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스타 모델 조심

입력 2005-12-03 17:20 수정 2005-12-03 17:20


유명 스타 모델 조심

 

      '세계적인 명성을 보유한,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전문가에게 물어 보거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거나 거의 언제나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분이 있다. 이 예술가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분이 소위 '인물 브랜드'에 관하여 쓴 졸고들을 보고 전화를 하여, 친교를 맺게 되었다. 이 방면에 관심을 가진 몇몇 친구들과 취미 활동 비슷하게 스터디 그룹 형식으로 연구를 하여, 그 예술가의 장기적인 브랜드 유지 및 방향에 대한 제언과 특정 이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부정기적으로 제공하였다. 어느 날 국내 모 건설업체에서 아파트 광고 모델 제안이 들어왔단다. 메이저 건설업체는 아니었지만, 서구형의 고급 아파트로 어느 정도 특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그 제안에 대한 설명을 듣자마자 거의 나도 모르게 면박을 주듯이 물어 보았다. "도대체 그 분이 한국에서 지내시는 기간이 얼마나 됩니까? 그리고 한국에 체류하실 동안은 정말 그 아파트에 머무를 겁니까?" 너무 퉁명스럽게 말을 건네, 미안한 감이 들어서 바로 어떻게 분위기를 누그러뜨릴까 하는데, 상대에서 환히 웃으면서 "결정 내렸습니다. 그런 당연한 부분을 생각도 하지 못해서 부끄럽네요"해서 아주 고마웠다. 그 이후 아파트 광고는 더욱 좋은 조건으로 몇 군데에서 들어왔지만, 모두 바로 물리친 것으로 들었다.

 

      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모델로서의 비지니스 활동으로, 실제 나의 개인적인 생활과는 별개라고 생각하고 광고 모델로 나서는 유명인들이 많은 것 같다. 제품이라고는 촬영장에서나 한 번 보는 정도로 자신이 광고하는 제품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심하게는 험담까지 해대는 경우도 많았으니, 자신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광고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기대할 수가 없었다. -예전 우리 나라 모기업의 샴푸광고를 찍고, 미국의 토크쇼에 나와서 입을 함부로 놀려 사과 비디오를 만들어 보냈던 배우 멕 라이언(Meg Ryan), 자신이 모델로 나선 화장품 회사가 그것 때문에 망했다는 농담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모 개그우먼을 생각해보라- 마약, 도박, 음주운전 등의 사건에 연루되는 연예인 스타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면서 90년대 중반 이후에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모델의 책임을 묻는 조항이 모델 계약서에 들어가기 시작하여 이제는 관례로 굳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제품과 직간접적인 경쟁제품의 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도 명시되었으면 하는데,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고, 있어도 의례적인 수준에서 들어가는 것 같다.

 

      몇 년 전 영국에서는 어느 소매유통업체의 광고 모델로 나섰던 기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기 TV 프로그램의 사회자로도 유명했던 사람이, 그 부인이 다른 소매유통업체의 비닐 쇼핑백을 들고 있는 것이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결국 물러났던 사례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모델 본인들이 그 이상의 일들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어느 잡지에 아파트 광고가 실린 다음 페이지에 바로 그 아파트 광고 모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전원주택을 소개하면서 아파트 생활이 힘들고 지겨웠다고 하는 얘기가 버젓이 실릴 지경이다. 나는 순진하게 들리지만, 광고 모델은 해당 제품을 당연히 사용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자신이 없거나, 의향이 없으면 그런 광고는 정중하고 단호하게 사양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면 모델들은 돈을 쫓아서 자신의 도덕성을 파는 격이 되는 것이고, 광고 제작자들은 모델에 기대어, 모델의 실제 행동에 신경을 쓰지 않고 쉽게만 가려고 하면서, 역시 도덕적인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 이런 요인들이 자꾸 축적되다 보면 모델들의 도덕적 해이, 제작자들의 매너리즘이 서로 아우러져 돌아가면서 한국 광고계를, 한국 기업의 브랜드를 뒤떨어지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세계 최대의 뮤츄얼 펀드 회사인 피델러티(Fidelity)에서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의 2005~6년 시즌 개막과 함께 비틀즈(The Beatles)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를 주인공으로 한 광고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폴의 어

린 시절부터 변화와 주요 연주회에서의 모습들을 편집하여 보여 주면서, '쿼리맨, 비틀, 윙, 시인, 아버지, 무대연주자, 음반프로듀서, 실업가, 화가, 조금 미흡한 감이 있었다면 기사 작위까지(Quarryman-비틀즈의 전신과 같은 그룹이 Quarrymen이었다-,Beatle, Wing-비틀즈 해체 이후에 결성한 그룹이 Wings였다-, poet, father, frontman, producer, business mogul, painter, and—if that weren't enough—a knight)''라는 나레이션이 흐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멈추지 말고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Never stop doing what you love)'라는 권고가 나간다.

 

      이 광고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2002년에 광고 따위는 하지 않겠다며 경멸적으로 광고에 대해서 얘기를 하던 폴이 배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비틀즈의 영광까지도 훼손한다는 반응이 하나인데, 영국에서는 이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회사와 최고의 뮤지션이 만났으며, 피델러티의 주요 고객인 베이비 부머에게 폴 이상의 영향력 있는 모델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들 중에도 과연 현재 재산이 15억$을 훨씬 넘는 폴과 같은 사람들이 목표 고객들이 광고를 보면서는 즐거워 하고 어떤 회고적인 감정에 복받치기도 하겠지만, 과연 피델러티에 돈을 맡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겠냐며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나는 피델러티는 그들의 슬로건인 'Smart move'란 문자 그대로 대단히 스마트하게 접근을 했다고 생각한다. 위탁자산의 증대라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나도 가지고 있지만, 피델러티 입장에서는 다른 자산운용회사와 차별성을 지닌 확고한 리더쉽을 구축하는데 이번 캠페인의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이루는데 폴과 같이 두루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모델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비틀즈의 영광을 훼손하고 있다는 영국인 중심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동감한다. 폴에 대한 이번 기사를 읽고 광고를 확인하면서 바로 존

레논(John Lennon)과 요코(Yoko Lennon)의 유명한 사진을 사용한 2001년의 앱솔루트 광고가 생각났다. 광고 직후 죽은 존을 이용하여 돈벌이를 획책한다고 요코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광고에 대해서 지극히 부정적이었던 존이 '무덤에서 돌아누울 일'이라며 개탄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구체적인 정황을 알고 비교하면, 존과 폴의 경우는 좀 다르다. 당시 존의 사진이 실린 광고는 60~70년대 음악의 아이콘 시리즈로 재즈의 전설인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와 전위음악의 세계를 개척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등과 함께 조명된 것이었다. 예전의 졸저-"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에서 부정적으로 쓰긴 했지만, 앱솔루트 광고 시리즈 자체가 그렇듯이 시대성과 예술성의 명분을 가지고 있는 것임에 반해서, 이번 폴의 경우는 아무래도 폴의 미국 순회공연을 위한 퍼블리시티를 노렸다는 느낌이 진하게 든다.

 

      이런 와중에 영국의 BBC방송에서 존 레논의 미공개 인터뷰 녹취 테이프를 35년만에 공개하는데, 비틀즈 시절을 회고하며 '술과 여자, 마약이 넘쳐 난 고대 로마시대와 같은 퇴폐'함 속에서 살았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비록 당사자의 목소리로 직접 내보낸다는 데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에 방송의 큰 사회적 반향은 없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당사자들을 모델로 활용한 기업과 브랜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앱솔루트는 주제 자체를 '시대와 예술'이라는 큰 틀로 가지고 가서 60년대의 성격들 중의 일부로서 존의 얘기들을 담을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고, 또 존의 이후의 사회 활동이 극적인 전환으로 극적인 효과를 광고에 줄 수 있다. 그러나 피델러티는 너무 그냥 사람들에게 비추어졌던 피상적 이미지를 보여 주는 데 그쳐 버려, 그것과 엇갈리는 이번 방송 내용으로 그 진실성과 신뢰성에 약간의 타격을 폴과 함께 입을 공산이 크다.

 

      황우석 교수를 광고에 모시고자 하는 생각을 아마 거의 모든 광고대행사의 사람들이 해 봤을 것이다. '진실'과 '국익' 어쩌고 하는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이슈와 잘못 여부를 떠나서, 만약에 만약에 황우석 교수를 성공적으로 광고에 모습을 나타내도록 했을 경우, 요즘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광고하는 자들의 입장에서의 곤욕은, 정말 어느 누구보다도 곤혹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더욱 힘든 것은 광고하는 자들이 어떻게 조치를 취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황수석 교수 건과 같은 메가톤급 사건을 떠나서도 특히나 요즘같이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하나의 불씨에 의하여 여론이 형성되고 자체발전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앞으로 유명인들을 모델로 활용하여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줄어들고, 브랜드와의 어울림과 진실성을 따지는 풍토가 만들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 나부터 노력하겠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112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202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