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

입력 2009-11-21 17:27 수정 2013-03-26 01:48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겨울바람 때문에
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 겨울바람 때문에'...

이제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음을 실감합니다.
내일이 '소설(小雪)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는 소설입니다.
소설은 24절기 중 스무 번째의 절기로 이날 첫눈이 내린다고 하여 소설이라고 하였으며 한겨울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는 날이랍니다. 이때쯤이면 농사일을 모두 끝내고 김장을 합니다.
소설은 태양의 황경이 24도일 때이며 양력으로는 11월 22일이나 23일 무렵으로 음력으로는 10월에 듭니다.

추수가 완전히 끝난 들판에는 짚뭉치들만 댕그맣게 남아 있습니다.
싸늘하게 불어 오는 바람이 귓볼을 세차게 때립니다.
두툼한 스웨터를 꺼내 입고 털목도리로 목을 감싸고서야 집을 나섭니다.
올해엔 벼의 수확기에 날씨가 순탄해서 추수를 빨리 끝낼 수 있었고 이어지는 보리 파종도 순조로워 들녘의 군데군데에 파란 보리순이 보기좋게 자라나고 있네요.
선인들께선 소설에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하셨다는데 올해엔 왠지 보리농사도 풍년이 들 것만 같습니다.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되었습니다.
얼지 않은 싱싱한 배추나 무 그리고 갓과 파를 좋은 가격에 구입하기가 지금이 가장 좋지 싶군요. 예전엔 날씨를 잘못 예측하여 추워지기 전에 미리 김장을 하였다가 날씨가 너무 따뜻한 바람에 애써 담근 김치가 시어져 버려 곤욕을 치룬 일도 많았습니다.
부랴부랴 시어지는 김치에 훗소금을 넣으면 김치맛은 씁쓸해져버려 허드레김치로밖에 쓸 수가 없어 다시 김장을 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여러 차례 겪었더랬습니다. 이 모든 어려움이 김치냉장고의 출현으로 단번에 해결되어버렸으니 부엌살림은 날로날로 편안해지네요.

이미 담가놓은 김치의 간이 너무 셀 때엔 생무를 도톰하게 잘라 김치 중간중간에 넣으시면 좋고, 싱거울 때엔 소금 넣지 마시고 액젓을 김치 맨 위와 중간에다 조금씩 부어주고 꼭꼭 눌러 놓으시면 간이 맞추어져요.

무로 담그는 김치는 주로 총각김치 깍두기 동치미이지요.
제가 즐겨 담그는 무김치 한 가지 소개합니다.
무는 동치미무의 반 정도 크기의 어른 주먹만한 것(초롱무)을 선택하여 이파리 떼어내지 마시고 동치미무 다듬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껍질 긁어내지 말고 손질합니다.
다듬은 무를 깨끗이 씻어 통째로 담그면 간이 잘 배이지 않으므로 무꽁지에서부터 삼분의 이 정도까지 열 십자로 칼집을 넣어 4 등분이 되게 하여 짜지 않게 간을 합니다.

양념은 고춧가루와 간마늘 쪽파 액젓과 새우젓으로 하고 찹쌀풀은 넣지 않습니다.
무청이 달린 이 김치가 익으면 시원하고 담백한 게 선미입니다. 
이 무김치와 잘 어울리는 게 바로 시래기국이지요.

김장철에 흔하디 흔한 배추우거지와 무시래기 삶아 냉동시켰다가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고 된장 풀어 멸치육수에 끓여보세요. 뜨끈한 시래기국에 햅쌀밥 말아 푹 삭은 무김치 걸쳐 드셔 보시면 그게 알타리무로 담근 총각김치 보다 더 깊고 시원 한 맛에 추위는 아주 싹 달아나고 밥맛은 바로 꿀맛이 될 테니까요. 고등어 자반이나 굴비 굽고 무나물과 시금치나물 그리고 콩나물 무쳐 삼색으로 한 접시 담아내면 초겨울 저녁밥상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을까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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