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먹기는 겉절이가 맛있어

입력 2013-08-31 14:49 수정 2013-09-04 20:13



















                                            < 흑산도 청정 해역에서 생산된 돌미역- 미역귀가 살아 있다>

바깥 나들이를 자주 했더니 묵은 반찬 뿐이라 밥상에 앉는 재미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묵은지로 여름을 나면 살림이 규모 있고 몸에도 이로운 줄 알지만 여름 내내 묵은지를 먹었더니 질립니다.
겉절이가 김치냐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바로 먹기는 그래도 생절이다 싶습니다.
예전 같으면 김장 한 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어도 겉절이를 담가 먹을 만큼 생김치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김치 담그는 횟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요맘때가 일 년 중 배추값이 가장 비쌀 때이지요?
'그래 난 배추값 올라도 묵은지 많으니까 걱정 없어.'라며 묵은지로 찌개도 끓이고 볶기도 하고 찜도 해먹었지만 물립니다. 같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입맛은 늘 새로운 것을 찾기 마련입니다. 가을배추가 동이 난 이후, 햇배추가 나온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열무나 얼갈이 외엔 배추김치를 한 번도 담그지 않고 지내 왔으니까요. 흔할 때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귀하고 비싸지면 그제서야 찾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인가 봐요.

그밥에 그나물인 밥상을 계속 차릴 수는 없는 일이지요.
더위도 많이 수그러들었고 명절도 가까워지니 김치를 담가야겠다 싶어  제법 많은 양의 김치를 장만했습니다.
강원도 고냉지 배추로 배추김치를, 얼갈이에 열무를 섞어 풋김치를, 무 2개로 깎뚜기를, 쪽파 1단으로 파김치를 담갔습니다. 명절김치는 포기로 다시 담가야겠지만 생김치를 마련해 놓으니 뿌둣합니다.

늘 경험하는 일이지만 냉장고에 갓 담근 김치가 가득하면 괜스레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건 주부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더라고 할까말까 망설이며 시간 보내느니 바로 시작하자 싶어 아침부터 서둘러 시장을 보고  재료를 준비해 일을 마치니 하루가 훌쩍 지나갑니다.

올해는 고추농사가 잘 되어 가격이 작년에 비해 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햇볕이 따가워 건조도 잘 되어었으니 빛깔 고운 태양초가 시장에 수두룩합니다.
좋은 고추는 육질이 두껍고 윤기가 흐르며 선홍색의 빛깔을 띄며 매콤함 뒤에 단맛이 도는 것입니다.
저는 8월 초에 양질의 건고추를 구입하여 다듬고 씻어 양념장으로 만들어 1회용 씩 소포장하여 냉동시켜 두었습니다. 이 양념장으로 김장 전까지 김치 담글 때마다 꺼내 쓰면 일하기가 수월하고 고춧가루로 담근 것보다 맛이 좋습니다.

준비된 고추양념에, 밥과 마늘 멸치액젓과 새우젓을 넣고 믹서에 간 양념을 혼합하여 간을 맞추고 쪽파 썬 것을 더하면 김치양념은 완성입니다. 가을배추로 담그는 김치엔 양파나 사과 배 등을 넣어 단맛을 내지만 여름김치라 넣지 않았습니다. 여름에 수확하는 배추는 무르기 때문입니다.

배추 간은 통째로 하지 않고 찢어 세 시간 정도 절여 씻어 건지고, 얼갈이와 열무는 살살 세 번 씻어 한 시간 반 절였다가 건질 때 한 번 헹구어 물기를 뺍니다.
절여진 김치거리에 양념장을 넣고 버무리다 마지막에 통깨를 뿌리면 완성입니다.

김치맛은 배추와 젓갈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잘 삭은 멸치젓을 생으로 갈아 넣으면 액젓으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감칠맛이 납니다. 이때 쓰는 멸치젓은 집에서 담근 것이라야 함은 두 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새우젓도 가능하면 집에서 담가 드시면 깨끗하고 맛도 좋아요. 강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액젓과 새우젓을 혼합하여 쓰시고, 밥 대신 찹쌀죽이나 밀가루풀, 또는 삶은 감자를 갈아 넣어도 됩니다.

양념에 쓰는 깨는 기름집에서 사는 것보다  번거롭더라도 생깨를 구입하여 집에서 볶아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국산 참깨라면 몰라도 수입산은 들여 오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려 보존제의 사용은 불가피하니 뜨거운 물에 바락바락 씻어 여러 번 헹군 다음에 물기를 빼고 볶아야 유해성분이 제거됩니다.
수입깨로 참기름을 짤 때에도 이런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참기름은 바로 짜서 드셔야 고소한 향이 살아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이 짜서 두고두고 먹는 방법은 좋지 않아요. 비빔밥으로 꽤 유명한 전라북도의 어느 식당에서는 매일 참기름을 짠다고 들었습니다.

볶음깨는 두 가지 용도가 있는데 양념용과 고명용이 그것입니다.
고명으로 쓸 것은 씻을 때 바락바락 문질러 여러 번 헹구어 거피를 해서 볶은 다음 키에 까불어 만들고, 양념용은 그냥 볶아 절구에 반 정도 빻아 가는 소금 조금 넣어 밀페용기에  담아 냉장하여 쓰시면 좋아요.

바쁜 기름집에서 깨끗하게 볶음깨나 참기름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요.
참기름은 이웃끼리 어울려 하루를 잡아 짜서 나누는 것도 방법입니다. 국산 깨로 참기름을 짜면 고소하고 깨끗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가격이 비싼 게 흠이고, 자칫하면 수입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중으로 피해볼 수도 있으니까요.

추석 송편 빚을 때도 소로 쓰셔야 하니 볶음깨 미리 준비해두시면 종종걸음 칠 일이 없어요.
송편 고물 이것저것 넣어 봐도 참깨 보다 더 맛있는 건 없더군요. 잘 쉬지도 않습니다.
시간 넉넉할 때 양념이나 김치, 나물거리, 전감 등 식재료 미리 준비해 놓으시면 명절 스트레스도 덜 받고 일하기도 즐거워요. 양지머리 푹 고아 흑산도에서 구입해 온 돌미역으로 국을 끓여 밥을 말고 그 위에 생김치 한 가닥을 걸쳐 먹으니 달아난 입맛이 확 살아납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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