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에 그리던 삶

입력 2016-01-27 09:37 수정 2016-07-28 10:20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그들 중에 그래도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면서, 편안하게 지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 중, 그런대로 마음이 통하고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런 그가 최근에 집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 소식을 듣고 나는 내심 반가웠다. 이제는 자유로이, 자주 만날 수 있어 좋겠다. 고 생각했다. 사실은 그가 이사 오기 바로 전 이용휴의 “상상 속에 그리던 삶”이란 글을 읽고, 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혼자 생각했었다. 우선 그 글을 보자.

 

“도성 안에서 외지고 조용한곳을 택해 몇 칸짜리 작은 집을 짓는다. 방안에 두는 것은 거문고와 책, 술동이, 그리고 바둑판이 전부. -중략- 이웃은 뜻 맞는 친구 한 사람. 그 역시 나와 비슷하게 꾸려 두고 산다. 두 집 사이에 대나무를 엮어 사립문을 만들고는 그리로 왕래한다. 난간 옆에 서서 부르면 그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신발이 벌써 섬돌에 이른다. 비바람이 아무리 심해도 왕래를 그치는 일이 없다. 이렇게 여유롭게 노닐며 늙어간다. 우연히 구곡 동에 들어갔다가 서 씨와 임씨가 사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마음으로 상상하던 것 그대로였다. 이를 적어서 기문을 짓는다.”

 

위 글은 이용휴의 산문선.「나를 찾아가는 길」에 나온다. 혜환(惠寰) 이용휴(李用休)(1708-1782)는 28세 생원시 합격을 끝으로, 과거를 더 이상 보지 않았고, 죽을 때까지 벼슬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재야문사로 삶을 살았다. 당시 연암 박지원과 쌍벽을 이룰만한 문장가였다. 다산 정약용은“벼슬에도 나아가지 않은 신분으로 문단의 저울대를 손에 잡은 것이 30여년 이었으니,이는 예로부터 유례가 없는 일이다”고 평했다. 옛 사람이나, 오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나, 사람 살아가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하며 냉소적일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뜻이 맞고 거리낌 없이 자주 왕래하면서, 친분을 쌓아 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 않고서야 250년 전 최고 문사인, 이용휴가 “상상 속에 그리던 삶”이라고 했을까?

 

사람이 살아가는데,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뜻이 통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고, 만나기도 쉽지 않다. 송나라 방악(方岳)(199-1262)이 쓴 한시‘별자재사령(別子才司令)’에 “세상에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십중팔구고, 말이 통하는 사람도 두셋이 되지 않는다(不如意事常八九 可與語人無二三)”가 나온다.

 

요즘은, 대세가 온라인 친구 맺기를 통한 SNS 소통이다.카카오스토리,카카오톡,밴드,페이스북 등 다양하다. 인터넷의 발달과 아이티기술의 발달로, 그동안 소식도 모르거나, 왕래가 소원했던 사람들도 쉽게 연결할 수 있고, 소통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친구 맺기로 연결된 사람 수가, 몇 백 명에서 많게는 몇 천 명에 이른다. 그러면서도 마음한편 얼굴을 마주보고, 아무 허물없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마음이 통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 그리워진다. 인간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없어, 가까이 그런 사람이 없다면, 그렇게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물론, 멀리서 오래 간만에 친구가 찾아와 담소를 나누는 즐거움도 있다. 공자도 예찬한 즐거움 중 하나이다.

 

가까이 이사를 온 그 사람과 벌써 몇 차례 왕래가 오고갔다. 집에 맛있는 먹 거리가 들어오면, 전화를 해서 아내와 함께 방문을 하여, 함께 담소와 더불어 식탁에서 잔잔한 행복을 맛본다. 시간이 조금 여유가 생기면, 연락을 해서 내편에서, 저편에서 만난다. 그러는 동안 마음속에 고개를 내미는 것은, 이런 즐거움이 행복이 오래 동안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격식 차리지 않고 만나고, 아무렇게나 찾아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만남이 좋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목사입니다. 몇년간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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