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김치

입력 2009-11-18 06:58 수정 2012-11-16 05:45




   <사진 제공-화순 투데이, 전남 화순 능주 김순임 님의 반지김치>

2009년 광주김치축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치인 반지김치를 소개합니다.
반지는 남도지방에서 주로 담가 먹는 김치의 한 종류입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반지김치는 동치미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발그레한 국물이 자작하면서 배추의 사이사이에 이십여 가지의 육류와 해물 견과류와 채소의 소가 들어 있어 맵지 않고 시원한 맛을 내면서도 온갖 영양소가 가득한 별미 김치입니다.

이 김치를 담근 화순 능주 만수리의 김순임 씨는 김치를 잘 먹지 않는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김치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향토음식인 반지김치에 몇 가지 식재료를 더 첨가하고 염도를 낮춰 고안해낸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창작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필요한 작은 부족함이나 불편함을 예사롭게 보지 않고 개선하려는 문제의식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문제의식을 갖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들여다 보면 해법이 보이는 것이지요. 성과를 얻는 과정이 간단치는 않지만, 기술적인 문제는 지속적인 실험과 연구로 가능한 것이지요.

김치경연이 펼쳐지던 날 심사위원들은 김순임 씨의 김치 담그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그녀가 썰어놓은 밤채가 어찌나 가늘고 정교하던지 마치 비단에 한땀한땀 수를 놓아 놓은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처럼 숙련된 솜씨를 익히기까지엔 본인의 숨은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던가도 알 수 있었습니다. 김순임 씨가 처음 시집온 새내기 시절엔 음식을 전혀 할 줄 몰랐는데 시어머님은 워낙 음식솜씨가 좋으셔서 많이 긴장할 정도였었다고 하니까요. 이를 딱히 여긴 남편이 음으로 양으로 자기를 많이 도와주어 음식솜씨를 빨리 익힐 수 있었노라고 자신의 공을 남편께로 돌리더군요. 

배추를  다듬어 반으로 갈라 아주 약한 소금물에 절여 건진 다음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뺍니다.
무도 다듬어 깨끗이 씻은 후에 5센티 정도로 잘라 중간중간에 칼집을 넣어 절입니다.
배추와 무의 소에 들어가는 재료는 배, 밤, 대추, 대파, 쪽파, 석이버섯, 표고버섯, 낙지, 새우살, 양지머리 수육 저민 것, 실고추, 미나리, 무, 갓, 당근, 청각, 새우젓, 마늘, 생강 등이고 국물은 양지머리 육수를 한지에 거른 것에 새우젓국물과 다시마육수에 홍고추를 갈아 걸러 붉은 색을 낸 것을 혼합한 것이라 합니다.

레시피는 본인의 오랜 연구와 노력의 결과물이라서 자세히 물을 수가 없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김치 담그는 대강의 과정을 얘기들은 것으로 제가 재구성하여 보았습니다.

양지머리는 기름을 떼어내고 삶아 건져  얇게 저민 다음 잘게 찢어놓습니다.
낙지는 손질하여 씻은 다음 연포하여 잘게 썰고 새우살도  소금물에 데쳐서 잘게 썹니다. 
밤은 손질하여 가늘게 채치고 대추도 채칩니다.
건표고버섯을 물에 불려 고깔을 떼어내고 가늘게 채 썹니다.
마늘 생강은 손질하여 다져 베보자기에 싸서 실로 묶습니다.
나머지 채소들도 다듬어 씻은 후에 3센티 정도로 자릅니다.
모든 재료를 새우젓국물로 버무려 소를 만듭니다.
절여진 무와 배추에 소를 고루 넣고 미나리 데친 줄기로 재료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게 잘 여밉니다. 위에 설명한 국물을 붓고 전체적인 염도는 1.3%가 되게 간을 맞춥니다.
보통김치의 경우 염도는 약 3%라고 합니다.

경연이 끝난 다음  틈을 내어 그녀가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에 가서 시식을 해보았는데요, 맵지 않고 맛이 아주 담백하면서도 구수하고 부드러워서 어린이나 나이 드신 분 그리고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숙성된 국물에 국수나 냉면을 말아 먹어도 아주 맛이 좋다는군요.

배추김치가 김장의 주류이지만 이런 별미김치도 담그셔서  밥상을 새롭게 바꿔보시는 것도 가족들의 입맛을 돋우게 하는 방법이지 싶네요. 염도계를 갖다놓고 조리 중간중간에도 염도를 재가며 조리했다는 김순임 씨의 장인적 근성에 경의를 표합니다.

배추 간 하나 하는 데도 늘 들쭉날쭉하여 염도가 일정하지지 못한 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더군요.
김치는 우리민족 고유의  자랑스런 음식문화인 게 분명하지만 과학으로까지 업그레이드 되어야 세계화는 비로소 가능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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