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국밥

입력 2012-02-22 07:26 수정 2012-02-27 01:18
인간관계의 돈독함을 드러낼 때, '수년 간 우린 한솥밥 먹고 지낸 사이'라 얘기 합니다.
긴 세월 苦樂을 함께 하였으니 상대의 형편과 마음을 익히 알고 공감할 수 있는 관계라는 의미겠지요. '우리 밥 한 번 같이 먹을까.' 이도 살면서 듣는 기분 좋은 말 중의 하나입니다.

밥상을 함께 하면, 데면데면하던 관계도 쉬 풀리고 소원했던 세월의 간극도 넘어서기 십상입니다.
밥상으로 소통하고 밥상에서 화해하던 우리의 미풍이 되살아나, 눈만 뜨면 상대방 흠집내기를 밥 먹듯 하는 일들이 수그러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입춘이 지났고 우수도 넘겼으니 봄은 이제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추위와 함께 생산되기 시작한 굴은 기온이 올라가면 독성이 생겨 식용이 어렵습니다.
제철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생굴로 한솥밥을 지어 서먹해진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시면 어떨까요.

향이 독특한 생굴은 회로도 무침으로도 어리굴젓이나 진석화젓, 굴전이나 튀김으로 조리되어 우리의 입맛을 돋웁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즈음, 생굴과 무, 표고버섯과 함께 굴밥을 지어 양념장에 비벼 드셔도 좋고 뜨끈한 굴국밥을 만들어 드시면 건강에도 좋거니와 속도 후련해집니다. 요리에 쓰일 굴은 중간 크기의 통영산이나 고흥산이 알맞습니다.

 <굴밥>
굴은 엷은 소금물에 넣고 손가락 끝으로 굴에 붙어 있는 쩍(껍데기 부스러기)이 있는지 확인해가며 헹구어 물기를 뺍니다. 마른 표고버섯을 물에 불려 채썰어 준비합니다.

불린 쌀에 도톰하게 썰은 무채를 섞어 밥을 짓습니다. 밥물은 채수(다시마나 표고버섯 우린 물)나 멸치육수를 쓰시면 감칠맛이 더합니다. 밥물은 무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여 평소 보다 조금 적게 잡아 고슬하게 지어야 양념장에 비비기가 수월합니다. 밥물이 끓어오르거든 불을 줄이고 중불에 뜸을 들이다가 밥알이 거의 다 익을 무렵, 굴과 표고버섯채를 얹어 약불에 살짝 익힙니다.
굴과 표고버섯채를 넣으실 때, 부추채를 더하기도 합니다.

*양념장
간장의 염도를 줄이기 위해 멸치육수나 채수를 조금 넣고 희석하여 고춧가루와 참기름 깨소금 달래를 섞어 되직하게 만듭니다. 이 때, 풋마늘채나 쪽파채를 넣으셔도 좋습니다.
달래나 풋마늘, 쪽파는 향이 강한 채소라 굴의 독특한 냄새를 중화시켜주니 굴에 거부감을 있는 분들도 드시기가 편안해집니다. 굴밥은 양념장 하나면 다른 찬이 필요 없습니다. 굳이 준비한다면 나박물김치나 봄동겉절이가 어울리겠지요.

 <굴국밥>

요즈음 굴국밥은 맑은 국물이 대세인데 저는 김치와 콩나물이 들어간 붉은 국물의 굴국밥을 만들었습니다. 이 음식은 저의 유년, 추운 겨울날 어머니가 가족들의 점심으로 만들어주시던 것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콩나물국밥에 생굴이 들어간 것인데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요즈음의 굴국밥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굴국밥은 남아 있는 찬밥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함께 끓인 국밥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따로국밥으로 준비하셔요.

콩나물은 삶아 바로 건져 찬물을 끼얹어 소쿠리에 건져놓습니다.
콩나물은 국산콩으로 기른 것을 선택하셔요. 콩나물 삶은물은 국밥의 물로 사용할 것이니 버리지 말고 따로 둡니다. 이 때 콩나물이 뻣세다(수입산) 싶으면 삶아낸 국물은 버리고 멸치육수나 새우육수룰 사용합니다.

잘 익은 김장김치를 송송 썰어 참기름을 두른 팬에 볶다가 육수나 콩나물 삶은 물을 넉넉하게 붓고 푹 끓입니다. 김치가 무르면 찬밥을 넣고 끓이다 마지막에 삶아 건져놓은 콩나물과 굴을 넣고 한소끔 끓여 새우젓이나 집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완성입니다.

국산콩으로 기른 콩나물을 쓰셔야 콩나물의 구수한 향과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콩나물은 원래 서리태 보다 작은 쥐눈이콩으로 길렀는데 검은 콩깍지를 일일이 가려내기가 번거로워 지금은 메주콩보다 작은 흰콩을 사용합니다.

어머니는 키가 긴  옹기 물동이의 바닥에 구멍을 뚫어 콩나물 재배기로 사용하셨습니다. 썩은 콩과 돌을 일일이 가려내고 물에 불렸다가 싹이 나면 용기에 콩나물을 앉혀 검은  면보자기를 덮어 빛을 차단하고 수시로 물주기를 하여 콩나물을 기르셨습니다. 간혹 왕겨(벼껍질)나 짚을 태운 재로 콩나물을 앉혀 기르기도 하셨고요.

굴국밥에 김가루를 얹어 드셔도 색다른 맛입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259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455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