맡고 있던 사람들에게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1995년 해외 커뮤니케이션전략이라는 것을 세운 직후부터 그 때까지 산발적으로 지역 법인에 의해 실행되고 있었던 각종 스포츠 관련 스폰서쉽 활동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것을 전략적으로 실행하는 방안을 수립하는 그룹 차원의 스포츠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게 되었다. 이후의 과정 자체가 우리가 당시 짰던 전략과 실행계획대로 된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스포츠를 기업 이미지, 브랜드라는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용해야 한다는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시금석을 놓았다는 데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삼성 그룹 차원으로 접근하고 실행했던 최초의 종합적인 스포츠 마케팅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었던 1996년의 애틀란타(Atlanta) 올림픽 마케팅 전략 수립과 사후 평가, 다른 기업들의 활동 등을 조사하면서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 갔다. 1997년초에 삼성의 브랜드전략 수립을 위하여 출장을 다니다가 어느 날 서울에서 보니 삼성의 올림픽 TOP 스폰서 자격 획득을 위한 특별 TF(Task Force)팀이 구성되어 있었다. 모두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이 멤버로 들어가 있었는데, 한 친구가 "너도 브랜드전략만 아니었으면, 이 팀에서 함께 하고 있을텐데"라고 할 정도였다. 이후 삼성 마케팅 활동의 핵심으로 올림픽이 자리를 잡으면서, 당연히 올림픽을 중심으로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마케팅의 수단으로 스포츠에 관심을 쏟기 오래 전부터, 여느 사내 애들이 그렇듯이 스포츠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삼성전자 기업광고인 '또 하나의 가족' 예전 편에 나왔던 것처럼 김일 프로레슬링 경기를 시청하러 이웃집으로 마실을 가기도 했고, 축구 국가대표팀의 박스컵(Park's Cup)-'박정희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가 나중에 이렇게 줄여져 불려졌고, 5공 시절에는 그냥 '대통령배 국제 축구대회'로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다-의 연이은 영광과 그에 대비되어 월드컵과 올림픽 등 정말 굵직한 대회 지역예선에서의 숱한 좌절의 순간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지금에 돌이켜 보면 그 많은 애들이 어떻게 그 한정된 공간에서 놀았는지 모르겠지만 축구나 '짬뽕' 혹은 '찜뿌'라고 불리었던 유사·간이 손야구는 잠시의 틈만 나면 즐기던 것이었다.

 

      그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중학교 1학년 때 샘터사에서 출간하였던 홈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베이브 루드(Babe Ruth)의 전기를 읽으면서 해외로,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내가 알량하나마 미국에 대해서 나름대로 이해를 하고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은 '베이브 루드(Babe Ruth)'를 통해서였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을 시작하면서 어머니께서 당시 동아일보 기자였던 김광희 씨-우리 나라 최초의 야구전문기자라고 할만한 분이다-"베이브 루드 전기"와 김동길 교수의 "링컨 전기"를 베이브 루드 책은 한번만 보면 되고, 링컨 전기는 여러 차례 읽으라는 당부와 함께 사 주셨다. 실제는 베이브 루드 책은 외울 정도로 수없이 되풀이하여 읽었고, 링컨은 한 번 정독하고 이후 부분 부분 맘에 드는 곳을 찾아 읽었다. 베이브 루드 전기를 통하여 당시의 메이저 리그 야구 선수들과 메이저 리그 시스템 뿐만 아니라 미국 동북부와 중서부, 특히 맨하탄과 뉴욕 근처의 지리에 익숙해졌다. 선수들의 배경과 각 팀들 팬들의 특징 등을 통하여 다인종 사회로서의 미국과 지역별 특성까지 기초적으로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베이브 루드의 생애를 연대기적으로 훑어 나갔기 때문에 20세기 전반기의 미국 역사의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미국에 대한 나의 첫 교과서는 베이브 루드 전기였다고 자랑스레 얘기한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은 베이브 루드 전기를 통하여 미국 메이저리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얻은 후인 중학 2학년 때, AFKN-현재의 AFN-으로 시청한 레지 잭슨이 모두 초구를 때려 3연타석 홈런의 신화를 일구어 냈던 뉴욕 양키즈와 LA 다져스의 전설적인 월드시리즈 6차전이 강력한 촉매의 역할을 했다. -사실은 메이저리그 야구를 넘어 내 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나를 스포츠 역사광(歷史狂)(Sports history mania)이라고 부른다. 또 우연히도 바로 위에서 언급한 월드시리즈 게임을 비롯하여 역사에 남는 경기들을 주로 현재는 AFN이라고 명칭이 바뀐 AFKN을 통하여 직접 시청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NBA의 LA 레이커스(Lakers)의 루키 매직 죤슨(Magic Johnson)이 원맨쇼를 펼쳤던 필라델피아 식서스(Philadelphia Sixers)와의 결승 6차전, 역시 매직 죤슨이 베이비 훅 슛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던 래리 버드(Larry Bird)의 보스턴 셀틱스(Boston Celtics)와의 경기, 투수력과 화력에서 모두 압도적인 막강 오클랜드 에이스(Oaklanf A's)를 만나 9회말 2사후 절뚝거리며 타석에 들어서 날린 커크 깁슨(Kirk Gibson)의 홈런 등등. 이들 경기 얘기를 들은 한 친구가 "전설적인 경기는 다 보았네요(You watched all the legendary games!):하면서 감탄을 했던 적도 있었다.

 

        2006년 12월 코틀러 교수를 그의 겨울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Florida)의 사라소타(Sarasota)라는 곳으로 찾아가 만나서 워크샵을 하기로 했다. 굳이 사전준비라고 할 것은 아니었지만, 코틀러 교수와 관련된 새로 나온 기사와 문헌 등을 찾다 보니까, 기존의 코틀러 교수의 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The Elusive Fan』이란 스포츠 팬, 바로 스포츠 소비자를 중심으로 스포츠의 세계를 마케팅적으로 정의, 해석한 책이었다. 위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원래 어릴 때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스포츠 마케팅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었고, 아주 직접적으로는 2006년 상반기에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에서 한국의 '스포츠 소비자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Sporsumer」보고서를 냈기에 스포츠 팬들의 분석서인 그 책이 더욱 인상깊게 와 닿아, 바로 그 책을 주문했고, 12월 만남의 자리에 가지고 나갔다. 그리고 첫번째 만남에서 그렇게 애써 피했던 저자 서명도 자연스럽게 요청하여 받았다. 그 전에 몇 번씩 만나서도 그랬겠지만, 스포츠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 친밀감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사라소타에서 워크샵을 마치고, 저녁을 코틀러 부인인 낸시 코틀러(Nancy Kotler)여사까지 초청하여 함께 했다. 코틀러 부인은 하버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학부 졸업 후에는 로스쿨(Law School)에 진학을 하여, 몇 년전 은퇴하기 전까지 변호사로 일을 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방면의 취미를 가지고, 은퇴 생활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근래는 중국에 관심이 많다면서 '전족(纏足)'부터 시작하여, 미스터 마케팅의 부인답게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에까지 날카로운 질문들을 연이어 던졌다. 자리를 함께 한 미국 친구가 코틀러 여사에게 내가 학부에서 중국사를 전공했고, 부인은 중문학 교수라며 약간의 우황을 떨어 혼자서 쩔쩔 매며 질문들에 답할 수 밖에 없었다.

 

        코틀러 여사는 18세에 21세의 필립 코틀러를 만나서 둘 다 학생부부가 되고, 거의 방음이 되지 않는 콘세트를 두 가구가 나누어 쓰던 건물에서 500페이지가 넘는 코틀러 교수의 논문을 자신이 직접 일곱 부를 타이핑을 했으며, 이후로도 50년 가까운 결혼생활 동안 소비자의 생각을 비지니스 파트너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자부하였고, 코틀러 교수도 그에 대해 환한 미소와 함께 강한 긍정과 동의의 신호를 보냈다. '코틀러 교수의 끊임없는 저술 활동이 부인 때문에 가능했군요'라고 약간의 아부성 발언을 하자, 만면에 미소를 띄며 "그렇기도 하지요"하면서 코틀러 교수를 쳐다보며 다시 한 번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덧붙인다. "그렇지만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에요. 필립 자신이 끊임없이 그런 트렌드를 쫓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지요. 새로운 기기들이 나오면 사서, 수시로 만져 보고 실험해 보며 노력을 해요." 그리고는 다시 코틀러 교수를 쳐다보자 이번에는 그의 얼굴에 자부심 가득 찬 미소가 환하게 피어났다. 자신은 그런 새로운 기계에 흥미가 없단다. 자신이 최근에 써보고 유용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오직 하나 자동차 내비게이터(Navigator)란다. 사라소타 근처에 큰 도시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탬파(Tampa)라는 곳도 자신이 혼자 가지를 못했는데, 내비게이터를 장착하고는 운전하고 다녀왔단다. "그런데 말이죠, 내비게이터에서 나오는 말을 따라 가서 사람을 만나고는 왔는데, 가는 도중에 무엇이 있었는지 전혀 아무 것도 모르겠더라구요. 기술이 발전된다는 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분명히 있어요."

 

        그렇다. 여행을 한다고 할 때 미리 결정을 내린 목적지를 가서  그 곳에서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곳까지 가고 또 돌아오는 과정도 매우 중요한 여행의 요소이다. 매출, 수익, 시장점유율과 같은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따른 그 과정이 또한 중요하다. 단기적인 특정 목표를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를 해 가면서 달성했을 때, 그 다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미스터 마케팅이란 코틀러 교수의 출발점이자 지금까지도 유효하게 흐르고 있는 기조는 바로 목표를 달성하는 마케팅이 아닌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과정 자체가 만족스럽고 충실하게 수행이 되었을 때, 목표 달성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스포츠팬에 관한 책으로 화제를 돌리려, 중학 시절 베이브 루드와 링컨의 전기를 선물 받고, 어머니의 뜻에 반하여 베이브 루드 것만 반복하여 열심히 읽고, 그를 통해 미국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자 박장대소를 하며 우리네들 어머니들처럼 얘기를 했다. "사내애들은 어디나 다 그래!" 그래도 칭찬을 덧붙여 주었다. "그런데 당신은 엄마 말은 듣지 않았지만, 아주 효과적으로 재생산, 아니 소비를 했네. 굳 보이(Good boy)!"

 

        코틀러 교수가 스포츠팬에 관한 그 책을 '코틀러 집안의 여섯 명의 운동선수들에게(To the Kotler family's sis athletes)' 바친다며 나열했던 여섯 명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리고 바로 딸 중 하나가 12월 중으로 세 쌍둥이를 출산할 예정이라며 회의 끝나면, 그 뒷바라지를 위하여 간단다. 그리고 달포가 지나 세 쌍둥이를 무사히 출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코틀러의 가족 마케팅 과정에 또 하나의 빛나는 순간이 아로 새겨졌을 것 같다. 그리고는 곧 낸시 코틀러 여사와의 금혼식이 뒤를 이을 것이다. 자신의 연령만큼이나 많은 저작들과 업계에서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상과 명예와 같은 업적보다 코틀러 교수가 가장 성공한 부분, 자신이 이룩한 최고의 라이프 타임 밸류(Life Tine Value)의 근본이자 원동력이자 성취는 바로 낸시 여사를 비롯한 가족이었다.

 

        마케팅도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최우선입니다. 여러분, 가족에게 잘합시다! - 이런 말을 큰 소리로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앞으로 잘해야지!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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