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장조림

입력 2012-11-03 08:10 수정 2012-11-09 00:02

 




기온이 내려가니 장보러 가는 걸음도 움츠려듭니다.
마음은 아직 가을인데 들판의 공기는 초겨울입니다.
겨울로 접어드는 초입이 되면 괜스리 마음이 바빠지고 겨우살이 채비에 종종걸음을 하게 됩니다.

이런 주부님들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게 초조해 하는 세대가 수능을 코 앞에 둔 수험생들이지 싶네요. 인문계열의 학생들에게 딸리는 수리과목도, 이공계열의 학생들에게 취약한 언어영역도, 부족한 내신성적과 실기로 고민하는 예능계열의 학생들 모두가 수능은 두려운 관문일뿐입니다. 
부족한 수면과 앞날에 대한 초조함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수험생들에겐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은 큰 위안이 됩니다.

수험생에게 좋은 식단은 무얼까요.
샐러드, 과일, 생선, 육류, 나물, 견과류... 떠오르는 아이템이 무수히 많습니다.
우선 체력소모가 많으니 단백질의 보충은 필수겠지요.
수험생을 위한 반찬으로는 달달한 불고기 보다 장조림이 더 알맞지 싶습니다.
소고기장조림에 누구나 좋아하는 달걀과 메추리알, 꽈리고추를 넣어 만들어보았습니다.

저의 유년기엔 소고기가 흔한 식재료가 아니었습니다.
그때엔 소를 대량으로 사육하는 농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농사일을 돕는 소를 한 마리 먹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소고기는 귀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맛도 좋았습니다 . 지금처럼 공장 사료가 아닌 쇠죽을 먹고 자란 때문이었겠지요. 그때의 시골 사람들이 소비하는 육물은 돼지와 닭이 고작이었습니다. 시골의 면소에 있는 정육점에선 소고기를 팔지 않았고 군청 소재지나 읍내에 나가야 겨우 구할 수 있었으니까요.

직장일로 틈이 나시질 않는 어머니가 읍내의 5일 장날과 휴일이 겹치는 날의 점심상은 육회비빔밥이며 육개장으로 거나했습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던 저는 가끔씩 먹는 소고기요리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넉넉히 사오신 소고기는 장조림으로도 밥상에 올라왔었는데 고기보다 그 속에 들어 있는 달걀 건져 먹는 재미가 그만이었습니다.
맹물에 삶은 달걀도 맛난데 소고기육수에 조린 달걀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게 더 맛있었습니다.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가용으로 기르던 암닭이 짚으로 만들어 매달아놓은 둥지에다 알을 낳고 '꼬꼬댁 꼬꼬' 큰 소리로 울며 튀어내려오면, 둥지 속엔 방금 낳은 따뜻한 달걀이 놓여 있었지요.
닭장의 달걀을 꺼내 벽장의 바구니에 모으는 일이 제 담당이었습니다. 집안 살림의 소소한 일거리는 오빠가 도맡았는데 어머니는 오빠보다 저를 더 미더워하셨나 봐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더라고 가끔은 슬쩍하여 아무도 없는 다다미방에서 전기 곤로에 삶아 혼자 날름하기도 하였는데 그 맛이 꿀맛이었습니다.

그때 기억된 미뢰의 인자가 여지것 남아서인지 지금도 삶은달걀이 맛난음식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습니다. 여행지에서 낯선 외국음식 때문에 고민되면 항시 과일과 삶은 달걀로 해결하는 습관은 지금도 여전한데 친구들도 저와 다르지 않더군요.

소고기장조림을 맛있게 만드는 비결은 고기를 먼저 푹 삶는 데 있습니다.
처음부터 간장물에 조리면 고기가 질기고 딱딱해져서 씹기에 곤란하고 맛도 없습니다. 
기름기를 제거하고 핏물을 뺀 장조림용 사태나 홍두깨살을 통마늘, 대파, 양파, 맛술을 넣고 한 시간 정도 푹 끓입니다. 고기가 물렀거든 고기를 건져내고 나머지 향신채는 버립니다. 육수를 차갑게 식혀 위에 뜬 기름을 걷어냅니다.

장조림에 넣을 달걀과 메추리알을 삶아 껍질을 벗겨놓고 꽈리고추도 씻어 물기를 빼둡니다.
달걀은 크기가 작은 초란(初卵)이 좋은데 유정란은 크지 않으니 그걸 쓰시면 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추리알도 함께 준비하시면 좋지요. 간장물에 조리실 때 청양고추를 5개 정도 넣고 끓이면 장조림국물이 칼칼하고 개운하니 식성에 따라 가감하셔요.

이렇게 해서 만든 소고기장조림을 고속버스 편으로 어머니께 보내드리면, 4시간-4시간반 후에 어머니 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강남터미널을 출발한 보자기가 광주에 도착하면, 퀵서비스를 담당하시는 분이 즉시 오토바이를 타고 부모님이 계시는 친정집으로 배달됩니다.
"진호네냐, 장조림이 어찌나 연한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짜지도 않고." 
한달이면 두어 차례 부모님이 드실 반찬과 간식거리, 음료가 든 보따리가 서울 광주 간을 오가곤 했는데 그 일이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으니 세월의 무상함에 가슴이 아립니다. 

육수에 진간장과 집간장의 비율을 5:1정도로 혼합하여 삶아진 고기와 부재료가 충분히 잠길 만큼 물을 더 보충합니다. 끓는 도중 간을 봐가며 물과 불 조정을 하면서 50분 정도 중불에 조리다가 마지막 7분 전에 꽈리고추를 넣어 한소끔 끓어 올라 고추가 익거든 금세 불을 끄고  바로 건져 간장물에 담가 따로 보관하셔야 쉬 변질되지 않습니다. 상에 내실 때, 장조림 고기를 결대로 찢지 않고 고기의 결과 반대로 썰어서 담아도 모양새가 좋습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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