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입력 2010-05-04 09:29 수정 2010-05-04 09:30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아내가 명태 국을 끓였는데 국이 그렇게 달 수 가없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단 무를 써서 국이 매우 달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이렇게 달지는 않았다. 당도(糖度)가 높다. 무슨 명태가 이렇게 단 명태가 있나? 속으로 ‘당뇨병 걸린 명태를 잡았나?’ 그래도 말을 못 꺼내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아내 역시 고개를 꺄우뚱거리더니 한마디 내뱉는다. “여보, 아무래도 소금을 넣는다는 게 설탕을 집어넣은 것 같은데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들 녀석들은 국 그릇을 밀쳐 버린다. 순간 나까지 국을 거부하면 아내가 마음 상할 것 같은 생각에 국을 떠먹었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종의 노후보장보험이라 생각하며 꾸역꾸역 떠먹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아침 식탁에 그 끔찍스런 국이 또 식탁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어처구니가 없어 아내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아내 하는 말이 너무 너무 아까워서 버릴 수 없다는 거다. 그러면서 날 보고 같이 처리하자고 한다. 그야말로 순교의 각오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서 국을 비웠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아내가 큰 녀석과 무슨 일로 의견 차이가 생기면서 서로 아옹다옹한다. ‘청소년과 청소년 부모갈등’에 관한 논문으로 학위를 받아 놓고 갈등은 더 심하다. 그럴 때마다 “이론과 현실은 달라” 그러면서 혼자 웃는다. 그런데 그 날 따라 녀석이 좀 도(度)를 넘어서는 것 같아 녀석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들녀석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찬아, 네가 보기에 엄마 어떤 행동이 영 마음에 안 드는게 있을 거다. 아빠도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니 말이다.” 그러자 녀석이 눈이 둥그래서 나를 쳐다본다. “찬아, 하지만 네 엄마가 한두 가지 단점이 있을지 모른다만 장점도 많지 않니? 부엌에서 콧노래 흥얼거리며 요리하는 것도 그렇고 아빠의 부탁이라면 한번도 거절한 일 없이 최선을 다하지 않니? 거기다가 모든 조건과 환경들 갖추고서도 너희들을 위해 온갖 희생을 다 치르고 있지 안냐? 찬아, 너도 이제는 가족이 무엇인지 배워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가족이란 말이다. 서로의 허물을 덮어 주는 것이란다.” 그러자 고개를 푹 떨군다.

나는 지금도 믿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더군다나 가장 사랑 받지 못할 사람이 가장 사랑을 필요로 한다고.

가정의 달을 맞이하면서 또 다시 되 돌이켜 보는 삶의 명제다.

 
CHO(Chief Happiness Officer) 송길원은 행복프로듀서, 행복촌장, 행복전도사로 불린다. 고신대학과 동대학원, 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아내 김향숙과 사이에 예찬과 예준 두 아들이 있다. 가정문화를 퍼트리는 문화게릴라로 불리는 그는 수도 없이 가정회복의 아이디어를 퍼트려 왔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161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286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