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Lexus)가 일본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

입력 2006-12-28 10:42 수정 2006-12-28 10:42
렉서스(Lexus)가 일본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

 

      2007년이면 GM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토요다(Toyota)가 고급 승용차 브랜드인 렉서스(Lexus)를 일본 시장에 도입한다는 2005년 8월의 기사를 보고 이 지면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일본 시장에 도입되지 못하였던 이유를 추론해 보고, 주의 깊게 지켜보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첫째, 일본에서는 토요다라는 브랜드가 아주 소형에서 프리미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막강한 브랜드라 굳이 렉서스라는 에둘러 가는 독립 브랜드가 필요 없었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기업 브랜드에 대해서 갖는 신뢰와 구매 준거로 작용하는 면이 다른 곳보다 훨씬 크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립 개별 브랜드전략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P&G도 일본에서는 기업 브랜드를 다른 곳보다 크게 내세운다.

 

둘째는 일본인 특유의 집단주의를 들 수 있다. ‘튀지 말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처럼 굳이 고급 브랜드라고 대놓고 얘기하면, 사람들이 사려고 하다가도 말 것이다라는 심리적 요인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렉서스가 1989년에 출시한 시점부터 일본은 버블경제에 들어가, 고급 자동차 시장이 크게 형성되기가 힘들었다는 면이 있다. 그리고 둘째의 요인과 맞물려 버블 경제 상황에서 대놓고 고급 브랜드를 출시할 때 예상되는 사회적 여론의 반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제 일본의 자동차 시장은 어떻게 보면 1980년대 말의 미국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벤츠와 BMW가 급속하게 세를 늘여가고 있고, 토요다는 첨단, 패션, 품위에서 무언가 예전의 GM의 캐딜락이나 포드의 링컨과 같은 나이 먹은 이미지를 주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사회 가치관에 따른 집단주의에 개의치 않는 세대가 그런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그 국면을 타개하고자 드디어 렉서스 브랜드가 나온지 16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것이 금의환향이 될지, 씁쓸한 귀환이 될 지는 흥미 있게 지켜보자.

 

      실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일본 시장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볼 때, 원래 목표의 60% 정도를 달성한 수준이란다. 1년이라는 기간이 렉서스가 일본 시장에서 실패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짧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부진한 모습에서 시사점은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왜 일본에 렉서스를 도입하지 않았을까?'하는 측면과 렉서스가 미국에서 성공하게 된 이유를 함께 조망하는 데서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렉서스라는 브랜드가 불러 일으킬 새로운 점이 없었다. 일본인들에게 렉서스라는 브랜드는 일본 시장에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브랜드가 아니었다. 그들은 세계 시장 1위로 올라서는 '토요다 신화'의 일부분으로서 충분히 렉서스를 알고 있었다. 미국에 처음 렉서스를 출시할 때처럼 과점(寡占) 상태의 시장에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돌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시장 전체의 변화가 아닌 단순한 토요다 내에서의 전략적 변화의 의미로만 받아들였을 뿐이다. 새로운 브랜드가 나온다는 설렘이 렉서스 신화의 재현을 꿈꾸었을 토요다 경영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그런 설렘을 뒷받침할 만큼 제품이 따라 준 것도 아니었다. 이미 토요다의 이름을 달고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을 원래의 이름을 찾아 준다는 미명하에 렉서스로 이름만 바꾸어 내는 것과 같은 모양새였다. 지난 11월 일본의 광고대행사인 하쿠호도(博報堂)에서 발표했던 새로운 마케팅의 물결이라는 「Next Marketing」이란 문건을 보면, 예전에는 'Re-brand'로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Re-product'가 되어야만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코호도에서는 '브랜드'를 사실 좁게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를 정의할 때는 제품의 특성까지, 즉 물리적, 감성적 속성까지 모두 포함된 총체적 개념으로 하지만, 하쿠호도의 경우 '상표명'과 그것에서 연상되는 감성적 속성에 치우쳐 정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어쨌든 같은 제품이라도 어떻게 불리는가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제품 자체가 바뀌지 않고는 힘들다는 것인데, 렉서스의 경우 이름만 바꾼 꼴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러한 간판 바꾸기는 일본 시장에 잘 맞지 않는 미국향의 제품을 그대로 도입했다는 인식을 주는 역효과까지 불러 일으켰다. 일종의 '진공(眞空)효과(Vacuum effect)'라고 할 수 있다. 즉 뭔가 새로운 것이라고 나왔는데, 소비자에게 아무런 메시지로 남는 것이 없으면 소비자들은 그 진공 상태를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는 것으로 채워 버리는 것이다. 렉서스가 새로 나왔다고 하는데, 제품에 대해서 알맹이 있는 메시지가 없으니, 소비자는 미국에서 성공한 렉서스를 그대로 일본으로 들여왔다고 생각을 하고, 그 제품들은 미국향으로 만들었으니 일본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맘대로 자기 내키는 대로 꼬리를 물고 들어가게 된다. 이런 진공효과는 요즘에는 그런 소비자들의 굴절된 의견이 맘대로 공표되기 때문에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완결형의 메시지를 전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원하는 방향 쪽으로 이끌어서 놀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토요다는 자신들이 확고한 리더쉽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하이브리드(Hybrid)를 렉서스의 기폭제로 삼으려는 것 같다. 최초의 대량생산되는 후륜 구동 하이브리드로서 렉서스 GS450h를 2006년 3월에 대대적으로 공표하였으나, GM 측의 자신들의 트럭이 앞서서 개발된 것이라는 주장에 정정을 하여야 했고, 하이브리드라는 자신들의 입지 전체에 상처가 가게 만들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2007년부터 고급형 세단으로는 최초로 LS 모델에 하이브리드 라인을 첨가할 것을 알리고 있다. 이미 흠집이 난 하이브리드가 렉서스를 살리는 역할을 할 것인지, 하이브리드가 추구하는 에너지 절약과 환경과는 상치되는 면이 더욱 많은 고급형 세단에서 과연 하이브리드가 어떻게 접목되어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제 2라운드에 들어서는 일본 시장에서 렉서스의 성과를 지켜 보는 관찰 포인트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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