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입력 2009-11-15 11:43 수정 2010-11-21 06:52
입동이 지났지만 날씨는 봄날이라해도 좋을만큼 따뜻했지요.
가을비가 두어 차례 내리고 나니 이제 제법 겨울에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이 확연히 들 정도로 쌀쌀해졌네요.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이 일을 잘 치루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김장을 해결해버릴까 고민하곤 했던 게 나이 들며 생긴 몹쓸 버릇입니다.

최근 김치축제를 돌아보면서 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잘못된 저의 누습을 단번에 바꾸게 되었습니다. 
김장을 잘 해놓으면 겨우내내 밥상 준비하는 게 수월하고 재미도 나는데 김치맛이 시원찮으면 추운 겨울동안 찬거리 준비로 종종걸음 칠 일이 많아지고 식사 준비하는 일도 번거롭게 여겨지는 까닭입니다.

김치맛을 좌우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재료의 선택이 제일 먼저겠지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와 고추 소금 그리고 젓갈의 구입을 잘 하셔야 합니다.
배추나 소금 고추의 자가생산은 불가능하지만 젓갈은 자신의 부지런함으로 충분히 마련하실 수 있습니다.
봄에 물 좋은 생멸치를 사서  맑은 물에 한 번 헹구어 소금과 멸치의 비율을 1대 4로 하여  항아리에 담고 삭은 멸치젓이나 황석어젓은 맑은 윗국물은 떠서 생으로 사용하시고 건더기는 엷은 소금물을 붓고 끓여 대소쿠리에 창호지를 깔고 걸르시면 아주 맑은 액젓이 됩니다.
배추는 겉이 얇고 푸른잎이 많으며 키와 포기가 너무 크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소금은 생산된지 3년 이상 묵혀 간수가 빠진 국산 천일염을 구하시고 고추도 가능하면 태양초를 구입하셔서 물기 촉촉한 면행주로 깨끗이 닦아 꼭지를 떼고 햇볕에 하루쯤 말렸다가 가루로 빻아옵니다.
김치에 들어갈 부재료도 신선도가 좋은 무 갓 미나리 쪽파 대파 마늘 생강을 준비하시고 젓갈도 맛을 보아가며 멸치액젓과 새우젓을 양질의 것으로 구입하셔야 합니다.
양념에 들어갈 통깨와 밤채, 생새우, 가다랑어나 황태 다시마육수, 청각, 찹쌀죽도 미리미리 준비해둡니다.

배추를 들여오면 대강 다듬어 배추 한 가운데로 칼을 넣어 반으로 가르고  두 조각으로 나뉘어진 배추의 중간에 다시 칼집을  넣어 통통한 부분까지만 자르고 나머지 끝 부분은 손으로 가르셔야 배추잎의 조각이 많이 나지 않습니다.
1대 20의 소금물을 큰 그릇에 풀어 다듬어진 배추를 담갔다가 배추잎 사이사이에도 소금을 뿌려(배추 반 포기에 자기 주먹으로 슬며시 쥐어 2개) 간이 고루 배이도록 하여 맨 위에 물을 담은 물통을 얹어 숨이 잘 죽도록 합니다

배추의 숨이 어느 정도 죽으면 위 아래를 뒤집어주고 다시 물통을 얹어 짜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간이 배여야 김치를 담근후에 물이 나지 않아 게미가 있습니다.
소금간은 보통 여섯 시간이 지나면  되는데  배추의 상태를 보아가며 속대까지 충분히 숨이 죽었는지를 확인하고 배추를 건져 깨끗하게 씻어 배추의 꽁지를 도려내고 대나무 채반에 엎어 물이 잘 빠지도록 비닐을 덮고 다시 깨끗한 물통으로 눌러주시고 이 시간을 이용하여 양념을 개고 배추속을 준비합니다.

오래두고 먹을 것은 부재료를 거의 넣지 않고 젓국물과 육수로만 양념하는 것이 좋은 발효의 맛을 낼 수 있습니다.
금세 드실 것은 생굴이나 생새우등의 해물과 배즙이나 사과즙 그리고 홍시감으로 단맛을 내시면 설탕을 넣으시는 것 보다 감칠맛이 더하지요. 
배추의 간이 짜지 않고 좋은 젓국물만으로도 김치는 충분히 맛이 있습니다. 
남도지방에서는 청각이라는 해초를 물에 불려 다져 넣기도 하는데 각 가정의 기호에 따라 향신채는 가감하시고요.

무채와 갓 미나리 쪽파 대파 썰은 것 간마늘 생강에 생새우 갈은 것과 고춧가루를 넣고 액젓을 부어가며 버무려 김치속을 만듭니다.
고춧가루를 다시마육수와 액젓과 다진 새우젓 찹쌀죽에 혼합하여 김치양념을 만듭니다.
넓은 양푼에 절인배추룰 붓고 양념장을 배추 켜켜에 고루 묻게 비비고 준비된 김치속을 넣고 배추포기를 잘 여며 김치통 속에 차곡차곡 집어넣고 꼭꼭 눌러줍니다.
김치통은 바로 냉장고에 넣지 마시고 시원한 곳에 삼사일  정도 두셨다가 냉장하셔요.
굴은 이삼일 정도 생김치로 드실 것만 넣으시고요.

김장날은 밥상살림의 대사를 치루는 날이니 가족들의 저녁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수밖에 없지요.
큰일을 치루자니 몸은 고단하여 주부님들의 허리가 휘실 지경이지만 소고기 아롱사태 무와 다시마 대파 넣고 푹 삶아서 수육 만들어 놓으시면 고기 건지는 썰어서 접시에 그득 담고 국물은 대파 띄워서 후추가루 뿌려 내시면 생김치로 쓰린 속 달래주니 이 또한 아릿다운 가족사랑 아니겠는지요.

올해 배추의 생산량이 많고 작황도 좋아 배추를 비롯한 김장 재료의 값이 폭락해 농부님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합니다.
김치냉장고가 보관을 쉽게 해결하여 주니 배추가 얼지 않고 싱싱할  때 다른 해보다 넉넉한 김장 하시면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작은 상생의 길을 실천하는 일이 되시겠지요 .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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