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봄볕

입력 2011-02-24 04:30 수정 2011-02-28 08:50
'봄볕엔 며느리 내놓고 가을볕엔 딸 내놓는다'했지요.
옛시절 시어머니의 심술기가 다분히 섞인 속담입니다.
가을볕에 비해 봄볕은 그만큼 자외선이 강하여 살갗이 쉬 검어지고 거칠어지니 미운 털 박힌 며느리를 골탕먹이겠다는 심산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요며칠 사이 내리쪼이는 봄볕은 어찌나 좋던지 기후가 우리에게 주는 축복이지 싶게 반갑고 고맙습니다.

아직은 햇볕 속에 좀 선득선득한 바람기가 숨어 있지만 그래도 한나절엔 두툼한 외투를 벗어버리고 가벼운 점퍼차림으로 걸을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은 일입니까.
마음이 통하는 벗들과의 만남도 반갑지만, 말 없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 또한 무궁한 것임을 요 며칠 사이의 햇볕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자연스레 발길은 큰시장으로 향합니다.
뭐 색다른 찬거리라도 마련하여 저녁상을 차려보고 싶어서지요.

경동시장에 나가보니 머위며 돌나물 달래 참나물 취나물이 넘치고 한창 출하중인 딸기상자가 그득합니다. 사실 요맘때부터선 주꾸미가 제철이라 그걸 한보따리 사서 볶음도 샤브샤브도 초회도 만들어보려 했지만 지난 겨울 수온이 너무 차서 어획량이 거의 바닥이다는군요.
하여 알이 토실토실한 바지락과 키조개를 구입하였습니다.

바지락은 해감하여 삶아 껍질을 까고 국물로는 미역국을 끓이고 조개살은 오이 양파채와 함께 초무침을 만들었습니다. 물이 좋은 키조개와 표고버섯과 소낙엽살을 구워 널따란 접시에 돌려 담으니 영락 없는 장흥삼합( 소고기 표고버섯 키조개는 전남 장흥의 특산물)이 됩니다.

쌈채는 상추와 깻잎 곰취 쑥갓을 준비하였고 빨갛고 노란 파프리카 그리고 풋고추와 풋마늘을 준비하니 밥상은 그야말로 알록달록 봄빛으로 넘쳐납니다.
오이를 어슷어슷 썰고 부추를 곁들여 간장에 버무려 겉절이를 만들고, 참나물은 데쳐 간장으로 무쳤습니다. 건파래를 대강 찢어 팬에 살짝 구워 풋마늘(쪽파) 데친 것과 함께 간장과 조청 참기름 통깨를 넣고 무쳤습니다.
쌈장은 풋마늘과 쪽파 홍고추를 송송 썰고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과 조림장으로 양념하여 만들었습니다. 이 양념장을 마련해놓으면 반찬이 마땅찮을 때 뜨거운 밥에 비비거나 김에 싸서 드시면 한 끼는 거뜬히 넘길 수가 있습니다.

내친김에 딸기 사과 오이 파프리카 단감으로 샐러드도 한 접시 마련하였습니다.
드레싱은 플레인요구르트에 유자청을 혼합하여 갈은 것입니다.
아! 밥상은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르고 마음은 날 듯이 환해집니다.

이럴 때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내가 능력이 없음을 근심하라.'(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는 공자님의 말씀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기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은 늘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下心, 많은 사람들이 나를 낮추고 상대를 섬기는 마음가짐으로 대인관계에 임한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바르고 환해질 것인지요.

세상 도처엔 민중들의 생활고에서 오는 해묵은 갈등과 불만에서 비롯된 아우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우선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에서만이라도 언 땅을 녹이는 봄기운처럼 따뜻함이 가득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용서와 사랑으로 이어지는 가정은 천국이요, 원망과 증오심으로 범벅이 된 가정은 생지옥입니다.
 
오는 주말엔 봄냄새 물씬 풍기는 식단 마련하여 가족 모두의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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