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왔다!

입력 2005-05-16 03:14 수정 2005-05-16 03:14


모기가 왔다




        모기라면 누구나 질색을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정도가 좀 심한 편이다. 모기가 선호하는 성격의 피를 가졌는지 한 방에서 잔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데 혼자서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피부가 원래 좀 무른 편이어서 그런지 모기한테 물린 상처가 혹처럼 부풀어 오르기 일쑤고, 심하게 긁지도 않았는데 쉽게 덧이 나곤 한다. 그래서 모기의 왱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눈에 불을 켜고 모기를 때려잡을 신문지 둘둘 만 것을 손에 쥐고, 그 소리의 주인공을 잡을 때까지 수색작전을 펼친다. 어려서부터 그런 과민한 대응을 오래 해왔고, 보통 침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인지라 길게 끌어도 5분이면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낸다. 이미 포식을 끝낸 모기는 고은 시인의 표현대로 빈대는 아니지만 ‘대나무 그림’ 하나 남기고 간다. 그런데 작전의 후유증인지 살해당한 모기의 저주인지 당연히 그런 작전을 끝내고 나면, 잠이 싹 달아나서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다.




        5월 중순으로 접어든 15일 새벽, 일주일간의 무리로 전날 초저녁부터 잠을 청해서 자다가 슬쩍 깨다가를 반복했는데, 갑자기 잊고 있었던 공습경보가 발령되었다. 왼쪽, 오른쪽 귀에서 연달아 울려 댔다. ‘모기다!’라는 짧은 외침과 함께 일어나, 옆자리의 짜증어린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문을 닫아 모기의 도주로를 봉쇄하고 방의 불을 켰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모기들이 잘 붙어 있는 장소가 있는데, 그 일순위인 커튼에 붙어 있는 모기를 쉽게 발견하여 처치했다. 방 안에 까지 어떻게 들어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모기는 피 한번 제대로 빨아보지 못하고 올해 모기 시즌의 오프닝만을 알리는 역할만을 담당하고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 불쌍한(?) 모기 때문인지 역시 다시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초저녁까지 슬렁슬렁 보다가 침대 테이블에 치워 놓은 중국요리의 역사를 정리한 “공자의 식탁”이란 책을 집어 들고, 마루로 나갔다.




        읽게 된 부분이 ‘개고기, 먹어야 하나 먹지 말아야 하나’로 중국에서의 개고기 요리에 관한 역사였다. 중국 사람들이 당연히 오랫동안 개고기를 먹어 온 것으로 아는데, 유목민족의 영향으로 한동안은 개고기가 아주 천한 사람들의 음식으로 취급을 받았단다. 그런데 주나라 때의 관직을 기록한 “주례(周禮)”를 보면 궁정에서 제사 지낼 때 쓰는 개를 기르는 전문직이 있었는데, 그 관직명이 ‘견인(犬人)’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직무가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관직명을 정한 것은 좀 그렇다. 관직명 앞에 성(姓)을 붙여서 불렀을 터인데, 별 문제가 없었는지, 당시는 워낙 개고기가 대접을 받았다니 그것 자체가 영예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어서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로 넘어와 민간에서도 개고기가 중요한 영양원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예로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 편의 다음과 같은 한 구절을 예로 들면서 해석과 원문을 보여 주었다. ‘달과 돼지와 개 같은 가축을 기르는 것을 그때를 놓치지 않으면 일흔 살 노인이 고기를 먹을 수 있다(鷄豚狗彘之畜 無失其時 七十者可以食肉矣).’ 예전 지금부터 20여년 전, 학부에서 중국사 공부를 막 시작하여 의지를 불태우던 시절에 예전의 ‘서당(書堂)’ 스타일로 한문을 가르치는 곳을 한동안 다녔던 적이 있었다. 명륜동 산골짜기의 허름한 집에서 훈장님 모시고, 당시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대학원을 다니셨던 선생님과 중국철학 등 관련 전공을 하는 친구들 몇 명에 우리 과 친구 한 둘이 끼어서 같이 다녔었다. 몇 개월 다니며 읽었던 것이 맹자였고, 특히 맹자에서 가장 첫 부분이기는 하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양혜왕 편을 열심히 읽었다. 그런데 오래 된 일이기는 하지만, 위의 구절은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생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번역 자체가 약간 어설픈 느낌이 들었고, 특히 ‘七十者’가 왜 나왔는지 궁금해졌다. - 이 책은 중국인이 일본어로 지은 것을 번역하였다. 나름대로 아주 깔끔하게 번역이 된 편인데, 번역자가 당연히 일문 전문가가 해서 그런지 중국 고전 부분 번역에서 어울리지 않는 일어식 문장이 많이 나온다. 이 책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번역하는 사례가 근래 너무 많다. -




        어쨌든 근 십 몇 년 동안 들쳐 보지 않았던 맹자를 한 밤중에 일어나, 서가에서 찾아 양혜왕 부분을 거의 다시 읽었다. 명륜동 그 언덕배기를 힘겹게 올라, 좁은 방에 발 냄새 풍기면서 끼어 앉아, 앞뒤로 그러다가 좌우로 몸을 흔드시며 읽고 해석해 주시다가 갑자기 어느 부분에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시며 한말의 우국지사를 연상시켰던 훈장님, 당시 연세가 칠십 전후이셨는데 살아 계실까 하는 생각까지 미치며 아침을 맞이하여, 운동도 하고 목욕을 하러 자동차를 타고 라디오를 켜니, 바로 ‘스승의 날’이란다. 




        사람들의 연상은 각자의 경험이나 처해진 환경 등에 따라 제각기이다.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해 어떤 연상들을 하는지 조사하고, 그것을 기초로 광고를 만들고 하는데, 물론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택하는 연상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특이한 경로를 열심히 찾게 마련이다. 그러나 조사를 통하여, 그것도 정량적인 설문조사에 의해서는 그 특이함의 정도에 한계가 있다. ‘모기-> 맹자-> 스승’으로 이어지는 연상고리를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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