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차

입력 2012-11-14 05:05 수정 2013-01-27 01:16

 


                                         < 남해산 유자>

김장준비로 설래발이를 치다 며칠 전에 사 온 유자가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걸 찾아내 유자청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식재료를 구입하여 놓고도 제 때에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기억력이 떨어져 일상의 중요한 일조차 깜박할 때도 많은데 친구들도 다 그렇다 하니 치매의 전조라 호들갑 떨 일은 아닌성 싶습다.
 
전철에서도 내릴 곳에서 내리지 못하고 한참을 지나쳐버려 난감할 때가 많은데 기억력 강화시키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미당 서정주 선생님은 말년에 기억력을 감퇴시키지 않으려고 세계의 산 이름을 매일같이 외우고는 이를 시로 쓰셔서 <山詩>라는 시집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비바람에 가을은 저만치 저물고 있으니 겨울 나실 준비 단단히 하셔야겠지요.
동치미며 갓김치, 파김치, 무청김치, 총각김치나 초롱무김치 먼저 담그시고 배추김치는 맨 나중에 마련하시면 한갓집니다. 저는 요즈음 나는 생새우를 넉넉히 사서 김장용으로 쓰기도 하지만 젓갈도 담가 김치냉장고에 저장합니다. 지금 새우젓을 담그면 소금량을 많이 줄일 수 있어 수년 전부터 이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굳이 오뉴월에 담근 오젓이나 육젓이 아니라도 제가 만든 것이니 안심할 수 있어 좋습니다.

예전에는 배추김치 담글 때 부재료를 많이도 넣었습니다.
육회며 참조기, 꼴뚜기, 낙지, 생굴, 밤채, 배채, 청각, 석이버섯, 홍시, 통깨 등등...
한데 이제는 이런 것 죄다 생략하고 기본으로 들어가는 야채(미나리, 갓, 쪽파, 무채)에 생강 마늘 간것과 액젓, 생새우, 찹쌀죽만 넣어 담급니다. 양념 많이 들어가는 것, 발효에 하등 도움이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오래 둘 것은 그마저 덜어내고 무, 다시마와 대파, 건새우, 우려낸 육수에 고춧가루와 마늘만 넣어 담급니다. 이는 절집의 김치가 처음엔 밍밍하지만 익으면 왜 그리 깊은 맛이 나는가를  살펴보면서  터득했고,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님 한테서도 배웠습니다.

오늘 저녁엔 시래기된장국과 초롱무김치가 주메뉴입니다.
일주일 전에 담근 게 익어 먹기에 딱 좋습니다.
저는 주먹만한 뿌리가 달린 초롱무(동치미무 보다 작은 것)를 알타리 보다 더 즐기는데 남도에서는 이것을 많이 씁니다. 무의 맛이 알타리 보다 훨씬 시원하고 달기 때문입니다.

잎이 푸른 무를 전잎만 떼어내고 껍질 긁지 말고 다듬어 씻은 후에 물기를 빼고 꼬리에서 머리 쪽을 향해 십자로 칼집을 넣어 3센티 정도만 남겨 둡니다.
짜지 않게 소금 간하여 5.6시간 두었다가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빼고 양념을 준비합니다.
고춧가루를 따뜻한 찹쌀풀에 개어 고춧물이 배게 하고 거기에 액젓과 생새우 쪽파 다진 마늘 생강을 넣고 버무려 용기에 담고 실온에서 3일 익혀 냉장합니다.

간은 생김치로 먹었을 때 간간하다 싶게 액젓으로 맞추세요. 너무 싱거우면 김치가 금세 괴어 올라 맛이 없습니다. 여기에 멸치무침이나 간고등어 구워 올리고 무나 버섯나물 한 가지 곁들이면 짜임새 있는 밥상이지요. 후식으로 맛좋은 단감이나 사과 그리고 유자나 생강차 한 잔 준비하시면 초겨울 저녁상은 만점입니다.

조선 후기 유학자 퇴계 선생은 一食 三餐을 평생 실천하셨습니다.
먹을거리가 넘쳐 나는 요즘, 잘못된 식습관으로 비만과 각종 성인병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식생활 개선이 건강의 첫걸음입니다. 질박하고 청정한 밥상차리기, 우리가 지향하여야 할 궁극의 밥상이 아닐까 싶네요. 음식은 몸에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니까요. 오염이 덜 된 식재료를 달고, 짜고, 맵고, 기름지지 않게 조리 하되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과 각종 무기질의 균형을 맞추고 더 먹고 싶을 때 그만두는 습관을 지속하셔야겠지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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