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의경


세계 주요국의 환율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서로가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추려고 애를 쓰고 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국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겨 자국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이죠. 그래야 경기도 회복될 테니까 말입니다.

 

2015년 그렇게도 금리를 올리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던 미국 역시 상황은 비슷했나 봅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3월 16일(현지시간) 금리동결을 발표하였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자국의 금리를 올리면 자국 통화(달러)의 가치 역시 올라갈 것이므로 쉽사리 금리인상을 이어가지는 못하는가 봅니다.

 

그러다 보니, 통화의 가치를 내리고자 하는 세계 주요국 정부의 약발이 먹히질 않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환율이란 게 ‘미국 통화 1달러당 자국 통화의 가치가 얼마냐?’를 의미하므로 달러 가치가 내리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우리나라도 포함하여)는 올라가기 마련이니까 말입니다.

 

 

♠ 환율 오르고 내리는 것보다, 예측이 가능해야 좋다

 

그럼 시점에서 질문하나 해보겠습니다.

“환율이 오르는 게 좋을까요, 내리는 게 좋을까요?”

정말 우문(愚問)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아빠가 좋으냐, 엄마가 좋으냐’와 비슷한 질문인 거죠.

 

내리는 게 좋기도 하고 오르는 게 좋기도 하니까요. 그럼 질문을 달리해 보겠습니다.

‘환율이 어떻게 변하는 게 우리에게 좋을까요?’

 

정답은,

(1) 한 방향으로만 계속 가지 않는 것.

(2) 완만하게 변하는 것.

(3) 예측 가능하게 변하는 것.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예측 가능하게 변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야 대책도 세울 수 있고, 세운 대책으로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전문가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잘못된 예측을 하여, (또는 아주 가끔은 불순한 의도를 품은 예측을 하기도 하죠. 진짜 아주 가끔 그렇다는 말입니다.)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잘못된 환율 예측으로 큰 재앙이 되었던 키코(KIKO)사태

 

우리는 8~9년 전에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을 괴롭혔던 ‘키코(KIKO)’를 기억합니다. 2008년 초만 해도 대부분의 외환전문가, 금융기관, 기업들은 환율이 떨어질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수출기업들이 환율이 떨어지더라도 손해를 안 보게끔 대책을 마련해 해두었죠. 대표적인 대책이 바로 ‘키코(KIKO)’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 말 야속한 환율은 예측과 반대로 크게 올라버렸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말입니다. 키코에 가입한 기업과 이 상품을 판매한 금융기관의 손실은 엄청났죠.

 

당시 키코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태산LCD’였습니다. 한때 연 매출 1조원을 넘나들던 이 기업은 키코로 인해 파산절차를 밟아야만 했죠.

 

 

♠ 금리도 예측 가능해야…

 

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역시 오르는 게 좋다거나 내리는 게 좋다거나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수익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좋을지 몰라도 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은 힘들게 됩니다. 금리가 내리면 그 반대가 되죠.

 

따라서 이 역시 예측 가능하게 움직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2006년 하반기 검단신도시 열풍으로 부동산 가격폭등이 일어났었죠. 2000년 초반부터 불타기 시작한 부동산 열풍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폭등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당시엔 모두들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고 생각했었죠.

 

참!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부동산 가격의 마지막 상승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자산가격이란 오르면 언젠가는 빠지고 또 빠지면 언젠가는 오르게 마련이죠. 다만 검단신도시 열풍은 어디까지나 2000년대 상승시즌의 마지막 폭등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여하튼 당시 사람들은 이번에 집을 장만하지 못하면 영원히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에 빠졌었죠. 그리고 너도 나도 주택시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부족한 돈은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받았죠.

 

2006년 당시 적지 않은 은행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금리는 더 떨어질 것입니다. 전문가들도 다 그렇게 예측하고요. 그러니 고정금리 대출보다는 변동금리 대출이 더 유리할 것입니다.”

 

이 말을 고스란히 믿은 사람들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죠. 그러나 은행에서 예측했던 것과는 반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리가 오히려 올라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당시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죠.

 

불과 얼마 전 ‘빚내서 집사라’는 이야기와 오버랩 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 환율, 금리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지만, 거기서 교훈 얻어야

 

물론, 환율이나 금리는 살아서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아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거기서 교훈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모름지기 우리는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굳이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일 필요는 없겠죠. 위의 사례들도 좋은 교훈이 됩니다.

 

각종 언론과 금융기관, 그리고 전문가들이 환율이나 금리를 단정적으로 예측하며 ‘이때를 놓치지 말라’고 부추길 때는 이미 늦었다는 교훈 말입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는 곳에는 먹을 게 없다는 교훈 말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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