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자동차산업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입력 2016-02-11 09:31 수정 2016-02-15 09:53

인도에서 푸네 시의 위치



 

필자는 인도 대학의 초청으로 자동차 디자인 특강을 위해 2주간 인도에 다녀왔다. 이번 방문은 지난 2011년에 이은 두 번째의 것이었다. 필자가 방문한 곳은 인도의 마하라슈트라(Maharashutra) 주(州)의 푸네(Pune) 시에 있는 아진키야 대학교(Ajeenkya University)였다. 지난 번 방문 때는 디자인 계열 중심의 단과대학 DYPDC였는데, 이제는 더 큰 종합대학에 합병된 상태였다.  푸네 시는 수도 뭄바이에서 150km 가량 떨어진 곳이다. 지도상으로는 멀지 않아 보이지만 시간은 꽤 걸린다. 뭄바이 공항에 내린 것이 현시 시각 새벽 1시였는데, 지난 번에 네 시간 가량 걸리던 고속도로가 교통정체(?) 때문에 푸네의 호텔에 도착한 것은 아침 6시가 넘어서였다. 서울에서 대전만큼의 거리를 가는데 그야말로 길에서 잠을 자는(?) 노숙(路宿)을 한 셈이다.

2011년 방문 당시의 본관 및 캠퍼스



5년이 지나는 사이에 수목이 울창해졌다



2011년 방문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인도에는 출퇴근 시간이나 밤낮의 교통 상황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고 늘 정체가 일어났다 사라지곤 한다. 지난 번 방문 이후 정확히 5년이 지났다는 사실에, 그 사이 인도는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번 방문에서 있었다. 사실 우리들이 인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영국의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는 것과, 세습적인 계급구조로 인한 신분과 빈부의 격차가 크다는 것, 불교의 발상지라는 것 정도이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인도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순위는 우리나라에 이어 6위로 몇 년 사이에 급격한 성장을 했다. 한편으로는 자체 기술로 이미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등 매우 모순적인 사실들 또한 존재한다. 게다가 인도는 전략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의 핵확산 금지조약 같은 군사적 영향력에 상관하지 않고 사실상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강대국이기도 하다.

 

푸네 시 외곽지역의 풍경



한국 차의 비중도 늘었다



 

필자가 방문한 푸네에는 인도의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인 타타자동차를 비롯해서 벤츠 인디아와 다수의 일본 합작기업 등 인도 내에서는 자동차산업의 개척지로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첸나이 등 더 큰 규모의 산업 도시들이 있지만, 인도는 워낙 국토가 커서 왕래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오히려 지역 별 특성이 크다고 한다. 필자가 인도에 다녀왔다고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타지마할은 가봤냐?’는 것이다. 그런데 푸네에서 타지마할을 가려면 열차로 1주일 넘게 가야 한다고 하니, 우리와 이들의 지리적 거리 개념은 그야말로 천양지차이다. 아마도 이런 것은 인도와 중국이 비슷하지 않을까?

 

알파색채로부터 수업용 화구를 지원받았다



거대 호화 쇼핑몰의 모습은 극과 극의 이미지이다



 

이번 방문에서 필자는 2주 프로젝트의 자동차 디자인 특강을 진행했는데, 한 학기의 수업을 2주로 압축한 강행군이었다. 이번 강의에는 국내의 화구 전문업체 알파색채로부터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마커 세트를 지원받았다. 알파색채에 감사 드리는 바이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도 학생들은 한국산 실습재료는 잘 알고 있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들의 열정은 매우 높았다.

시가지 거리에는 야생견들이 공생하고 있다



시가지 교차로의 교통정체는 거의 항상 지속된다



 

인도에는 상당히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있고, 그들 중 상당수는 일본계의 합작 기업들인데, 스즈키와 혼다, 토요타 등이 현지 메이커와 합작 형태로 많이 진출한 상태이다. 물론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마힌드라(Mahindra)를 비롯해서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타타(Tata)와 같은 거대 토종 기업들도 존재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토종기업들의 자본력이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막강하다는 점이다. 그 증거로 최근에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 종합기업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Pininfarina)를 마힌드라가 인수했다는 사실이다. 피닌파리나는 거의 모든 페라리를 디자인하는 등 전통과 명성을 가진 이탈리아의 디자인 전문 기업이다. 타타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소유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여전히 2륜차의 비중은 상당히 높다



 

이미 세그웨이와 피렐리 타이어 같은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등 ‘차이나 파워’가 점점 강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인도 역시 향후에 영향력이 어떻게 변화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인도와 중국에 의한 글로벌산업의 변화는 다양한 분야에서 통계와 경제분석가들에 의한 진단이 있지만, 필자는 자동차디자인이라는 조금은 한정된 시각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런 미시적 관점(微視的觀點)의 시각 역시 큰 흐름의 일부이기도 하다.

 

최근에 필자가 중국이나 인도 등의 신흥(?) 자동차산업국가의 자동차업계 인사들을 만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글로벌 레벨로 성장했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 질문 속에는 단지 생산량 같은 통계 수치들이 늘어난 이유만 묻는 건 아니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향상된 우리나라 자동차의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저들의 궁금증이 매우 큰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음이다.

인도 메이커의 차량들은 상당히 특이하다



인도의 기술력은 위성이나 핵무기와 같은 첨단분야와 자동차와 같은 실용 분야(?)의 차이가 비교적 크다. 그것은 워낙 큰 내수시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차량이 요구되면서도 국민들의 평균 구매력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인도의 차량 메이커들은 12억 인구의 내수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본적 수준의 차량만을 개발해서 판매해도 사실상 생존(?)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 역시 인도와 중국이 유사하다. 그런 이유에서 인도의 메이커들은 디자인의 완성도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정도의 객관성 있는 결과물을 내야 하는 절실함이 없는 건지 모른다. 한편으로 최근에는 인도에서 고가 호화차량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 수요 대부분은 재규어나 랜드로버, 혹은 독일 메이커와 같은 유럽 브랜드의 몫이다. 이 역시 극과 극의 사회 구조를 반영하는 측면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인도의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의 성장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지 모른다. 물론 기존의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를 인수한 경우는 예외이긴 하다. 그와 같은 인도의 상반된 자동차산업의 특성 속에서 우리의 자동차산업은 이들과의 협업을 통한 동반성장 속에서 우리의 역량을 더욱 높여가는 전략을 가져야 할 지도 모른다.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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