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 플레이(Hustle Play)

입력 2005-05-24 18:24 수정 2005-05-24 18:24




허슬 플레이(Hustle Play)




        뉴욕 메츠에서 활약하고 있는 구대성 선수의 허슬 플레이가 화제다. 현재 최고 투수의 하나인 빅 유닛(Big unit)이란 별명처럼 공도 빠르고 키도 메이저리그 최장신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랜디 존슨을 상대로 2루타를 뽑아내고, 다음 타자의 번트 타구에 홈까지 파고들어, 경기 후의 비디오 판독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간에 득점까지 올리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며칠 전 타격을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이 홈플레이트에서 가장 먼 타자박스에 우두커니 배트만 들고 있는 겁먹은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 직후에 이런 멋진 플레이를 펼침으로써 더욱 화제가 되었다.




        허슬(Hustle)이란 말은 원래 그렇게 좋은 뜻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강제로 뭘 시키거나, 바쁘게 허둥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hustle bustle' 이렇게 두 단어가 엮여서 자주 쓰이는 데, 이는 발음이나 철자 모양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시끌법적, 떠들썩한‘ 것을 일컫는다. 그리고 ’허슬러(Hustler)'란 유명한 영화에서 쓰였듯이 야바위꾼 같은 사기꾼을 일컬으면서 그런 행위를 또한 허슬이라고 한다. 어쨌든 정상적이지 않은 약간은 거칠고, 무리한 행위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그런데 구어에서는 아주 원기왕성한, 힘 있는 행위를 일컫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서 쓰인다. 특히 야구에서 많이 쓰인다. 이번 구대성의 예에서 보듯이 힘차게 달리고, 슬라이딩을 저돌적으로 할 때 주로 허슬 플레이를 했다고 한다. 이 허슬 플레이가 일상적인 야구 용어로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챨리 허슬(Charlie Hustle)'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피트 로즈(Pete Rose)이다.




        생애 최다 안타, 최다 게임 출장을 비롯하여 불멸의 기록을 많이 가지고 있는 피트 로즈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부활시킨 인물로도 불리는데, 공중에 40~50cm 정도 떠서 다이빙을 하듯이 베이스를 향하여 날아가는 모습이 그의 전형적인 사진이다. 그래서 허슬 플레이의 대명사로 불리며 60년대 중반부터 20여년간 인기를 누리었다. 그런데 그는 그런 선수 시절의 인기와 불멸의 기록에도 불구하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를 못하고 있다. 감독 시절 자기 팀 경기를 가지고 내기 도박을 한 것 때문에 야구계에서 영원히 추방이 된 까닭이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90년대 후반부터는 매년 명예의 전당 헌액자 투표를 할 때면 꼭 피트 로즈를 이제는 복권시키자는 측과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팽팽하게 맞선다.




        아끼는 스포츠 서적 중에 ESPN에서 출판한 “Saints, Saviors and Sinners"라는 화보집처럼 큼직하게 사진과 삽화도 시원시원하게 배치한 책이 있다. 제목 그대로 스포츠계의 주요 인물들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분류하면서, 그들의 행적을 재해석한 책이다. 피트 로즈는 그보다 훨씬 앞선 20세기 초의 타이 캅(Ty Cobb)과 함께 당연히 ‘Sinners'와 같은 ’추락한 천사(Fallen angels)‘ 그룹에 속해 있다. 그러나 그 부분을 집필한 피터 칼슨(Peter Carlson)은 피트 로즈를 포함한 추락한 천사들을 연민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그렸다. 피트 로즈의 경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하였으며, 미국 스포츠계가 그렇게 결함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피트 로즈 속에 있는 성인(聖人)이나 구원자와 같은 성향을 뽑아내려 애를 썼다. 야구장에 서면 열심히 허슬 플레이를 펼치고, 누구보다도 많은 경기에 출장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야구장을 떠나서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훈련과 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너무나도 잘 적용되는 얘기 아닌가?




        모든 사람들이 다중인격이라고 까지 지칭하기는 뭐하지만, 다양한 모습을 자신의 내면에 가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져서, ‘예전에는 100만명으로 이루어진 세그먼트가 존재했지만, 이제는 한 사람 안에 100만 개의 세그먼트가 있다’는 말까지 과장을 섞어 얘기하는 마케팅 전문가가 있을 정도이다. 그런 다양함을 광고하는 사람들은 애써 무시하는 행동을 해왔다. 인구통계학적인 속성으로 쉽게 사람들을 구분하고 정의하는 일들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 손쉬움을 버리고, 몸을 던져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광고계에서 할 수 있는 허슬 플레이이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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