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떡

입력 2010-05-19 10:09 수정 2013-04-27 05:03

혹 느티떡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느티떡이란 4월 초파일 무렵 여린 느티나무잎을 멥쌀가루에 넣고 버무려 거피팥이나 거피녹두 또는  볶은 콩고물을 켜켜이 두르고 쪄낸 절기음식입니다. 은행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장수목(長壽木)의 대표로 꼽히는 느티나무는 마을 입구의 정자가 있는 곳이면 으례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우리와는 아주 친근한 나무이기도 하지요. 최근에는 도심의 가로수나 아파트 단지 내에도 흔히 심어져 있어 느티잎을 구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조상님들은 어찌 이런 멋들어진 음식을 고안 해내셨을까 싶게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전통의 음식이 바로 느티떡입니다. 느티떡을 떠올리면, 딱 그때가 아니면 지나가버리고 말 자연의 식재들을 놓치지 않고 채취하여 조리에 응용한 선인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됩니다.

요즈음의 떡들은 정말 모양도 예쁘고 소재도 다양하여 떡을 좋아하지 않던 신세대들까지도 즐기는 음식이 되었으니 반길 일입니다. 떡을 장려하는 것은 쌀의 재고량이 늘어나 쌀값 폭락 사태를 막아야 하는 현 시점에서 쌀소비를 늘리는 데에 일조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사람의 입맛은 변화무쌍한 것이라서 가끔은 달지 않고 모양새도 단순한 떡을 맛보고 싶어지는 때가 있지요. 그럴 때 안성맞춤인 떡이 바로 전통의 방식으로 쪄낸 떡이지 싶네요.

우리나라에서 떡을 만들어 먹던 풍습은 삼국시대 이전부터였다고 합니다.
청동기 시대의 패총이나 삼국시대의 고분군에서 발굴된 시루가 그것을 입증한다고 합니다.
고려시대에는 반가의 별식이나 행사 음식에서 벗어나 민가의 간식으로까지 널리 보급 된 것으로 여겨지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관혼상제의 의례와 연회의 필수 음식으로 인식 되면서 그 종류와 모양이 더욱 다양해진 전통음식으로 발전되었다고 합니다.

떡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됩니다.
떡의 재료를 시루에 켜켜이 앉히고 김으로 익혀내는 찐떡(팥시루떡, 무시루떡, 설기떡, 물호박떡, 두텁떡, 느티떡 등), 쪄서 절구나 떡판에 쳐서 만든 친떡(인절미 절편 수리치떡), 찹쌀가루나 차수수 가루를 반죽하여 번철에서 익혀내는 지진떡(진달래화전 수수부꾸미), 끓는 물에 삶아 건져 고물을 묻혀 만든 삶은떡(경단, 단자)이 있습니다.

보리순떡, 쑥버무리, 쑥절편, 쑥인절미, 쑥개떡, 쑥굴리, 쑥제고물떡, 팥방망이떡, 진달래화전, 곰취떡, 수리취떡, 느티떡 등이 봄에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전통의 떡입니다.
쑥제고물떡과 팥방망이떡은 여수 흥국사의 대표적인 사찰음식이고 곰취떡과 오월 단오 무렵에 만들어 먹는 수리취떡은 강원도의 향토음식입니다.

느티떡을 만드는 방법은 여린 느티잎을 물에 씻어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없앱니다. 멥쌀을 하루 저녁 물에 불려 가루를 만들어 소금간을 한 물을 넣고 골고루 비벼 체에 내립니다.
거피팥이나 녹두는 하루 저녁 물에 불려 겉껍질을 제거하고 물기를 뺀 다음 베보자기를 깐 찜통에 찝니다. 뜨거울 때 소금간을 하고 밑면이 두꺼운 넓은 솥에 살짝 가열하여 고물에 남아 있는 수분을 날려 보내고 절구에 찧어 어레미에 내려 부드러운 고물을 만듭니다.

쌀가루에 느티잎을 넣고 훌훌 털어  물을 축인 시루에 시루밑을 놓고 젖은 베보자기를 깐 후에 고물을 두텁게 두르고 준비된 느티잎쌀가루를 얹고 그 위에 다시 고물을 둘러 켜가 두꺼운 설기떡을 앉힙니다. 맨 위에 젖은 베보자기를 덮고 솥에 물을 붓고 시루를 얹어 시루번을 붙여 센불에 찌다가 김이 오르거든 불을 줄이고 20여 분 정도 더 뜸을 들이면 완성입니다. 

계절의 미각을 살리는 데도 그만이고 상큼한 느티잎향이 입안에 감도는 느티떡은 퓨전떡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풍류정신의 일단을 엿보실 수도 있습니다. 느티떡을 꼭 만들어 드시지 않더라도 느티나무의 새순이 나오는 부처님 오신 날 무렵, 우리의 조상님들은 이렇게 근사한 절기음식을 만들어 드셨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변화는 작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로부터 새로움을 창출할 수 있는 사고의 확장에서 비롯됩니다. 옛것을 익힘으로써 자신의 일상도 새롭게 변화시키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의 묘리를  터득하여 보세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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