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는 통하지 않는다.- 급할수록 냉정하게 다시 생각하기

입력 2006-08-04 11:05 수정 2008-07-25 02:48
“이 비행기를 꼭 타야 합니다. 제발 이 비행기를 타게 해주세요.이 비행기를 타고 덴마크 코펜하겐에 가지 않으면 모든 상담 일정이 물거품이 되요, 제발~” 

 

“안됩니다, 손님, 이미 check-in이 끝나고 비행기는 5분 안에 출발합니다.손님의 상황은 이해합니다만 원칙을 무시하고 손님을 지금 태울 수는 없습니다. 손님의 티켓 규정을 확인하고 다음 비행기에 추가 운임 없이 탈 수 있는지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손님 한 사람을 위해 수많은 승객들이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규정을 지켜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다.7년 전 내가 우리나라도 아닌 그리스 아테네 공항에서 현지 check-in 카운터 직원과 벌였던 실랑이 아닌 실랑이의 한 장면이다.

 

나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계속 흘러 내렸고 머리 속은 텅 비어있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나의 말.

 

“ 공항에 늦은 건 나의 잘못이 아니에요. 길이 너무 막혀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니까요. 그리고 아테네는 택시 잡기가 너무 어렵네요. 아테네 같은 국제도시가 이게 말이 됩니까.” 

 

어느덧 나의 말에는 짜증이 섞이기 시작했고 대화가 아닌 하소연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공항직원에게 할 필요가 없었던, 아니 해도 별 소용이 없는 수많은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공항에 늦은 것은 나 자신인데 계속 택시 문제와 국제도시로서의 아테네의 위상을 논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펜하겐에서 내 상담이 잘못되면 당신이 책임질 꺼요?”나의 목소리는 계속 커지고 있었다. 단 한명의 동조자도 없으면서말이다.

 

마침내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공항직원이 단호한 어조로 나에게 한 말.

 

“고객님, 비행기는 버스가 아닙니다.”

 

 

공항직원의 이 말 한 마디에 나의 하소연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아니 이 말을 듣는 순간 다리에 힘이 쑥

빠지면서 더 이상 카운터 앞에 서있을 수가 없었다. 한 방에 넉다운이 된 것처럼.

 

 

한국 사람은 감정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고도 한다. 문제가 생기면 풀려고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핑계를 들어 그걸 덮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다. 물론 위의 상황을 겪고 나서 나도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심히 부끄러워졌다.

 

길이 막히고 택시를 잡기 위해 많은 시간이 지체된 것은 사실이지만그렇다고 문이 이미 닫히고 출발 오분 전의 비행기를 잡아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하소연이 아니라,첫째, 다음 비행기 일정을 찾는 것이고, 둘째, 현지 직원의 말대로 내 티켓의 운임규정을 확인하고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지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고, 셋째, 더 늦기 전에 덴마크 거래선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 시간 변경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하소연은 맨 마지막으로 내 일기장에서나 했어야 했다.

 

급한 상황일수록 냉정을 찾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연습이 많이 필요한 글로벌 인재의 항목이 아닐 수 없다.문제가 생길 때, 일단 핑계를 대어 자신의

숨을 곳을 만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해법을 수립해야 한다. 자신이 초래한 문제의 본질은 스스로에게 있다는 마인드가 그 해법의 핵심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나는 전세계 어느 공항에 가도 아테네 공항 직원의 “고객님, 비행기는 버스가 아닙니다”라는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진리는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막무가내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통하지 않는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에서 국제통상협상론과 무역경영론을 가르치고 있다. 해외파견 근무 및 55개국 300여개 도시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문화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한류산업과 다문화시대의 협상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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