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에서 생긴 일은...

입력 2006-08-06 21:39 수정 2006-08-14 09:19
라스베가스에서 생긴 일은...

 

- 라스 베가스 관광의 정수(精髓)를 집어낸 슬로건의 묘미

: What Happens Here Stays Here

 

      전혀 은밀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은밀한 유혹(원제: Indecent Proposal)"으로 번역되어 상영된,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와 데미 무어(Demi Moore)가 주연한 영화에서 데미 무어 부부는 금전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생역전의 꿈을 안고 라스 베가스로 간다. 당연히 뜻한 대로 되지는 않고 더욱 더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들은 억만장자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치명적인 제안을 받게 된다. 100만 달러를 줄 터이니, 데미 무어와 하룻밤을 지낼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당장의 금전적 필요에 쫓겨 남편과 합의하고 억만장자와 하룻밤을 지내게 되나, 그로 인하여 부부 사이는 금이 가게 되고, 결국은 헤어지게 된다. 남편이 계속 그 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의심스럽게 캐묻고, 그럴수록 여유있게 친절을 베푸는 억만장자에게 여자는 끌려 갔던 것이다. 여자와 헤어져 한참이 지나서야 남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여자의 용서를 구하는 극적인 행동을 하고, 마침내 둘이 다시 결합하는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라스베가스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간다. "레인맨(Rainman)"의 탐 크루즈(Tom Cruise)를 생각해보라. 어떤 사람들은 거기에 보태어, 아니면 일확천금을 통하여 일탈의 로맨스를 꿈꾸고 간다. 그 두 가지 욕망에서 완전히 배격된 자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 니콜라스 케이지(Nicholas Cage)가 처절하게 망가진 모습을 보였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Leaving Las Vegas)"이다.

 

      그런데 1997년에 나온 체비 체이스(Chevy Chase) 주연의 영화 "Vegas Vacation"을 보면, 라스 베가스가 가족들 여행지로 얼마나 좋은지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90년대 라스베가스는 과거의 금전지상주의의 향락적인 라스베가스의 이미지를 벗어나서, 가족 관광객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전개하였다. 실제로 90년대에 건설붐이 일어나면서 지어졌던 엑스캘리버(Excaliber), 엠지엠(MGM), 뉴욕뉴욕(New York, New York)등의 대형 카지노 호텔들은 놀이동산이나 동물원 등의 가족형 오락을 제공한다는 것을 자신들의 주요 포인트로 삼았다. 필자가 처음 라스베가스를 방문한 해가 엑스칼리버가 개장을 한 1991년이었는데, 중세 기사들의 쇼가 벌어지는 것을 관광객 유치의 주요 포인트로 대대적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라스베가스라는 브랜드는 태생적으로 가족들의 관광지라는 개념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또 가족들의 관광지라는 시장에서는 올랜도(Orlando)나 LA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가 없었다. 라스베가스의 도박이나 로맨스가 체비 체이스의 영화에서처럼 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가족들이 있는 한에서는 부담스러울 뿐이다. 라스베가스가 컨벤션(Convention)의 중심 도시로 성장하는 데는, 출장자들을 달래 주거나, 기대를 가지게 할 수 있는 돈과 로맨스가 충분한 효력을 발휘하긴 했으나, 역시 가족단위 관광객을 끄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90년대의 시행착오를 넘어서 라스베가스가 2003년에 새로운 캠페인의 슬로건으로 가지고 나온 것이 바로 위의 '여기(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일은, 여기에 묻고 가라(What Happens Here, Stays Here)'이다. 라스베가스는 한바탕 정말 일탈을 위하여 오는 장소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겠지만, 기대를 하고, 신나게 즐기고, 떨쳐 버리고 오는 그런 곳인 것이다.

 

      이 슬로건은 나오자마자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여러 종류의 패로디가 만들어져서 또 잠재적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하게 쓰인 사례는 슈퍼보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인다는 단일 프로그램인 오스카(Oscar), 곧 2004년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자인 빌리 크리스탈(Billy Crystal)이 시상식 마무리를 지으면서 다음과 같이 얘기한 것이다. "What happens at the Oscars stays at the Oscars(오스카 시상식장에서 생긴 일은 오스카 시상식장에 두고 가세요)." 수상을 하지 못했다고 상심하지 말고, 거기서 떨치고 다시 새롭게 연기 활동을 하라는 의미를 라스베가스 관광브랜드 슬로건을 가지고 멋지게 표현을 했고, 라스베가스 역시 최고의 PR효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 슬로건은 미국인의 유행어구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라스베가스에 도착하는 사우스웨스트(Southwest)항공의 승무원들은 내리는 승객들에게 자연스럽게 "What happens in Vegas stays in Vegas"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교회는 "What happens in Vegas, God knows about(당신이 베가스에서 한 일을 하나님은 알고 계십니다)"란 문구를 교회 주보에 인쇄를 했다고 한다. 하나님은 항상 보고 계시니, 모든 것을 알고 계시니, 라스베가스같은 곳에 가더라도 조심을 하라는 경고로 쓰인 것이다.

 

      이 슬로건이 이렇게 히트를 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앞서 얘기했던 지역브랜드 연구시의 특징과 접근법에 기초하여 하나씩 따져 보자.

 

      먼저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고자 한 목적이 분명했다. 90년대의 가족들을 겨냥하며 흐릿해진 라스베가스의 브랜드를 되살리고자 한 것이다. 당연히 남녀 성인이 대상으로 떠올랐고, 이들에게 전달할 메시지, 즉 라스베가스의 어떤 면이 매력적으로 보일 것인지도 명확해졌다. 라스베가스는 '유혹'의 도시이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 유혹에 넘어가고자 라스베가스에 온다. 그들이 유혹에 넘어갈 때 주저하는 것은 그 유혹에 넘어간 후 몰아 닥칠 파장이 두려워서인데, 그것은 라스베가스의 경계를 넘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마음 편한 말씀을 해주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게다가 다음과 같은 말처럼,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불특정적 유혹이라니, 얼마나 더 매력적인가! 이 꽉 짜여진 현대 일상생활의 틀에서의 탈출지로서 확실하게 라스베가스를 포지셔닝하고 있는 것이다. "Surreal because it was so random(워낙 랜덤하여 초현실을 실현)."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점잖게 카드 속 평면 그림으로만 존재해야 할 잭(Jack)과 퀸(Queen)이 불륜의 기운이 풍성한 눈빛과 몸짓을 주고 받는 것이 라스베가스에 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야하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 조합은 바로 라스베가스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사실 'Only'라는 단어는 관광브랜드 측면에서는 '뉴욕(New York)'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단어이다. 'Only in New York'이란 표현을 뉴요커들이 즐겨 쓰고, 그것이 관광객들에게까지 전염되면서, 별 것 아닌 일도, 반대로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도 뉴욕을 배경으로 하면,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되었다. 흡사 라스베가스에서라면 어떤 일을 기대해도 좋고, 그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져도 그 일들과 그 기억들을 라스베가스에 두고만 온다고 약속을 한다면 좋다는 의미로 기대와 행동이 결부되어 의미가 확대되는 긍정적 브랜드 모형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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