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이야기

입력 2011-11-04 13:47 수정 2011-11-04 13:47


오래 전 소록도를 방문했었다. 그 때는 단순한 관광객으로 들렀었는데 오늘은 정말 내가 꼭 만나야 할 사람을 찾아 다시 한 번 소록도를 찾아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 마침 이모부님이 보내온 글 때문이다. 엊그제 시인과 수필가로 활동하시는 이모부와 처음으로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엊그제 내가 쓴 <무심코 내뱉은 말 한 마디>에 대한 답신인 듯해서 찔끔했다. 불효한 세상에 대한 큰 꾸지람으로 들리기도 하고 다음세대에 남기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 같기도 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소록도에서 거주하고 있는 K신부 앞에 일흔이 넘어 보이는 노인이 다가와 섰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그 섬에서 살게 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는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0명의 자녀 중 한 아이가 문둥병에 걸렸습니다. 발병한 아들을 격리시키기 위해 소록도를 향해 오던 중, 지치고 피곤한 몸을 잠시 쉬고 있던 중 문득 잠에 곯아떨어진 그 아이를 죽이고 싶었습니다. 바위를 듭니다. 잠든 아이를 향해 힘껏 던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만 바윗돌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이를 악물고 다시 돌을 들었지만... 차마 또다시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소록도에 다 왔을 때 일어났습니다. 배를 타러 몰려든 사람들 중에 눈썹이 빠지거나 손가락이며 코가 달아난 문둥병 환자를 정면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그들을 만나자 아직은 멀쩡한 자신의 아들을 소록도에 선뜻 맡길 수가 없었습니다. 멈칫거리다가 배를 놓친 부자는 운명을 탓하며 함께 죽는 길을 택하기로 하고 나루터를 돌아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갔습니다. 신발 을 벗어두고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오던지...... 한 발 두 발 깊은 곳으로 들어가다가 거의 아버지의 가슴높이까지 물이 깊어졌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아들 녀석이 소리를 지릅니다. 아버지에게는 가슴높이였지만 아들에게는 턱밑까지 차올라 한걸음만 삐끗하면 물에 빠져 죽을 판인데 갑자기 돌아서더니 아버지의 가슴을 떠밀며 악을 써대는 거였습니다.

'문둥이가 된 건 난데 왜 아버지까지 죽어야 해요!' 완강한 힘으로 자기 혼자 죽을 테니 아버지는 어서 나가라고 떠미는 아들 녀석을 보는 순간, 아버지는 그만 그 애를 와락 껴안고 말았습니다.

그 후 소록도로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는 서울로 돌아와 바쁘게 살다 정신없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잘 키워낸 아홉 자녀들에게서 이런저런 모양으로 거절당한 아버지는 40년 전에 헤어진 그 아이가 생각나 소록도를 찾습니다. 40년을 잊고 살아왔던 아이, 다른 아홉 명의 아이들에게는 온갖 정성을 쏟아 힘겨운 대학까지 마쳐 놓았지만 내다버리고 까마득하게 잊어 버렸던 아이,...... 다시 또 먼 길을 떠나 그 아이를 찾았을 때 그 아이는 이미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쉰이 넘은 데다 그동안 겪은 병고로 인해 나보다 더 늙어 보이는, 그러나 눈빛만은 예전과 다름없이 투명하고 맑은 아들이 울면서 반기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합니다.

"아버지를 한시도 잊은 날이 없습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40년이나 기도해 왔는데 이제야 기도가 응답되었군요."

아버지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여유도 없이 묻습니다. 어째서 이 못난 애비를 그렇게 기다렸는가를... 자식이 문둥병에 걸렸다고 무정하게 내다 버린 채 한 번도 찾지 않은 애비를 원망하고 저주를 해도 모자랄 텐데 무얼 그리 기다렸느냐고...,

그러자 아들이 말합니다.

“여기 와서 예수님을 믿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되었노라고......,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비참한 운명까지 감사하게 만들었노라고.”

아버지는 그 때야 깨닫습니다. 나의 힘으로 온 정성을 쏟아 가꾼 아홉 개의 화초보다, 쓸모없다고 내다 버린 한포기 나무가 더 싱싱하고 푸르게 자라 있었다는 것을...



소록도 이야기가 이 땅에 만연한 가정폭력과 자녀유괴, 부모멸시....등의 숱한 가정의 문제를 치료하는 이야기가 될 수는 없을까?
CHO(Chief Happiness Officer) 송길원은 행복프로듀서, 행복촌장, 행복전도사로 불린다. 고신대학과 동대학원, 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아내 김향숙과 사이에 예찬과 예준 두 아들이 있다. 가정문화를 퍼트리는 문화게릴라로 불리는 그는 수도 없이 가정회복의 아이디어를 퍼트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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