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국가와 글로벌 경쟁력

입력 2011-06-02 02:44 수정 2011-06-03 23:19


온통 대한민국 전체가 비리로 얼룩졌던 5월이 막 지나갔다. 6월이 시작되었는데 비리의 얼룩은 계속 퍼져간다. 유럽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며 서서히 퍼지고 있는 슈퍼 박테리아처럼 말이다.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유되지 않는다는 슈퍼 박테리아가 마치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비리와 비슷해 보인다. 아무리 강력한 극약처방으로도 근절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비리. 비리라는 이름의 박테리아가 계속해서 슈퍼 비리를 키우고 있는 온상이 대한민국처럼 느껴지는 짜증나는 하루다.

막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십년을 넘게 모았던 돈 이상의 돈은 순식간에 증발하여 없어지고, 어떻게 모았는지 그 부의 축적 과정을 알 수도 없는 수십억 원을 예금했던사람들은 사전 시나리오가 있은 듯 미리 연락을 받고 돈을 다 빼내갔다. 돈이 많으니 고가의 고성능 스마트 폰으로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는 앱을 이용하여 사전 공모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돈을 빼내간 사람들이 거의 전부가 그 은행 간부의 친척이고 친구이며 동창이고 속칭 큰손이라 불리는 우수고객이란다. 정말 공정함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의 의미는 무엇일까. 공정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지워버리고 싶어진다. 공정이라는 말이 국어사전에 없다면 쓸 수가 없고 그렇다면 그 단어를 선택할 수도 없었을 텐데. 왜 공정을 외치면서 매일 매일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껏 배우고 터득했던 학습효과에 의거해서 시간이 약인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될 듯싶다. 언제나 이 나라에선 피해를 보는 것은 힘없는 서민들이었으니까. 이 번 만큼은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왔고 긍정의 힘을 믿어왔던 나로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보고 있기가 힘이 든다.

한편, 병든 소를 헐값에 사들여 몰래 도축해서 그 고기를 학교와 식당에 공급한 사람들이 적발되었다고 한다. 약 12만 여명이 먹을 분량이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 구제역이라며 소를 땅에 매몰하는 장면을 보아왔는데 이제는 병명도 모르는 병든 소를 먹었다니. 그것도 학교에서 아이들이. 정상적인 고기임을 증명하는 서류는 위조했다고 한다. 큰 비리를 보고 있자니 작은 비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은 진리다. 큰 비리를 보고나서 작은 비리를 보면 담담해져야하는데 큰 비리를 보고 작은 비리를 접하니 앞으로 넘어지고 일어난 다음 곧바로 뒤로 자빠진 느낌이다. 물론 고객의 돈을 물 쓰듯 쓰면서 자기 아들에게 수백억원을 대출해준 이보다는 낫다.

또 다른 한편, 운동선수가 승부조작을 했다. 이제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도 포기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 같다. 각본대로 은행 문 닫기 전에 돈을 미리 인출해간 것처럼 운동 경기도 미리 짜고 했다니. 그래서 재미가 없었나 보다. 미리 짜고 하는 스포츠 경기를 국민이 봐주어서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외친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비리의 고리는 이제 분야를 안 가리고 승부 없는 드라마라고 일컬어지는 스포츠계에 까지 파고들었다. 져주고 돈 받고, 돈 받으니 져주고, 이러니 값비싼 위성 안테나를 달고 유명한 해외 리그를 보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다. 몇 년 전 해외 리그를 보는 지인이 말했다. 유럽 리그는 차원이 다르다고. 그 때는 우리 나라 리그도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 지인의 말이 옳았다. 승부가 미리 정해진 경기를 보는 것과 미리 짜고 돈을 빼가는 것은 왠지 형제 같이 닮아 보인다. 돈 인출 큰 비리와 병든 소 작은 비리 사이에 승부 조작 중간 비리가 이어짐으로써 비리가 완성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비리 삼총사의 종결형인 것처럼. 이곳은 그토록 자랑스럽게 외쳐왔던 G20 의장국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해외를 많이 다니자니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러나 슈퍼 박테리아 같은 비리 삼총사를 5월에 경험하고 나서 점점 긍정이라는 콘택트렌즈를 내 눈 밖으로 꺼내게 된다.

비리가 만연한 국가를 비리국가라고 명명한다면 이런 비리국가에는 경쟁력이 없다.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도 비리국가에는 오지 않는다. 모르고 투자하러 왔다가도 곧 상황을 파악하고 돈만 챙겨서 비리국가를 떠나게 된다. 비리국가에서 번 돈이기에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떠나려 할 것이다.

큰 국가행사를 아무리 유치하면 뭐하겠나. 원전 아무리 팔면 뭐하겠나.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의 오지를 돌아다니면서 가난한 사람들 돕겠다고 약 상자 전달하면 뭐하겠나. 정작 평생 힘들게 모은 돈 다 날리고, 병든 소 먹으면서, 조작된 경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대한민국인데. 비리 국가는 한마디로 공정과 글로벌 경쟁력을 논할 자격이 없다. 세상을 바라다보는 관점이 많이 바뀐 6월의 둘째 날이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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