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상, 이렇게 차려보면 어떨까

입력 2011-03-20 09:09 수정 2012-02-20 03:15
봄볕을 받은 쑥이 새초롬하게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텃밭에는 온갖 남새들이 쑥쑥 뻗어 오르고 있고요.
쪽파, 풋마늘, 봄동, 시금치, 홍갓, 유채(하루나) 등 바라보기만 하여도 절로 군침이 돕니다.
쪽파는 파김치를 담그고, 풋마늘은 겉절이를, 봄동과 시금치는 데쳐서 나물과 된장국을 끓이고, 땅에 착 달라붙어 옆으로 퍼져  있는 홍갓은 쪽파와 섞어 갓김치를 담그고 , 하루나는 물김치나 나물로 만들면 밥상은 아주 초록의 풀밭이 되겠네요.

고향의 새벽 시장에 나가 보니, 여러 생선들 틈에서도 주꾸미와 황가오리가 첫눈에 들어옵니다.
간자미를 사려고 하였는데 노랑가오리를 보니 '이거다' 싶네요.
산란기를 앞둔 주꾸미는 알이 가득하고, 아직 철이 이른 황가오리도 구미에 당깁니다. 

주꾸미 머리는 따로 떼어내서 알과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맑은 물에 가볍게 헹구어 냅니다.
몸통과 다리는 소금으로 바락바락 문질러 빨판에 들러붙어 있는 뻘을 말끔히 씻어내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칩니다. 데쳐낸 주꾸미는 볶음이나 초무침으로 조리하면 맛도 좋거니와 양도 푸짐하여 여러 사람이 두루 나눠 먹을 수 있지요. 초무침 하실 때엔 데친 시금치, 미나리나 오이 넣고 무치시면 좋습니다.

볶음 야채는 대파, 양파, 미나리, 청양고추, 부추가 어울리겠지요.
매콤 달콤한 양념을 달구어진 팬에 끓이다가 준비된 주꾸미와 양파를 넣고 거의 익을 무렵 나머지 야채를 넣고 마무리 합니다.

마른 새우육수에 갖은 야채를 넣고 살짝 익혀 먹는 주꾸미 샤브샤브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데친 시금치와 주꾸미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버무린 초무침도 푸짐하고 맛납니다.
초무침은 오래 두면 변색하고 질척해져 맛이 없어지니 즉석에서 바로 만들어 드셔야 해요.
주꾸미 머리에는 먹물이 들어 있으니 샤브샤브 할 때 이점 감안하셔서 따로 익혀 드시는 게 좋고요.

황가오리는 손질해서 대나무 채반 위에 얹고 꾸덕꾸덕하게 말렸다가 양념장을 끼얹어 찜기에 찌거나 양념 없이 그냥 쪄서 초고추장에 찍어 드세요.
아니면 반건조된 황가오리를 냄비에 넣고 양념간장에 국물이 자작하도록 졸이면 밥반찬으로도 손색이 없어요. 가오리나 간자미는 가시가 없고 살이 부드러워 어르신들의 찬거리로 알맞습니다.

쑥국은 멸치육수에 된장 슴슴하게 풀어넣고 끓이는 방법이 쑥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조리법이 아닌가 싶어요. 쑥국에 들깨가루나 다른 야채들을 넣으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들깨가루는 향이 너무 강해서 새봄의 쑥향을 느끼는 재미를 상쇄시켜버릴 수 있으니 제 생각엔 피하시는 게 좋지 싶네요. 쌀뜬물이나 생콩가루에 쑥을 버무려 넣는 것이나. 바지락이나 생새우살을 넣고 끓이시는 방법은 무난하겠지요.

쑥이 여유가 있거든 멥쌀가루에 쑥을 넣고 버무려 찜기에 찌면 간식으로도 훌륭한 쑥버무리가 되지요. 요즘 한창 맛이 좋은 딸기와 쑥버무리에 대추차나 생강차 한 잔, 후식으로 준비 하시면 봄날 휴일의 밥상은 끝나는 것 아닐까요.

오늘 생각나는 논어 한 귀절, '季路問事鬼神한대 子曰 未能事人이면 焉能事鬼리오 敢問死하노이다 曰 未之生이면 焉知死리오'.

季路가 귀신 섬김을 묻자, 공자께서 "사람을 잘 섬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귀신을 섬기겠는가?" 하셨다.
"감히 죽음을 묻겠습니다." 하자, 공자께서 "삶을 모른다면 어떻게 죽음을 알겠는가?" 하셨다.<論語集註. 成百曉 譯註>

귀신 섬김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의문은 인간이 품는 절실한 질문입니다.
낮과 밤은 生과 死의 이치와도 같습니다.
유한한 삶을 살다 가는 인간에게 의당 죽음은 다가오기 마련인 것이지요.
정성을 다해 사람을 섬길 수 있는 자가 아니면 귀신도 섬기지 못할 것이요, 生의 道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死의 道도 알지 못할 것이라는 게 공자사상의 핵심입니다.

한 치 앞의 일도 예단하기 어려운 게 세상사요, 인간사입니다.
人과 鬼, 生과 死는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라는 것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불확실한 미래에 의문을 품기 보다 지금 내가 처해 있는 현실에 충실하라는 뜻이지요. 즉 사람을 섬기며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게 사람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입니다.

귀하께선 오늘, 최선을 다하여 사셨나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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