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만나보는 이만익 화백의 그림

입력 2010-05-08 12:22 수정 2013-01-29 06:08


 이만익 화백의 <도원(桃園) 가족도>

(꽃분홍빛의 복숭아가 주렁주렁 달린 도원(桃園) 아래에 온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가족도입니다. 셋째가 부는 피리 소리를 듣고 있는 가족들의 표정은 다소 무심한 듯하지만 혈육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잔잔하게 배어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화백의 그림 중 몇 작품을 강북 삼성병원의 복도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포스터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이만익(1938.1.21- )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보는 이로 하여금 상처 받은 영혼을 위로 받을 수 있게 하고 치유의 길로까지 인도하는 미술세계를 일관성 있게 구축해온 화가입니다.

그의 그림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이만익만의 화풍이며 '한국적 정서'라는 커다란 과제 아래 인위와 조작이 없는 그림으로 오래도록 우리의 가슴을 적셔줄 것입니다.

굵은 선과 색채로 단순화한 인물은 실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역사 속의 이야기와 설화에 등장하는 인물인 점이 독특합니다. 그 허구적 인물들은 작가만의 해석을 통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현재의 자화상으로 다시 태어나니 보는 이로 하여금 뜨거운 공감대를 갖게 합니다.

제가 이만익 화백을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법정스님의 수필을 통해서였지요.
스님의 책 제목은 정확히 기억 나지 않지만 본문 중에 <그림으로 보는 삼국유사>라는 이화백의 저서가 언급되어 있던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구하려 했으나 절판된 지 오래여서 구하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었지요. 한데 그분의 그림 전시회가 사간동의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어 감상하러 간 것이  첫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 후, 이화백의 작품  전시회가 있을 적마다 꼭 가서 감상하곤 했습니다. 90년대 중반 봄날, 어느 시낭송회에 갔더니 뜻밖에도 이만익 선생님이 출연하여 정지용의 '유리창'을 낭송하시는 걸 보고 그분의 그림에 더 애착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문학은 인간을 자신의 생존욕망 속에만 갇혀 있는 포유동물과 구분하게 만드는 변별적 장치 중의 하나다'라는 평론가 김현 선생님님의 말씀을 깊이 신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것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시선이 보다 따뜻하다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문학은 우리에게 밥을 버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지만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되돌아 보게 해주는 반성의 메카니즘이기도 하지요.

그는 알퐁스도데의 주옥 같은 작품 '별'을 화폭에 형상화 하기도 하였고, 눈 먼 아비의 눈을 뜨게 해주려고 뱃사람에게 팔려가는 딸 심청을 끌어 안고 통곡하는 심봉사의 애끓는 심정을 화폭에 담아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애송시를 우렁우렁 소리 내어 외우기도 하는 그는 삭막한 이 시대를 사는 휴머니스트임이 분명합니다.

<도원가족도>는 가정의 달인 오월에 가족간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하는 그림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은 지금 가족의 일원으로서 내가 해야 할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
한 번쯤 반성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싶네요.

아끼고 사랑하여야 할 관계가 가족이지만, 때로는 턱 없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이니까요. 

그대의 가정은 지금 행복하시나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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