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노트북 리콜과 주식가격

입력 2006-08-18 09:19 수정 2006-08-18 09:19
델 노트북 리콜과 주식가격

 

      "델(Dell) 컴퓨터 사상 초유의 위기"라는 성급한 헤드라인까지 나왔다. 바로 아래에는 역시 굵은  글씨로 "노트북 컴퓨터 410만대 리콜"이 움직일 수 없는 증거처럼 찍혀 있다. 인터넷에는 어느 호텔의 세미나룸 같은 곳에서 연기가 나며 불이 붙는 델 노트북의 동영상이 여느 그렇고 그런 인터넷 상의 화제거리 사진이나 동영상처럼 엄청난 속도로 퍼지고 있단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리콜은 델의 2분기 실적 발표를 사흘 앞 둔 상황에서 나왔는데, 이미 2분기말부터 델의 실적이 대단히 부진하여, 델의 주식가격이 7월초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계속 경신하고 있는 터라 그 충격은 더욱 큰 듯이 보였다. 그런데도 일견 델 컴퓨터의 분위기는 차분하기만 한 느낌이다. 주식 가격의 변동이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런 차분함의 바탕을 보여 주는 듯하다.

 

      델의 주가는 사실 작년 중반 $40 이상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 단기적으로 근래 3개월을 보면, 6월 2일 $26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못한 것을 정점으로 7월 21일 $20 아래로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후 $20에서 $22 사이의 좁은 범위 내에서 부침을 거듭했다. 주식시장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도 사실 우리의 주식시장과 현격한 대조가 되지 않나 싶다. 연기가 펄펄 나고 그래서 사람들이 자리를 피하는 충격적인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가 되고 있는데, 주가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터인데 우선은 거시적으로 미국 사회가 우리 사회에 비해서 커뮤니케이션의 점도(粘度)-내가 자주 쓰는 용어로는 '커뮤니케이션 집중도(Communication intensiveness)'가 떨어진다. 다른 측면에서는 그만큼 사람들의 기호나 화제 따위가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사건이나 해프닝이 대다수 국민의 관심사항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브랜드적인 시각에서 약간 더 깊이 들어 가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델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최고의 품질을 의미하지 않는다. 델을 사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존의 일방적으로 주어진 복잡하기 그지 없는 유통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사양의 컴퓨터를 만든다는 뿌듯함이다. 그 결과로 값 싸게 컴퓨터를 장만하는 실질적인 이득을, 내 마음대로 해냈다는 감성적 혜택이라고 할 수 있는 뿌듯함과 함께 소비자가 누리게 된다. 무론 기본적인 품질은 갖추고 있어야 하고, 이번의 인명을 해칠 수도 있는 불량제품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나, 품질을 최고로 내세우는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그 타격이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델의 주가는 대규모 리콜이 결정되면서 급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리콜이 발표된 15일에는 3.95%가 올라서, 7월 11일 이래 한 달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 회사인 렉시콘 커뮤니케이션즈(Lexicon Communications)의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델의 대처가 위기관리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며 그 증거로 반등하는 주가를 들었다. 이제 공은 문제의 배터리를 만든 소니(Sony)로 넘어간 것 같다. 델의 신속한 대처에 비하여, 소니 측에서는 델의 리콜이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나도록 별다른 대책이나 코멘트가 나오지 않고 있다. 꼭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소니의 주가는 15일 0.38%에 이어 16일 1.15%씩 이틀 연속 떨어졌다. 주가라는 것이 그렇게 정확하고 논리적인 지표인가, 특히 브랜드의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아직도 고민을 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브랜드 자산 가치를 화폐가치로 바꾸어 얘기하는 것인데, 나는 아주 단순하게 보면 주식의 시가총액에서 유형자산의 가치를 뺀 것이 미래의 가치까지 감안한 브랜드 자산 가치라고 생각한다. 주식의 가치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의 지혜가 총합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다음의 사건을 보자.

 

      1986년 1월 28일 우주왕복선인 챌린저(Challenger)호가 이륙한지 74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폭발의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관련 주식들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폭발 후 단지 21분이 지난 시점에 엔진을 제조한 업체부터, 연료탱크 부품업체 등 4개 업체의 주식이 3~6% 가량 떨어졌다. 그런 업체 중에서 고체연료 부스터 로케트라는 것을 만든 모튼 씨어콜(Morton Thiokol)이란 기업의 주식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 기업은 폭발 직후 거래가 중지될 정도였고, 약간 진정된 기미가 보인 후인 한 시간 후에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6% 급락을 했다. 결국 씨어콜 주식은 그 날 마감시간까지 12%가 떨어졌다. 반면 다른 관련 기업들은 대체로 회복세를 보여서 평균적으로 3% 떨어진 것으로 그 날 장을 마감했다. 그리고 6개월 후 대통령 직속의 챌린저호 폭발 조사위원회는 씨어콜사에서 납품한 부스터로케트가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제임스 스로위키(James Surowiecki)가 쓴 "The Wisdom of Crowds(군중의 지혜)"에 나온 바로 위에 언급한 챌린저호에 관련한 주가부터 다른 이야기처럼, '우매한 군중', '아무 것도 모르는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과적으로 집약된 지혜는 옳은 방향과 해답을 알려 준다. 그 지혜가 결집되어 나타난 것이 주가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현재까지는 발 빠르게 옳은 방향으로 대처하고 있는 델과 늦장대응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소니의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이 언제까지 갈 것이지 궁금하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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