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찜

입력 2012-11-21 03:40 수정 2013-01-17 07:30

 







김장이 한창입니다.
올해는 빨리 찾아온 추위로 얼기 전에 무 배추를 수확하는 까닭입니다.
이른 아침 들판에 나가보면 서리가 하얗게 내려 있고 얼음도 얼었습니다.
집집 마다 시래기 말리는 모습들이 평화롭습니다. 시래기는 채소가 귀한 겨울, 좋은 섬유소의 공급원이지요.

시래기국이나 나물도 좋지만 국물 자작하게 붓고 뭉근히 조린 시래기찜도 입맛 당깁니다.
푹 삶은 시래기를 깨끗하게 행궈 물기를 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된장에 무칩니다.
여기에 멸치육수나 새우( 민물새우나 바다새우)와 청양고추 썰어넣고 중불에 끓이다가 맛이 배면 다진마늘과 참기름 두르고 한소끔 더 끓이면 완성입니다.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나 들깨가루를 넣어도 맛납니다.

어머니는 겨울이면 이 음식을 자주 상에 올리셨었는데 그 때엔 시설재배가 없어 청양고추가 있을 리 없었지요. 늦가을에 딴 끝물고추를 소금물이나 멸치젓국에 절이기도 하셨지만, 일부는 말려 절구에 거칠게 빻아 보관 했다가 시래기요리나 된장국 끓일 때 넣으셨습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된장과 매운 풋고추는 썩 잘 어울리는 맛의 조합입니다.
넉넉하게 마련해놓은 풋고추가루는 이듬 해 풋고추가 날 때까지 두고두고 얼큰한 맛을 내는 데에 쓰셨습니다.

아침 산책 중에 찻길을 건너다 치인 고양이가 길가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이런 걸 봐도 지나쳐 버리기 일쑤였는데 여기선 묻어줄 여유가 생깁니다. 집에서 기르고 있는 애완견 '라데니'가 생각나 예사롭게 보이질 않습니다. 어미를 따라 길을 건너다 뒤쳐져 변을 당했지 싶습니다. 와중에도 고양이가 길 옆으로 치워져 있는 게 다행이다 싶었지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삽을 빌려야 했는데 길 옆의 구멍가게 아저씨가 선듯 도와주신 것도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갓김치는 요즘 거의가 돌산갓으로 담그시는 게 대세인데 홍갓으로 담가도 맛납니다.
갓은 톡 쏘는 맛이 매력인데 홍갓의 매운 맛이 돌산갓에 뒤지지 않습니다.
홍갓은  질긴 게 흠이지만 입맛 당기는 김치거리 입니다.
오래 저장할 것이 아니면 갓과 쪽파 도톰하게 썬 무를 섞어 담그면 무에 갓의 보랏빛 물이 들어 태깔도 좋습니다. 여름까지 저장하실 거면 갓만 사용하시고요.

잘 영근 서산생강 껍질 벗겨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고 그늘에서 새득새득 말렸다가 얇게 저며 설탕이나 꿀에 절여 차 끓여 드시면 감기 예방도 되고, 향도 맛도 그만입니다. 생강을 채로 썰고 대추채도 곁들여 꿀이나 설탕에 재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김장철이라 이래저래 바쁘시겠지만, 잠시 짬을 내어 마실거리까지 마련해두시면 춥고 긴 겨울 나기가 즐겁습니다.

책읽기 좋은 겨울밤에 마시는 따끈한 생강차, 환상입니다.
이제 기온은 점점 더 내려가고 밤은 길어질 것입니다.
온갖 농산물들이 풍요로운 이 때,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겨울 나실 먹을거리 넉넉히 장만해놓으면 추위인들 두렵겠습니까.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259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455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