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찬란, 대둔산 상고대에 넋을 놓다.

입력 2016-02-18 13:56 수정 2016-02-18 15:28



어쩌면 상고대를 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대둔산을 찾았는데...
아! 이런 행운이~
상고대는 온.습도와 풍속 그리고 이슬점이 서로 꿍짝이 맞아야 하는데,,,
올 겨울, 설산에 허기진 소생에게 대둔산 산신께선
최고의 발렌타인데이 선물로 환상의 상고대를 안겨 주셨으니...

 

 


대둔산 도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하자, 반갑게도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 이르자, 산꾼들이 무리지어 웅성거린다.
정상 부근에 바람이 강해 안전을 이유로 케이블카 운행을 중단했단다.
케이블카로 오르려던 몇몇 낭패한 모습도 보인다.
산등성이로 바람이 지난다.
바람은 정수리 위로 지나는 케이블카 와이어에 걸려 울음 운다.
요며칠 날씨가 푹했는데 바람 끝이 차고 매섭다.
이대로라면 상고대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경험상 99%다.

 

 


계곡길로 들어섰다. 너덜길과 돌계단의 반복이다.
군데군데 쇠파이프로 난간을 이어놓았다.
성글게 내리는 눈이지만 어느새 너덜길을 하얗게 덮고 있다.
삐뚤빼뚤한 돌계단에 내려앉은 눈은 기름을 부어놓은 듯 미끄럽다.
신경을 곤두세워 오르다보니 등어리가 땀으로 축축하다.
눈에 땀이 흘러들어 따갑고 목구멍도 칼칼했다.
코를 박고 걷다가 고갤 쳐드니 나무에 걸린 '동동주'가 유혹한다.
간이 휴게소가 가까워졌다는, 일종의 알림판이다.
도립공원인데 이런 시설이 가능한가, 아리송하다.

 

 


원효사 윤장대에 이르러 거친 숨을 또한번 고른다.
輪藏臺란, 불교경전을 넣은 책장에 축을 달아 돌릴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한번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이 쌓인다고 하는데...

이곳 윤장대 마당에 서면 나뭇가지 사이로 童心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대둔산에 왔다가 발견한 바위란다.
원효대사는 깎아지른 벼랑 끝에 위태하게 올라앉은 바위에 마음을 뺏겨,
사흘동안이나 이 바위 앞을 떠나지를 못했다고 전한다.

그래서 다시한번 올려다 봤지만, 글쎄다.
사흘씩이나 자릴 뜨지못할 정도는 아닌데...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리요~
소생은 곧장 자리를 떴다.

 

 



윤장대를 지나면서 산길은 고개를 바짝 쳐들기 시작했다.
횟가루를 뿌려놓은 듯 너덜지대가 온통 새하얗다.
상고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모양이다.
고도를 한 발짝씩 높일수록 숲은 은빛찬란하게 빛났다.

 

 


드디어 단애와 흐드러진 상고대 사이로 난 철계단을 올라서니
협곡을 잇는 구름다리가 아찔하게 눈에 든다.

 

 


구름다리에 섰다. 흔들림이 오싹하게 전해진다.
발아래를 내려다 봤다. 어질어질하고 오금이 저리다.
시선 멎는 그 어디나 한 폭의 수묵화다.

 

 


구름다리를 건너 다시 가파른 돌계단을 힘겹게 올라서면 쉼터다.
울퉁불퉁 미끌미끌, 돌계단을 딛고 오르기가 위태위태하다.
아이젠을 꺼내 신발에 걸었다.

삼선봉 가는 길목 안부에 '동학군 최후 항전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가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이곳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봉준, 김개남 장군이 체포된 직후
투항을 거부하고 동학 '접주'급 이상의 지도자 25명이 이곳으로 피신,
요새를 만들어 일본군과 3개월에 걸쳐 최후의 항전을 벌이다가
1895년 2월 18일, 소년1명을 제외한 전원이 장렬하게 순국한
역사의 현장이다"라고 쓰여져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돌아 오르면 마(魔)의 '삼선계단'이 막아선다.
조금 전 지나온 구름다리는 이에 비하면 맛뵈기 수준이다.
지레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정상 마천대로 가는 일방통행 외길이다.
철계단은 코를 박고 올라야할 만큼 곧추섰다.
경사 51도로, 차라리 사다리라 함이 옳다.
가파른데다가 폭 마저 좁다.
철난간 손잡이는 꽁꽁 얼어붙어 쭉쭉 미끄러진다.
바위벼랑에 걸쳐놓은 36m의 철사다리를 딛고 오르는 일은
마치 허공을 유영하는 느낌이랄까, 아찔 짜릿하다.

 

 

그렇게 상고대에 흠뻑 취해 마천대(878m)에 닿았다.
대둔산 최고봉인 마천대, 그러나 넷 에움은 눈구름 뒤로 숨었다.
정상의 '개척탑'은 냉동고에서 막 꺼낸 거대한 아이스바를 닮았다.
매서운 칼바람과 눈보라에 채 1분을 머물 수가 없다.

 

 

서둘러 정상에서 내려섰다.
왔던 길 150m를 되돌아가 갈림길 쉼터에서 낙조대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낙조산장 못미쳐 옴팡진 곳에 간이 비닐막을 쳤다.
좁은 비닐막 안에 예닐곱명이 둘러앉으니 옴짝달싹하기가 버겁다.
십시일반 챙겨온 먹을거리가 차고 넘친다.
소문난 뷔페식당도 부럽지 않다.

 

 

낙조산장 갈림길에서 곧장 북쪽 산비탈을 올라서면 '낙조대'다.
명품 해너미 장소로 입소문 자자한 곳이다.
얼마전 대둔산 서북릉 종주 시 올랐던 곳이기도 하다.

 

 

갈림길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락폭포를 거쳐 날머리인 수락주차장 방향이다.
들머리는 전북 완주 운주면, 날머리는 충남 논산 벌곡면이다.
대둔산은 충남과 전북 그리고 3개 시군(논산, 금산, 완주)에 걸쳐 있다.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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