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두바이(Dubai)의 10년 전, 10년 후

입력 2006-03-23 23:09 수정 2006-03-23 23:09
브랜드 두바이(Dubai)의 10년 전, 10년 후

 

      10년만에 두바이에 왔다. 1995년 초가을 40여일 긴 장정의 마지막 출장지가 두바이였다. 동남아를 시작으로 영국으로 해서 유럽 여러 나라를 훑으면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나아가 모스크바를 들려 다시 지중해 쪽으로 내려와 스페인을 거쳐, 두바이를 찍고 서울로 들어오는 여정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일정을 혼자서만 다니다 보니, 먹는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때마침 모스크바에 있던 옛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무리를 하게 되어, 스페인에서 끙끙 앓아 대기 시작하여 결국 두바이 일정을 취소하고 ,환자와 같은 모습으로 가까스로 독일로 가서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서울로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안정이 되어서인지 비행기 안에서 몸이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며칠 더 쉬고 오라는 상사의 얘기를 듣기가 무안한 지경이 되어, 다음 날 멀쩡한 모습으로 출근을 하여 안심반 타박반의 핀잔을 들었다. 그리고 바로 열흘 후에 두바이를 방문했고, 이전에 약속을 했던 두바이의 광고주들이 약속을 펑크낸 데 대해서는 아무 얘기없이 건강만 걱정해 주어 더욱 미안스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이후 처음으로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광고대회가 올해 두바이에서 열리게 되어 이번에 방문을 하게 되었다.

 

      10년 전 두바이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을 했을 때, 그래도 워낙 오랜 기간을 집을 떠나 있었던 지라, 당시 만 두 살이 채 되지 않았던 아들놈까지 어른 손에 이끌려 공항에 마중을 나왔다. 40여일만에 보는 아빠의 모습이 낯설었든지 아들놈이 계속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집에까지 오는 차 안에서 내내 얼굴을 돌리고 있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한 데 그 친구가 벌써 능글능글한 중학생이 되었을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김영삼 옹이 대통령을 하고 있던 시절로 '세계화'를 영어로 어떻게 표기를 하느냐를 가지고 옥신각신하다가 그냥 영어로 'Segyehwa'라고 쓴다는 이상한 글로벌의 구호가 난무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삼성도 전체 그룹 차원에서 해외에서 어떻게 이미지를 만들어 갈 것인지 최초의 대책을 수립하기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두바이를 방문했던 것이다. 삼성의 존재 자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알려졌다고 해도 싸구려 일본의 저급 모방제품을 만든다는 식의 이미지 밖에 없던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큰 흐름의 한 물방울과 같이 튕겨져 왔던 두바이에 10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온 2천명 이상의 광고인 및 관련 인사들에게,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브랜드의 하나로 삼성을 소개하기 위하여 왔으니, 10년이란 세월은 정말 강산도 변하게 하는 긴 세월임에 틀림없다.

 

      도착한 바로 그 날 세계광고대회 전야제에 참석을 했는데, 만찬 테이블 옆 자리에 어느 다국적 광고회사 두바이 오피스에서 제작부서를 책임지고 있다는 영국 친구가 앉았다. 10년 가까이 두바이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그 친구에게 내가 10년만에 두바이를 방문했다는 얘기를 하자, 그 친구가 기다렸다는 듯이 엄청나게 변하지 않았느냐고 부가의문문식으로 물었다. 그 친구의 기대에 부응해 주기 위하여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예전에 한국 사람들은 '한국의 1년은 세계의 10년'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어. 그런데 두바이 사람들이 이제 그 표현을 가져다 써야 할 것 같아. 아마 그것도 '두바이의 1년은 세계의 20년'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어".

 

      두바이는 정말 엄청나게 변해 있었다. 별 일곱개 짜리라는 스스로 세운 기준을 내세우며 이전 전통의 유명 호텔들의 빛을 바래게 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실제 모습이나 장식 등도 화려하기 그지 없는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호텔을 비롯한 해변가의 수많은 첨단 호텔들, 미국에서 친하게 지내던 브랜드 컨설팅을 하던 친구들이 자신들이 컨셉을 잡았다고 자랑하던 베컴(David Beckham) 등의 세계적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별장지로 각광을 받았던 팜아일랜드(Palm Island), 하다못해 이번 대회가 열렸던 컨벤션 센터나 그 옆의 길쭉한 레고 두 조각을 마주 세운 것과 같은 무역센터 등 두바이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들의 대부분이 1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10년 전에 왔을 때, 대학 시절에 아랍어를 전공했다는 죄(?)로 두바이 사무소 설립을 명 받고 최초의 두바이 주재원으로 막 부임했던 선배와 시가지를 걸어 다니면서 쇼핑도 하고, 식당에도 가고, 저녁에는 배꼽춤 댄서가 있는 호텔 바에 들려 맥주도 마시고 했는데, 바닷가를 따라서 화려함의 한계를 경쟁하는 듯한 호텔들과 쇼핑몰들, 거대한 건축물들이 줄지어 시의 경계를 확장시키면서 차 없이는 꼼짝하지 못하는 그런 도시가 되어 버렸다. 내가 그 선배와 거닐었던 곳은 구시가지로 불리면서, 두바이 사람들은 그 곳 얘기를 할라치면 굳이 두바이의 어두운 곳을 들추어내냐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이번 대회의 각종 발표의 기술적 지원을 맡았던 마첼라(Marcella)라는 이름의 패션모델처럼 생긴 여인네와 발표 준비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체코 출신으로 프랑스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여, 두바이에서 5년째 이벤트 일을 하고 있다는데, '글로벌 두바이', 곧 두바이의 세계성을 상징한다고 스스로 자부하면서, 한 편으로 두바이에서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일거리가 많아져서 좋기는 하지만, 5년 전에 내가 처음 와서 보고 좋아했던 것들 중에 이미 없어진 것들이 너무 많아. 특히 전통 아랍적인 것은 더욱 그래. 아랍이란 것은 그저 상업화되어(commercialized) 존재할 뿐이야. 계속 두바이에서 산다고 했을 때, 앞으로 5년 후에 과연 내가 이 곳에 처음 와서 좋아했던 것들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지 의심스러워".

 

      두바이의 변화는 꼭 90년대 이후 최근까지의 라스베가스를 연상시킨다. 기존 시가의 외곽으로 외곽으로 무조건 기존의 호텔보다 더욱 화려하게 만든다는 기준하에 카지노 호텔들이 들어서고, 프랭크 시내트라(Frank Sinatra)와 그의 친구들, 소위 '쥐새끼들(Rat pack)'이 놀던 곳은 그들의 얘기만 전설로 남기고, 슬럼처럼 만들어 버린 라스베가스. 그나마 라스베가스에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전설이라도 있지만, 두바이에는 그런 이야기거리 조차 별로 없고, 있다 해도 마첼라의 걱정대로 없애고 숨기려만 하고 있다. 아무리 짧은 역사라 해도, 거기에서 지켜 나갈 것은 있기 마련이다. 전통은 계승만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기도 한다. 그 전통에는 인간의 숨결이 묻어 나야 한다. 그래야 계승이 될 수 있다. 그런 전통이 없이는 이런 도시건, 제품이건, 기업이건 제대로 된 브랜드를 세울 수 없다.

 

      서울에서 이번 대회에서의 발표 원고를 준비하면서, 두바이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 초반에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의 대표적인 예로서 두바이를 들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전야제에서 옆 자리에 앉았던 거의 두바이 사람이나 다름 없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영국 친구에게, 그의 뿌리인 영국인의 입맛에 맞게 두바이에 대한 과장된 찬사를 해 주었다. "두바이를 보고 '중동의 파리(Paris)'라고들 하지? 두바이 사람들이 그렇게 자랑스럽게 스스로 얘기하기도 하는데, 10년 후에는 아마 파리 시민들이 파리가 '유럽의 두바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날이 올 거야". 10년의 간격을 두고 벌인 현장 답사는 내게 그 찬사들의 톤을 낮추었어야 했다고 속삭인다. 특히 10년 후에 두바이가 도시 브랜드로서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설 것인가에 대해선 아주 큰 물음표 하나를 던져 주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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