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입력 2010-11-01 06:46 수정 2011-01-04 12:54




             <사진- 오순옥 님, 상암동 하늘공원의 억새밭>

형형색색으로 곱게 물든 단풍이 가을의 끝자락에 와 있음을 알립니다.
이번 가을은 유난히도 눅눅하고 지루했던 여름 뒤에 맞이한 터라 여느 가을보다 더 반갑고 소중합니다. 하얗게 나부끼는 갈대밭 사잇길을 거닐며 만추의 정취에 흠뻑 젖어보는 것도 쑥부쟁이 피어 있는 고향 밭둑길을 걸어보는 즐거움도 가을이 제게 주는 귀한 선물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질 때 접하는 자연과의 교감은 실로 웅숭깊습니다.
이런 게 바로 淸福이지 싶네요.

밤이 길어지니 쌓아두었던 책을 읽기에도 그만입니다.
사람들과의 일이란 참 예측하기 힘든 구석이 많습니다.
바라는 바가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겠지요.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내 뜻 같지 않아 마음이 가라 앉을  때 읽는 고전의 글귀는 명약입니다. 간 밤에 읽은 맹자의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孟子曰 仁은 人心也요 義는 人路也니라.
인이란 사람의 마음이요, 의란 사람의 길이다.
舍其路而不由하며 放其心而不知求하나니 哀哉라.
제 길을 버리고 제 길로 가지 않으며 제 본 마음을 내던지고도 다시 찾을 줄을 모르니 슬픈 일이야.
人이 有鷄犬放則知求之호되 有放心而不知求하나니
사람들은 제 닭이나 개가 달아나면 찾을 줄을 알지만 제 본 마음을 내던지고서는 찾을 줄을 모르니
學問之道는 無也라 求基放心而已矣니라.
학문의 길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내던져버린 제 본심을 찾는 데에 있을 따름이다.( 李乙浩 역주 <한글 孟子>

보통의 사람들이 항심을 유지하고 살기가 쉽지 않지만, 본심을 잃어버린 줄조차 모르고 내달리기만 한다면 그도 문제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명구이지 싶습니다.

가을이면 천지는 먹을거리로 가득합니다.
버섯도 남새도 푸새도 과일도 해물도 진열대에 넘쳐납니다. 수확의 기쁨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이지요. 그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별미 영양밥 만들어봅니다.
반 시간 정도 불린 햅쌀에 생율과 풋콩(강낭콩, 동부)이나 불린 서리태를 섞어 준비합니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살짝 볶은 우엉편, 연근편, 표고버섯채를 돌솥이나 냄비의 바닥에 깝니다.
그 위에 준비해놓은 재료를 얹고 고슬하게 밥을 지어 뜸이 들면 고루 섞어 밥을 푸고 양념장을 곁들여 상에 냅니다.

양념장은 청홍고추와 다진파 마늘,고춧가루, 참기름, 깨에 조림장으로 만듭니다.(조림장이 없으면 진간장에 끓인 물을 조금 부으세요)
나박물김치나 삼색 나물(무나물, 시금치나물, 콩나물)을 곁들이시면 좋겠지요.
밥 지으실 때 생굴이나 새우살을 더하셔도 맛나고요.

생태를 생각하는 밥상은 친환경적인 식재료로 쓰레기를 최소화 하고, 조리 과정도 단순해야겠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의 관계 또한 친화적이어야 합니다.
농산물의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말과도 맥을 같이 하지요.
생산자는 가능한 한 환경에 이로운 농법으로 작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그 작물을 적정한 가격에 
구매해줌으로써 서로 간의 상생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지요. 

밭에서 갓 뽑아 온 무 하나, 배추 한 포기 만으로도 밥상이 푸짐해지는 요즈음입니다.
배추나물, 배추고갱이쌈, 강된장찌개, 무생채, 무시래기된장국, 무시래기볶음, 멸치젓무침 모두가 향수를 달래주는 토속음식들입니다.
이들은 재료 자체만으로도 맛이 좋아 별다른 양념이나 조리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이런 음식으로 차려진 밥상은 몸이 먼저 알아봅니다.
사람과 자연은 본래가 하나이기 때문이겠지요. '밥상이 변해야 지구도 사람도 산다'고 한 제인 구달의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풋풋한 식재료로 푸짐한 자연밥상 마련하시어 마음도 몸도 건강해지는 이 가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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