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빼! 맘에 들지 않는 매체의 광고

입력 2005-12-13 13:08 수정 2005-12-13 13:08
광고 빼! 맘에 들지 않는 매체의 광고

 

      얼마 전 MBC PD수첩이 황우석 교수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한 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거의 전 국민의 원성을 사게 되면서, 대다수 광고주들이 예정된 광고의 방영을 최소하고, 광고물을 빼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리고 MBC 방송국 전체에 대한 반발 움직임까지 거세지면서, PD수첩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한다는 결정이 황급하게 이어졌다. 정말 몇 년 전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TV프로그램은 광고대행사나 광고주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특히 PD수첩과 같은 거의 황금시간대나 일정 수준 이상의 인지도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설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 번 밉보였을 때의 여파를 생각하여 수그리고 들어가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번의 사태는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 기능을 가진 존재들의 등장으로 인하여 기존의 독과점적인 기득권을 누리던 대형 언론기관의 힘의 한계와 그에 비하여 점차 증대하는 기업들의 자본의 힘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소식을 전하는 기능에서, 여론을 순방향이든 역방향이든 스스로 확대 발전시키는 인터넷의 힘, 넷티즌, 누리꾼들의 폭발력을 입증해 주었다.

 

      비슷한 사례들이 제법 있다. 12월초에 미국의 포드(Ford)사는 재규어(Jaguar)와 랜드로버(Land Rover)의 광고를 동성애자를 주요 독자로 하는 잡지에 더 이상 싣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포드사는 자신들의 다른 라인들인 링컨(Lincoln)이나 머큐리(Mercury)같은 차종들은 원래부터 동성애자 잡지에는 광고를 한 적이 없고,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수익구조가 악화되어 내린 사업 차원에서의 결정임을 강조했는데, 많은 경우에 그렇듯이 강조하면 할수록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것으로 비추어 지고 있다. 이런 약간의 음모를 뒷받침하는 것이 '미국가정협회(American Family Association)'라는 기독교 윤리를 바탕으로 한 미국 가정의 윤리를 지킨다는 보수적인 기구에서 동성애자 잡지에 광고하는 것을 비롯하여, 포드사가 지나치게 친동성애적이라면서 2005년 5월부터 포드사 자동차에 대한 보이코트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보이코트를 끝낸다는 선언을 하고, 바로 이번 포드사의 동성애자 잡지에 대한 광고중단이 이어진 것이다.

 

      정황상으로 포드사가 '미국가정협회'의 압력에 굴복하였다는 것이 맞는 얘기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포드사의 기업 이미지, 포드사의 자동차를 다루는 딜러들의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과 재규어나 랜드로버의 주요 고객의 성향을 생각할 때, 반동성애 집단에 더욱 어필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 생각으로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는 포드사는 효율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딜러들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염려에 대해서 생각을 같이 하는 우리와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라는 미국가정협회 관계자의 언급이 흡사 우리 편, 네 편을 가리는 것 같아서 씁쓰름할 따름이다.

 

      남자 프로 골프 최고의 대회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마스터스(Masters)' 골프대회에서 2003년 코카콜라나 아멕스와 같은 대형 광고주가 광고를 취소한 적이 있다. 소위 '금녀(禁女)'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Augusta) 골프장에 대한 여성단체들의 반대 행동의 일환으로 대회에 대한 광고를 위시한 스폰서 활동을 벌이는 기업들에 대한 전면적인 보이코트 압력에 대기업들이 굴복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대회 주최측은 끄덕도 하지 않았고, 주관 방송사였던 CBS는 광고 없이 중계방송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광고를 뺀 광고주나, 여성단체의 행동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당시의 승자는 마스터스와 오거스타 골프장이었다. 그들에게는 남녀평등이라는 민감한 부분까지 덮어 버릴 수 있는 '전통'이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이후 마스터스는 계속되었고, 여성단체들의 반발은 정말 소수자의 목소리로 잠겨 버렸다.

 

      한국에서는 광고 취소 관련하여 1970년대 초의 소위 '동아일보 광고사태'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런 설명없이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정치 권력의 압력에 의하여 광고주들의 무더기 이탈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듯이 전국민적인 성원이 줄을 이었다. 꼭 승자를 가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승자는 바로 푼돈을 모아, 동아일보의 텅 빈 광고 지면을 채운 그 국민들이었다. 게임의 법칙조차 없었던 정치 권력이야 말할 가치도 없고, 동아일보도 나름대로의 시련기에서 미약하게나마 오랫동안 지켜 왔던 자신의 브랜드를 심하게 훼손시키면서 사태는 끝이 났다. 이런 면에서 나는 MBC의 경우도, 잘잘못을 떠나 자신의 브랜드를 생각해 보지도 않고 너무 쉽게 분위기에 이끌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을 한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사태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광고 취소와 관련하여서는 광고의 효율성이라는 조금은 객관적인 지표에 의하여 광고를 할 프로그램이나 매체를 선택하는 계기로 이번의 사태가 앞으로 작용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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