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rketing과의 만남 1.

입력 2006-12-18 03:19 수정 2006-12-18 03:19
Mr. Marketing과의 만남 1.

 

      대학 시절 경영학과 친구들이 농담을 하는 것에서 처음으로 마케팅이란 단어를 들었다. 지금은 전설 혹은 너무나도 진부한 농담으로 치부되는 '도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란 시험문제의 전설이 실제로 벌어졌던 현장담을 실제 경험한 친구로부터 들었을 때였다. 전혀 마케팅이란 것을 모르는 때였지만, 당시로서는 현장감이 뒷받침되는 아주 신선한 유머였다. 이후 오며 가며 설마 마케팅이란 단어에 아예 귀를 닫고 살지는 않았겠지만, 먼 데 세상의 단어로만 생각을 해서인지,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 세계에 발을 딛을 때까지-미국 애들이 잘 쓰는 표현으로는 'Real world'에 참여하기 전까지- 마케팅은 나의 단어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삼성의 그룹 입문교육에서 분명히 마케팅 과목 교육도 이루어지고, 몇몇 회사의 마케팅 부문에서 꽤나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는 양반들이 강사로 나왔겠지만, 마케팅 관련하여서는 당시 반도체 부문의 마케팅부 부장이라는 분만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분도 전체적인 강의 내용보다는, 당시의 입문교육이라는 것이 어떤 관계사로, 어떤 특기를 가지고 갈 지가 정해지지 않은 신입사원들에 대한 설명회와 같은 성격도 띄고 있었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밝은 미래와 그것을 마케팅 부서가 이끈다는 식으로 힘 주어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특별하게 마케팅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한다는 핵심적인 내용은 전달이 되지 않았지만, 마케팅이란 것이 기업경영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는 인식은 최소한 심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홍보 부서에 정식으로 배치를 받고 일을 하면서, 마케팅은 그냥 다른 부서의 이름에 붙어 있는 일부로만 존재했다.- 요즘이야 MPR(Marketing PR)이라고 하여, 홍보와 마케팅을 한데 묶어서 얘기를 하지만, 당시만 해도 홍보와 마케팅은 별개였다.

 

      경영대학원으로 유학가기 전에, 다른 곳의 경영대학원으로 가는 친구가 미국의 책값이 비싸기 때문에 어느 경영대학원에서나 쓰는 필수적인 책 몇 권은 한국에서 사 가지고 가는 것이 낫다고 해서-당시는 해적판이 버젓이 큰 서점에서도 팔리던 시절이었다- 산 책들이 몇 권 있었는데, 그 중 미국에서 교과서로 쓴 책은 몇 번째 판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의 『Marketing Management』밖에 없었다. 워낙 경영학이 생소한 분야이기도 했고, 몇몇 친구들이 코틀러의 그 책에 대해서는 아는 척을 하면서 읽기를 권해서 입학 전에 시도를 했는데, 별 흥미가 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인간을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본다는 인식이 들어서 거부감이 일었다.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한 이후에 마케팅개론 비슷한 과목에서 참고도서의 하나로 언급은 되었으나, 수업 진도를 나갈 때 쓰는 주교재는 다른 책을 써서, 코틀러의 책은 서가에 고이 모셔 두었다가 이사할 때에만 쌓인 먼지를 터는 식이었다. 그래도 최초로 산 경영학 관련 책이어서인지, 의당 갖고 있어야만 된다고 생각을 해서인지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90년대 중반 이후에 내 나름대로 브랜드를 정의하고 정리하면서, 다시 들추어 보게 되었다.

 

      코틀러의 『Marketing Management』 책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 1967년이라고 한다. 기업 경쟁의 핵심이 무엇인가에 따른 시대구분에 대해 여러 주장들이 있지만, 대체로 1970년대를 마케팅의 시대라고 보았을 때, 그 마케팅 시대를 연 사람이 필립 코틀러이고, 거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고객을 기업 활동의 전면(前面)으로, 시장의 주인공 중의 하나로 이끌어 낸 사람이 바로 코틀러였다. 그리고 광고 활동이 전부였던 것처럼 여겨졌던 마케팅에 과학적이고 통합적인 '관리'의 개념과 방법론을 접목시킨 사람이 바로 코틀러였다. 그래서 그에게 자연스럽게 'Mr.Marketing'이란 호칭이 붙었다.

 

      그렇지만 코틀러의 그런 관점을 나는 삐딱하게 해석하였다. '고객중심'은 고객의 행복을 증진하기 보다는 하나하나의 고객으로부터 최대한의 수익을 빼낸다는 것으로, 관리기법의 접목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무자비함으로, 합쳐지면 기업 경영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마케팅에 인간의 냄새가 나지 않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 코틀러를 인식하였다.

 

      2002년말 업무 때문에 미국 최고의 저명한 경영학자들에 대해서 두루 조사를 하게 되었다. 당연히 코틀러도 조사 대상의 최상위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고, 당시까지 그가 낸 논문과 책들을 제목 혹은 요약이나마 훑어 보게 되었다. 그의 관심 분야는 계속 넓어지고 있었다. 기업의 수익 창출보다는 인간 본질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예술, 공공 분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가브랜드, 아시아 문화와 시장, 인간적인 디지털 등 분야는 넓어지고, 인간적인 깊이는 더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처음의 인상이 워낙 강하고, 본격적으로 그의 저작들을 파고 들지 않아서, 수익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마케팅'의 상징으로만 계속 남아 있었다.

 

      그와 실제로 대면(對面)하게 된 것은 2005년 여름이었다. 그가 몸담고 있고, 학교가 현재의 위상을 갖도록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노스웨스턴(Northwestern) 대학의 켈로그 스쿨(Kellogg School)에 한 달 과정의 연수를 갔을 때 과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마무리 특강의 강사가 바로 필립 코틀러였다. 다른 일로 인하여 그의 강연 말미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강의가 끝나고, 함께 갔던 친구들이 저마다 책 한 권씩을 가지고 줄지어 내려가서 책에 사인을 받고 기념사진들을 찍었다. 코틀러는 그런 과정에 너무나 익숙했다. 사인하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흐름이 지나치다 싶게 자연스러워서, 내게는 그 모습이 거만스럽게 비추어졌고, 무슨 자존심을 지키는 것인냥 혼자 애써 무관심한 척, 그가 강의장을 나갈 때까지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년여가 지나서 그와 한 달 간격으로 계속 만나고, 그의 별장지로 가서 부인까지 만나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자녀들 얘기를 포함한 공사(公私)에 걸친 대화를 나누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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