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쌈

입력 2010-05-27 13:48 수정 2011-06-13 08:59

 



 <사진- 전남 무안, 박정례 님>

하늘은 가을만 맑은 게 아니네요.
어제는 희뿌연 매연이 사라지고 먼 데까지 보일 만큼 가시거리가 길었습니다. 저녁 무렵엔 산들한 바람까지 부니 일찍 찾아온 한낮의 더위를 싹 잊을 수 있었지요. 온갖 비리로 얼룩진 세상살이도 날씨처럼 시원스레 뚫렸으면 좀 좋으련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닌 모양입니다.
상추, 쑥갓, 깻잎, 갓, 곰취, 머위잎, 당귀잎 등 쌈을 싸서 먹을 수 있는 채소가 한창입니다.

요즈음은 자생하는 쌈채소 외에도 치커리 케일 적근대 샐러리 적로메인 곱슬겨자잎 뉴그린 다홍채 비타민채 적치커리 같은 외래종이나 변종들도 쌈채소나 샐러드로 조리되는 일이 낯설지 않으니 밥상 또한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음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고유의 밥상문화를 지키고 전승하는 일이 결코 수월하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추위가 가시고 대지에 온기가 감도는 이른 봄이면 텃밭에 맨 먼저 가꾸는 작물이 상추 쑥갓 깻잎 등의 엽채류입니다. 바람에 금방 날아가버릴 것만 같던 상추의 씨앗이 움을 틔우고 비좁은 틈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나 제법 솎아 낼 만큼 포기에 힘이 생길 즈음이면, 보리는 누렇게 익어 타작을 기다렸고 달짝지근한 완두콩이 여물며 지난 늦가을에 심어놓은 마늘밭에선 종이 올라오기 시작했지요.

앞마당의 텃밭에서 웃자란 상추와 쑥갓 들깻잎을 솎아  바구니에 한가득 담아오면 어머니는 부지런히 다듬고 씻고 조물거려서 풋풋한  저녁상을 차려내셨지요.
상추와 쑥갓은 맛난 쌈장과 함께 채반에 가득 담겨 쌈거리로, 들깨순은 양파와 잔멸치에 조려져 밥반찬으로 그리고 남은 야채들은 모둠 겉절이로 만들어져 밥상은 초여름의 싱그러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쌈을 싸서 먹기를 즐기던 우리의 식문화는 지금도 여전하여 자연농 쌈채소의 재배로 고소득을 올려 부농의 꿈을 이루신 분들도 꽤 많습니다. 상추를 기르다 보면 자주 생기는 진딧물이나 청벌레 등의 해충은 청양고추와 마늘을 두 달 정도 숙성 시킨 뒤에 살포하면 좋다고 합니다.
쌈채에 공급되는 물은 주로 알칼리 이온수가 사용되는데 이는 병해충이 알칼리 이온수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충주의  쌈채소 생산자 천윤옥 씨는 얘기하네요.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쌈채소인 상추의 종류에는 줄기상추, 결구상추, 잎상추, 배추상추로 나뉘는데 줄기상추를 가장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상추에는 무기질이나 각종 비타민 외에도 정신을 안정 시키는 특이한 물질이 들어 있어 신경과민이나 불면증에도 좋다고 하네요.
또한 상추에는 독을 해소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숙취해소나 피를 맑게 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도 과식은 금물이지요. 특히 몸이 찬 사람이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이 상추를 과식하게 되면 배가 차가워지고 몸의 기운이 빠진다고 하니 주의 하셔야겠네요. 이런 분들이 상추쌈을 드실 때엔  따뜻한 성질을 지닌 찹쌀로 지은 흰찰밥이 좋습니다.

직접 기른 푸성귀나 자연농 채소가 아니면 농약성분이 남아 있을 터이니 이를 제거하기 위해선 맑은 물에 여러 번 씻어 한참 동안 물에 담가 두셨다가 건지시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드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상추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음식은 쌈 외에도 겉절이, 물김치나 액젓을 조금 넣은 양념에 버무린 상추김치가 있지요. 맵쌀가루에 물기 뺀 상추를 넣고 훌훌 털어 거피팥을 두르고 쪄낸 상추떡도 별미입니다. 동이 올라 온 상추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자근자근 두들겨 쓴물을 뺀 다음  찹쌀 풀물에 고춧가루를 풀어 담근 상추대김치는 구례화엄사의 대표적인 사찰음식이지요.

상추쌈에 곁들여지는 쌈장은 된장과 고추장에 매실액이나 조청을 섞어 참기름과 다진마늘 다진풋고추 다진양파 등을 혼합하여 만드는 방법이 있지요. 아니면 고추장에 다짐육을 볶아 넣고 조청으로 단맛을 낸 약고추장이 있습니다. 좀 더 토속적인 맛을 내기 위해선 멸치육수에 된장을 풀고 각종 향신채나 버섯 우렁이 등을 다져 넣고 바특하게 끓인 강된장이 제격입니다.

상추의 상큼한 맛이 입맛을 돋우고 구수한 강된장이 있어 정겨워지는 저녁상 마련해보시면 좋겠지요. 상추쌈은 여럿이 어울려 먹어야 맛도 즐거움도 배가됩니다. 다정한 사람끼리 소원해진 가족끼리 싱싱한 상추 한 바구니 마련하시어 상추쌈파티 한 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좀더 정성을 들여 생멸치조림이나 황태보푸라기, 삼겹살구이, 소불고기 등을 곁들이신다면 잔치는 더 할 나위 없이 근사해지겠지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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